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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겨울의 시작, 짙은
    음악을듣다 2009. 11. 22. 22:15

     
        짙은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작년이었고, 아주 추운 겨울이었다. 언젠가 싱클레어라는 잡지에 글을 실은 적이 있었는데, 고맙게도 그 뒤로 싱클레어에서 꾸준히 잡지를 보내 주신다. 어떤 달에는 씨디가 함께 있기도 했다. 그곳에서 그 겨울, 작은 공연에 초대해줬다. 독자들과 글을 보내는 이들이 함께 하는 자리였는데, 나는 그 날 이아립을 보러 갔었다. 그녀가 기타치고 노래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 친구랑 나는 충무로에서 만났다. 아마도 돈까스랑 우동을 먹었지. 그러고도 시간이 남았는데 딱히 들어갈 만한 데가 없어서 뜨끈뜨끈한 캔커피를 사들고 몇 백년이 되었을 것만 같은 커다란 나무 근처 벤치에 앉았다. 아주아주 추웠는데, 아주아주 따뜻하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그랬다. 거기에 앉아서 이아립 언니(양치기가 그렇게 부르니까 나도 그렇게 불러보아야지)가 기타를 들고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조그마한 카페였다. 이름이 뭐였더라. 책도 있었고, 맥주도 있었다. 친구랑 나는 맥주 한 병씩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중간중간 퀴즈시간도 있었고,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였다. 거기서 짙은을 봤다. 그가 쓱 나와서 인사를 하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나는 그 때, 그의 노래를 하나도 몰랐으니까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나비섬'을 불렀던 것 같고, '곁에'는 불렀었나. 나는 나중에 '곁에'를 아주 좋아하게 됐으니까 그 때 불렀었으면 좋겠다. '시크릿'은 확실하게 불렀던 거 같다. '시크릿'을 부르겠다고 하니까 내 주위에 있던 그의 팬이 아주아주 좋아하면서 따라불렀으니까. 나는 그 때는 그냥 몇 살일까, 우리 또래일까 정도가 궁금했었는데 나중에 앨범을 듣게 되면서, 그의 노래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 계절, 계속 엠피쓰리 플레이어로 그의 노래들을 들었다. '곁에'는 무한반복. 가만히 듣고 있으면 아득해지는 느낌이 좋다. 그러면서 그 때, 쭈빗거리며 뭘 부를까요, 말하던 뿔테 안경 너머의 그의 표정이 떠오르고.

        그러니까, 이 글은 그의 공연에 가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기대평을 남기면 '그 겨울의 시작'이라는 제목의 공연에 초대해 준다기에. 이제 나도 그 때 내 옆에 앉아계셨던 그 팬처럼 '시크릿'을 부를 거예요, 라고 말하면 캭- 소리지르며, 함께 따라부를 수 있으니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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