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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과 바다 - 밑줄긋기
    서재를쌓다 2012. 5. 16. 21:14

    노인과 바다 (반양장)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문학동네

     

     

        책이 아주 잘 읽히는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짧은 두께의 책들을 읽고 있는 탓이긴 하지만. 독서욕구가 마구마구 샘솟는 요즈음. 그동안 뜸했었지. 어느새 일반회원이 되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한 무더기의 책을 주문했다. 이걸 다 읽고 나면 여름이 와 있겠지. 이번주 월요일에는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 아침 출근길에 시작해서 저녁 퇴근길에 연이어 읽고, 집에 와 씻고 누워서 마저 읽었다. 노인은 청새치와 싸우고, 상어떼와 싸웠지만, 나는 잠과 싸웠다. 요즘 하도 일찍 자는 습관이 들어서 10시 전에 자는 일이 부지기수. (오늘은 적도의 남자를 봐야 하므로 버텨야 한다!) 졸린데 기필코 다 읽고 자야겠는 거다. 졸다가 깨고 또 졸다가 깨서 책을 읽어 나가던 중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마지막 장을 덮고 한동안 잠들지 못했다. 하도 모퉁이를 접어서 꾸깃꾸깃해진 책. 여기에 그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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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은 언제나 바다를 '라 마르(la mar)'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사람들이 바다를 다정하게 부를 때 쓰는 스페인어였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따금 바다를 나쁘게 말하긴 하지만 그런 때도 항상 바다를 여자처럼 여기며 말했다. (...) 하지만 노인은 언제나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했고, 큰 호의를 베풀어주거나 거절하는 어떤 존재로 생각했다. 만약 바다가 사납고 약한 행동을 한다면 그건 바다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러는 것이었다. 여자와 마찬가지로 바다는 달의 영향을 받는다는 게 노인의 생각이었다.

    -p.31

     

       그러다가 돌아서서는 미끼를 삼키겠지, 노인은 생각했다. 그는 이 생각만은 소리 내서 말하지 않았다. 좋은 일을 미리 입 밖에 꺼냈다가는 한순간 날아가버릴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p.45

     

       노인은 언젠가 청새치 한 쌍 가운데 한 놈을 잡은 일이 생각났다. 청새치 수놈은 언제나 암놈이 먼저 먹이를 먹도록 양보한다. 그래서 낚싯바늘에 걸린 암놈은 공포에 질린 채 필사적으로 격렬하게 저항했고, 그 바람에 금세 기진맥진해버렸다. 수놈은 그동안 내내 낚싯줄을 넘어다니거나 암놈을 따라 수면을 빙 돌거나 하며 암놈 곁을 떠나지 않았다. 놈이 암놈 곁에 너무 붙어 있어서 노인은 놈이 꼬리로 낚싯줄을 끊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청새치의 꼬리는 큰 낫처럼 날카롭고 크기나 모양도 큰 낫과 거의 비슷하게 생겼던 것이다. 노인이 암놈을 갈고리로 찍고 몽둥이로 후려쳤을 때, 그러니까 양날 검처럼 길고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사포처럼 깔깔한 주동이를 움켜잡고는 대가리 윗부분을 몽둥이로 마구 후려쳐서 몸통이 거의 거울 뒷면 같은 색깔로 변하도록 만들었을 때도, 그런 다음 소년의 도움을 받아 암놈을 배 위로 끌어올렸을 때도, 수놈은 배 주위를 떠나지 않고 서성거렸다. 그러다가 노인이 낚싯줄을 정리하고 작살을 준비하고 있을 때, 수놈은 배 옆에서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라 암놈이 있는 자리를 한 번 바라보고는, 연보라색 가슴지느러미를 날개처럼 활짝 펼친 채 연보라색 넓은 줄무늬를 내보이며 바다로 떨어져 깊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참 아름다운 놈이었지. 그리고 끝까지 암놈 곁을 안 떠나려고 했어. 노인은 기억을 되새겼다.

    - p. 51-52

     

       "반쪽짜리 물고기야." 노인은 말했다. "물고기였던 물고기야. (....)

    -p.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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