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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다방

오늘의 쇼핑

by GoldSoul 2011. 3. 30.

   합정역에서 내려 나의 산책코스를 따라 걸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토끼의 지혜에 갔는데, 거기서 마신 드립커피가 너무 맛있었다. 내 산책코스에 커피 로스팅하는 곳이 있다. 네이버에서 커피 이름 검색하고 가니, 매장 이전. 다시 홍대에서 합정역까지 걸었다. 내가 반했던 커피는 코스타니카인데, 보니까 선물하기에 좋은 커피라고 쓰여져 있었다. 가벼운 맛이라고. 제일 작은 양이 100g이란다. 가방에 넣고 걷는데 가방 안에서 커피 내음이 폴폴. 친구가 큼지막한 텀블러도 선물해줬다. 아침에 커피 내리고 지하철 타야지. 요즘 만성피로다. 커피를 마셔야 잠이 깨는 것 같다니까.

   사가정역에 내려서는 오랜만에 마트 쇼핑을 했다. 집에 카레가루가 있으니까, 카레재료를 샀다. 감자를 사고, 당근을 사고, 양파를 샀다. 세일하는 양송이 버섯과 깐새우도 샀다. 아사히 캔맥주도 하나 사고, 카스 캔맥주도 하나 샀다. 하나에 천원하는 월병도 4개 샀다. 드라마 <신참자>에서 가가 형사님께서 그러신다. 단 걸 먹으면 머리 회전이 빨라진다고. <신참자>는 니혼바시라는 지역에서 일어난 한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의 뒷이야기라고 할까, 소소하고 따스한 추리물인데 니혼바시의 먹을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것들이 니혼바시의 명물 맞겠지?) 센베이, 닌교야키, 붕어빵 등등. 닌교야키는 마지막까지 계속 등장하는데 (지금 10회 초반 보고 있음) 진짜 먹고 싶어 죽겠다. 아직 가가 형사님은 줄서서 먹어야 제 맛인 붕어빵은 먹지 못한 상태. 드라마 보고 튼실한 붕어빵이 너무 먹고 싶어졌다. 내일 을지로에서 내려서 사가지고 학원 가야겠다. 명동에서 비슷한 걸 파는 걸 봤거든.

   집에 와서는 옷 갈아 입고 카레를 만들기 시작했다. 양파를 썰고, 감자를 썰고, 당근은 아주 잘게 썰었다. 양송이 버섯도 썰고, 새우는 찬물에 씻었다. 냄비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양파를 볶고, 감자를 볶고, 버섯을 볶았다. 당근을 넣고, 새우도 넣었다. 맛있는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질 정도로 볶고나서 작은 컵 3개 반 분량의 물을 넣었다. 씻고 나오니 재료들이 다 익었다. 백세카레 약간 매운 맛 스프를 조금씩 뿌려주면서 저어줬다. 잡곡은 넣지 않고 흰쌀만 씻었다. 11시가 되면 취사 버튼을 눌러야지. 이게 바로 어제의 카레. 요즘 일본어를 배우고 있으니까, 키노루노카레데쓰. 어제의 카레가 더 맛있으니까, 내일 아침에 먹으면 완전 맛있을 거야. 이거 먹으려면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 오늘 일찍 자야지. 

    그리고 맥주 한 잔하고 있다. 오늘 훈제치즈를 선물 받았거든. 저번에 술자리에서 먹었는데, 놀라운 맛이었다. 너무 맛있었는데 안주로 나온 양이 너무 작아서 아껴 먹었었다. 그때 내가 너무 좋아했던 걸 기억하는 분이 아침에 책상 위에 하늘색 리본 묶어서 예쁘게 놓아두셨더라. 그러니까 지금 아사히 맥주에 훈제 치즈 먹고 있다는 말씀. 이 놀라운 맛. 오늘의 만족스러운 쇼핑 끝. 내일은 조금 얇은 옷을 입어야겠다. 어느새 봄이 훌쩍, 아니 여름이 훌쩍 다가왔다. 조금 더 밝게, 조금 더 행복하게. 그렇게 지내보자. 응. 그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