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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 부산, 가을방학
    여행을가다 2011. 10. 20. 23:41



        Y언니가 이런 귀여운 경비내역서를 보내줬다. 이런저런 일에 치여 부산에 다녀온 기억이 지워져가고 있었는데, 언니가 보내준 내역서 '덕분에' 그 날이 떠올랐다. 가을에 부산에 다녀왔다. 바다도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많이 걷고, 그 덕에 피곤했지만 꽉찬 주말을 보내고 올라왔다. 아침 일찍 서울역에 가서 케이티엑스 타고 출발해서 다음날도 숙소에서 일찍 일어나 조식을 챙겨먹고 첫상영 영화를 봤다. 입장시간에 늦을까봐 엄청나게 뛰었지. 땀이 뻘뻘 났다. 영화도 못 보고 올라올까봐 자리 있는 거 아무거나 예매했는데 영화도 괜찮았다. 크레딧 올라갈 때 좋았던 배경음악 제목들을 적어뒀는데 아직까지 찾아보질 못했네. 광화문에 있는 통닭집에서였다. Y언니와 나는 카레냄새가 나는 바삭 튀겨진 닭튀김을 먹고 있었다. Y언니가 말했다. "그 언니도 그렇게 참고 견디는데, 내가 그동안 너무 열심히 안 살았나 생각이 드는거야." 그건 언니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내 이야기이기도 했다. 일본어 학원은 6개월 미뤄졌다. 다음달부터 늘 바라던 그것을 실행해보기도 했다. 서른둘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1년. 10월의 어느 멋진 날. Y언니와 다녀온 우리의 부산 영화제. :)

    영화 기자 트위터에서 보고 찾아간 중국집. 정말 싱싱한 해물이 가득한 광동면이었다. 진짜 맛있음.


    감천동에서는 전망대에서 오래 머물렀다. 하늘이 가까웠고, 바다도 보였고, 까마귀가 울었고, 바람이 불었다. 조금 슬픈 노래들을 함께 들었다. 김광진의 편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이소라의 사랑이야.


    해운대 바닷가에 앉아 해가 지는 풍경을 지켜봤다. 파도소리. 바다. 사람들 소리. 그리고 바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회를 먹고 소주를 마셨다. 디게 비싸고 싱싱하지도 않은 횟집이었는데, 술에 취하니 그것도 좋았다. 나는 가수다 노래를 아주 크게 틀어주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데, 술에 취하니 그것도 좋았다. 언니는 스끼다시에 콘치즈가 없다고, 그건 말이 안 된다고 투덜투덜. 나는 바다를 앞에 두고 이렇게 싱싱하지 않은 회를 먹게 되다니 투덜투덜. 내가 보는 풍경은 저랬고, 건너편에 앉은 언니가 술 마시며 바라본 풍경은 깜깜한 암흑의 바다였다. 술 마시면서 언니가 자꾸 바다에 뛰어들고 싶다느니 이상한 소릴 했는데 그건 언니가 바라본 풍경이 그랬기 때문이라는 걸 술 다 마실 때쯤 알았다.


    꼭 한번 묵어보고 싶었습니다. 토요코인 숙소. 이불이 가벼운데 정말 따듯했다.


    신나게 달린 덕분에 지각하지 않고, 영화 감상. 제목은 회색 거짓말. 이스라엘 영화였다.


    사랑합니다. 밀면님. 그 뒤로 많이 생각났어요. 어찌나 시원하던지. 다음 번에도 다시 만납시다.




    저어어어어어기기기 탕웨이와 금성무가 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아쉽고 아쉬워서, 출근하기 싫어서, 주말이 끝나는 게 싫어서 우울하고 우울했다.


    다음날을 위해 건배하고 헤어짐. 아직 부산에서 산 로또를 맞춰보지 않고 있다. 이번 주말에 맞춰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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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생긴 우리들의 2011년 10월의 추억. 잊지 않으려고 쓰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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