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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일, 이수역과 광화문
    극장에가다 2013. 5. 5. 14:47

     

     

     

      

        토요일에 영화 두 편을 봤다. 내 주위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극찬한 <라이프 오브 파이>를 느즈막히 보았고, 예고편을 보고 그 미스터리적인 분위기에 반해 꼭 봐야겠다고 생각한 <파리 5구의 여인>을 봤다. 동생들이 모두 나간 토요일 오전에 청소기를 돌리고, 방을 닦고 가만히 앉아 있다 아직도 이수역 아트나인에서 <라이프 오브 파이>가 상영하는지 검색해봤다. 3시 15분. 아직도 상영한다. 그것도 쓰리디로. 밥을 챙겨먹고 시간에 맞춰 나갔다. 내 주위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는데, 아무도 스포일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있는데 얘기해줄까? 했는데 내가 아니, 나 그거 볼거니까 말하지마.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대화가 오고 갔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 전에 개봉한 영화. 이번이 아니면 못 볼 거 같아 이수역까지 갔다. 내게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줬던 사람들 말처럼, 아름다운 영화였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한결같이 한번 더 볼 수 있다고, 같이 보자고 그랬는데,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번 더 보게 되면 전혀 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처음부터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마지막에 말한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믿고 싶나요? 무엇을 믿든 당신의 마음에 달렸어요. 굉장히 철학적인 이야기였다. 종교적이기도 하고. 원작을 못 읽어봤는데, 원작도 그럴지 궁금했다. 이안 감독의 손을 거치면서 뭔가 더 다듬어졌을 거 같은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원작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마음에 많이 남는 이야기다.

     

        그냥 들어갈까 하다 토요일도 당직을 하는 친구를 만나 맥주 한 잔을 할 요량으로 광화문에 가서 영화를 한 편 더 보기로 했다. 광화문에서 영화 봤을 때 예고편으로 나왔던 영화인데, 에단 호크도 나오고, 그 미스테리한 뿌연 안개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개봉하면 봐야지 생각했었다. 그래서 봤는데, 더 뿌애졌다. <파리 5구의 여인>도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인데, 마치 감독이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니네 이 소설 다 읽었지? 뭔지 모르겠지만 생략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걸 감독은 영화적 예술이라 생각하는 듯 했다. 스릴러스러운 파리의 생경한 분위기와 에단 호크의 주름살 보는 재미로 상영시간을 버텼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 뭐야? 이게 끝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영화를 볼 걸 좀 후회했다.

     

        주중에는 이비에스의 세계테마기행 홋카이도 편을 봤다. 눈에 쌓인 노보리베쓰, 하코다테, 삿포로, 오타로를 봤다. 뭔가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루에 영화 한 편씩 보는 삶을 살았음 좋겠다. 이야기들이 나를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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