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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자이너 모놀로그
    무대를보다 2012. 12. 3. 23:22

     

       몇 년 전이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아주 오래전 일. 일을 그만두면서 같이 일하던 분에게서 책을 선물받았다. 부랴부랴 챙기느라 읽던 책을 가져왔다면서, 괜찮으면 받아달라고 했던 책. <버자이너 모놀로그>. 메모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찾아보니 메모는 없네. 대신 그 분의 이름이 새겨진 책도장 흔적이 있다. 그렇게 읽게 된 <버자이너 모놀로그>. 몇 년이 지나 이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보았다. 한 달 후면 서른 넷이 되는 친구와 함께. 친구는 이 연극을 십년 전부터 보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는 신당역에서 만나, 샌드위치를 나눠 먹고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극장에 들어갔다. 나는 웃었고, 친구는 울었다. 나도 울었고, 친구도 웃었다. 극장을 나와 감자튀김에 맥주를 먹고, 자리를 옮겨 대하구이에 맥주를 좀 더 마셨다. 그리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불러주고 지하철을 타고 각자 집으로 갔다. 내가 말했다. 요즘 싫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가지각색의 이유로 싫다니까. 친구가 그랬다. 니 그러면 안된다. 나이 들수록 심성이 고와져야 된다. 사람들이 나이 많아서 그런다고 욕한다. 나는 연극을 보면서, 착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싫은 사람의 숫자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쁜 것을 줄일 수 없다면, 좋은 것을 좀 더 늘여보자 생각했다. 무슨 일이든 한 번 더 생각하자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도 같은 마음이면 그때는 그 사람을 그냥 지워버리자 생각했다. 우리는 어떤 서른 넷이 될까. 오늘 눈이 내리는 걸 지하철 안에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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