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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월, 속초여행
    여행을가다 2012. 10. 28. 20:47

     

     

      <댄 인 러브>를 다시 봤다. 마지막에 댄이 부르는 노래 가사가 좋아서 따로 적어뒀다. "모든게 끝나버린 뒤 모두 그대에게 등을 돌릴 때, 그댈 위해 네잎 클로버를 건네요. 모든 근심걱정 떨쳐버려요." 모든 근심걱정을 떨쳐버리고, 시월에 조금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가고 싶은 곳은 많았으나, 이번에는 조용하게 쉬고 싶었다. 올해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해보고 싶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 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 아흑). 그래서 지리산 근처에 숙소를 잡고 빈둥거리며 먹고, 걷고, 책 읽고, 마시고, 늦잠과 낮잠을 자면서 지내보기로 결정. 금요일 근무를 끝내고 토요일부터 가 있기로 결심했는데, 예약문의를 너무 늦게 하는 바람에 방이 월요일부터밖에 없었다. 주말도 그냥 서울에서 보내기는 아쉬워 일요일에 친구와 속초로 떠나기로 했다. 친구는 월요일 휴가를 냈고, 우리는 일요일을 함께 보내고 월요일에 속초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속초로 가는 직행버스가 있는데, 소요시간이 놀랍게도 2시간 10분이다. 그리고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버스터미널에서 10분 거리라 가뿐하게 걸어서 갈 수 있다. 금요일 퇴근을 하고도 충분히 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친구와 일요일 한적한 속초 바닷길을 걸으면서 다음에 또 오자고 미리부터 얘기했다.

     

     

     

     

     

       속초에서 이층침대가 두 개 있는 방에서 잤다. 이층침대에서 자는 건 나의 로망이었는데, 사실 그 로망을 실현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2인실 방이 꽉 찼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4인실 방을 예약했다. 그런데 나의 로망을 실현해보니, 자면서 몸부림을 심하게 치는데 그때마다 침대가 삐그덕거렸다. 침대가 부실한 건 아니었는데 소리가 계속 나다보니, 나는 괜찮은데 혹시 친구 잠에 방해될까봐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왠지 좋았다. 여행에 이층침대. 휴가가 일주일이나 남았으니, 좋지 않은 게 없었다. 모든 게 천국이었다.

     

     

     

     

     

     

     

       그리고 나의 대부분의 여행이 그렇듯이 엄청나게 많이 먹어댔다. 체크인이 3시라 숙소에 가방만 맡겨놓고 아바이 마을로 가서 순대를 먹겠다고 나섰는데, 방향이 헷갈려서 중앙시장 쪽으로 가게 됐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상자를 들고 다니길래 뭔가 봤더니, 닭강정 포장박스였다. 아무래도 속초에서는 저걸 먹어야 되나 보다 하고 한 상자 사들고, 아바이 마을로 가서 오징어 순대와 순대국, 옥수수 동동주를 먹어주었다. 그리고 언제 잡힐 지 모를 할아버지들의 고요한 바다낚시 구경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등대까지 달렸다. 양쪽에서 방파제에 바닷물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나는 친구에게 좋다, 좋다, 너무 좋다, 라고 연발했다. 자전거 타면서 많이 웃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도로묵과 양미리 구이 파는 곳이 있어 자리 잡고 앉아 도로묵 양미리 만원 치와 병맥주 세 병을 마셔주고, 절대 술 먹고 자전거 타지 말라는 주인 아줌마의 충고를 듣고 자전거를 끌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는 테라스에 앉아 누군가 나오길 기다리며 닭강정에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으나, 추운 날씨에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적당히 먹고 치우고 방으로 들어와 가져온 <애니홀> DVD를 보다 잠들었다. 나는 바로 잠들고, 친구는 졸다가 깨서는 앞으로 돌리고, 다시 졸다가 깨서는 앞으로 돌리고 그랬단다. 결국 다음날 아침에 둘이서 다시 봤다.

     

     

     

     

     

     

       나는 전라도 남원까지 가야 했고, 강원도에서 전라도 가는 차편이 이렇게 없을지 예상도 못한 터라 아침만 챙겨먹고 전주가는 버스를 탔다. 아, 조식. 게스트하우스에 토스트랑 커피 등의 조식을 무한 제공했는데, 아기자기하게 잘 꾸민 공간에 앉아 월요일인데도 출근 걱정 없이, 회사 스트레스 없이,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아, 행복하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 오자, 라고 다짐하며 친구와는 헤어졌다. 나는 친구와 헤어지고 전라도 산내까지 장장 9시간을 버스만 탔다. 책을 읽어도, 애니팡을 해도, 음악을 들어도, 멍하게 창밖만 보고 있어도, 자다 깨도, 도착할려면 아직 멀었다. 전주까지 가는 데도 얼마나 많이 세우던지. 다시 서울갔다 산내 가는 게 더 빠를 뻔 했다. 친구는 버스를 바로 타지 않고 (서울까지는 겨우 2시간 10분이니까! 흑) 낙산사에도 가고, 해수욕장을 옆에 끼고 자전거도 타고, 바닷가에서 맥주도 한 캔 마시고 그랬단다. 속초 여행 이야기는 여기서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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