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0일, 어제의 레시피
1. 지하철에서 저녁을 굶자고 결심한다. 살을 빼야한다. 살이 찌고 있다. 고로 먹으면 안된다.
2. 나는야 의지박약 인간. 지하철에서 나오자마자 떡볶이 포장마차로 직행.
3. 튀김 3개, 떡볶이 천 원치 살려고, 튀김 김말이, 오징어 2개 골랐는데 튀김값이 올랐단다. 헉. 말도 안돼. 이제 튀김 2개에 천 원이란다. 맙소사. 인정할 수 없지만, 일단 김말이 하나에 오징어 하나 골랐음. 떡볶이도 이것밖에 안 주고. 아저씨 흑.
4. 집에 들어오자마자 수도 얼지 않았나 확인하고, 보일러 외출에서 실내로 돌리고 오렌지쥬스랑 냠냠.
그리고, 1월 11일의 이야기.
눈이 온다. 눈이 너무 예쁘게 와서, 생각보다 안 추워서 홍대까지 걸었다. 친구가 사 준 파란색 우산을 처음 폈다. 아, 정말 눈이 예쁘게 오는구나 신나게 걸었다. 넘어지면 안 되니까, 장갑 끼고 주머니에서 손 빼고.
러쉬에 들러 맥주 샴푸를 샀다. 이거 다시 쓰고나서 머리했냐는 이야기 들었다. 캬오. 이제 완전 애용하는 수밖에. 샤워비누도 샀다. 러쉬비누는 비싸고 빨리 닿아버리지만, 욕실에 두면 좋은 향기도 나고 아침 샤워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 킁킁거리며 진열되어 있는 비누향을 다 맡아봤다. 애용하던 락스타는 잠시 안녕. 너는 여름에 다시 써줄게. '술타나'와 '픽스앤리브스'라는 비누 구입. 술타나에는 건포도가, 픽스앤리브스에는 무화과즙이 들어있단다. 올리브영에도 들렀다. 아침에 입냄새 안 난다는 치약도 사고, 연어후리가케도 사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맛있는 미소장국이 완성된다는 유우게즉석된장국도 샀다. 지하철 안 컵케이크 파는 가게에서 라떼도 한 잔 사서 마셨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 보일러 실내로 돌리고, 수도 안 얼었나 확인하고 렌즈 빼고 나서 설거지를 했다. 컵도 씻고, 접시도 씻고, 숟가락도 씻고, 젓가락도 씻었다. 안방만 물티슈로 슬쩍 닦아주고, 세수도 하고 발도 씻었다. 아침에 입냄새 안 난다는 치약으로 양치질도 했다. 아이크림도 바르고, 수분크림도 발랐다. 손톱을 자르까 망설이다가 매니큐어를 발랐다. 이게 은근히 기분전환이 된다. 물을 끓이고 자스민 잎을 넣었다. 이제 차를 마실 거다. 이런 날도 있다. 눈이 오지만 사케도 맥주도 마시지 않는 날. 사람도 만나지 않고, 집에 들어오는 날. 그나저나 후리가께는 어떻게 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일요일에 <심장이 뛴다>를 봤는데, 완전 114분의 신파였다. 어쩜 영화 스토리를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놨는지. 배우들이 아깝다. 내 돈도 아깝고. 지금 케이블에서 <내 깡패같은 애인> 한다. 여긴 눈 오는데, 영화에선 비 오네. 좋다, 비 소리. 이렇게 눈 내리는 화요일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