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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의 꽃
    음악을듣다 2011. 12. 21. 22:19

        어제부터 줄곧 아름다운 날들을 듣고 있다. 오늘 아침에 눈이 내렸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김이 잔뜩 서린 창 밖으로 눈송이 하나가 흩날렸다. 손가락으로 창을 닦아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도 아름다운 날들을 듣고 있었다. 갑자기 친구가 떠올랐다. 내가 여름의 꽃 가사를 보내니 친구는 요즘 계속 눈물이 난다고 했다. 우리는 올 여름, 대학로의 한 극장에 앉아 이 노래를 함께 들었다. 공연 뒤에 비가 왔고, 그 전에는 커피를 마셨다. 여름의 꽃을 반복해서 듣고 있으니, 대학로의 극장 오른쪽 앞자리에 앉아 그의 노래를 듣고 있는 우리 둘의 풍경이 그려졌다. 명절 연휴, 진주로 가는 일반 버스 제일 뒷자리 오른쪽에 앉아 차가 막히든 말든 재잘거리고 있는 우리 둘의 풍경이 그려졌다. 고속버스터미널의 한 카페에 앉아 라떼 하나씩을 시켜놓고 다리가 긴 의자 위에 올라가 서로의 실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풍경도 그려졌다. 내가 그런다.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다. 그런 나쁜 자식은 잊어버려라. 자기도 다 극복 못한 주제에. 어느 풍경에서든 그때 그 공간은 그대론데 주위에 사람은 없고, 우리 둘만 덩그러니 있다. 쓸쓸하지만 따듯하기도 한 그런 풍경.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은 우리 둘에게, 그가 노래한다.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아름다운 날들. 안녕, 안녕. 참 고마웠다고. 사랑했다고. 씨디에 있는 여름의 꽃 페이지의 사진처럼, 수십그루의 나무가 함께 출렁인다. 쏴아- 바람에 흔들리는 수만 개의 나뭇잎 소리. 안녕, 안녕. 참 고마웠다고. 사랑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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