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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4 Way Home
    서재를쌓다 2012. 1. 30. 21:05

       2012년 들어 두 권의 만화책을 읽었다. <심야식당>은 이제 거의 의리 수준이다. 계속 모으던 거라 모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권. 이 책. <우리, 선화>.


        어제 가만히 누워 있는데 문자가 왔다. 어제 나는 조금 쓸쓸한 상태였는데, 그래서 아무 것도 하지않고 그저 누워만 있었는데, 그 때 그 문자가 왔다. 내 이름으로 시작해서, 추운저녁, 이라는 말과 다정하고 따뜻하게, 라는 말이 들어가는 네 줄의 문자였다. 나는 이 문자가 지금 이 시간에 내게 와 주어서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말은 하지 못하고 그저 계속 누워만 있어요, 라고 했다. 오늘도 여전히 나는 조금 쓸쓸한 상태였다. 그래서 황정은의 새소설집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 이 책을 시작한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하나의 단편을 읽고, 또 하나의 단편을 읽었다. 

        <우리 선화> 작가의 말. "<우리, 선화>는 학창 시절, 절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픽션이다. 나는 일흔을 훌쩍 넘기신 아버지, 다섯 살 많은 언니와 살고 있고, 내가 어릴 적 스님이 되신 어머니와는 꽤 오래 전부터 떨어져 살았다. 평범하지 않은 집에서 평범하게 살았다." 나는 이 만화를 1월의 어느 주말에 읽었는데 겨울 치고 꽤 따듯한 날이었다. 중간쯤 읽다 책을 덮고 조금 울다 다시 읽었다. 그 날도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이 만화가 지금 내게 와 주어서 다행이라고. 나와 똑같이 반응할 거 같은 사람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중간쯤 읽다 책을 덮고 조금 울 수 있는 사람.

        오늘 나는 집에 와 하이킥을 보고, 티비를 끄고 내 소리들을 오래 들었다. 시장에서 사온 따끈따끈한 두부를 낙지젓갈이랑 같이 먹는 소리, 치약을 반쯤 묻혀 양치하는 소리, 쾌변을 꿀꺽꿀꺽 들이키는 소리, 클렌징 폼을 쭉 짜내서는 얼굴에 마구 묻히고 씻어내는 소리, 아홉 개의 수건을 개는 소리, 여섯 쌍의 양말을 개는 소리.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윤계상은 별로인 것 같아.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둘 씩이나 되고, 아무 여자한테나 다 잘해주고, 맨날 농담입니다 하고. 전혀 인간적이지가 않잖아, 라고 생각하는 조금 쓸쓸한 밤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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