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010년
    모퉁이다방 2010. 12. 26. 22:38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친구는 우리를 불러놓고 스파게티에 피자에, 케잌까지 만들어줬다. 지난해처럼 다들 친구 집에 모여서 음식을 나눠먹고 맥주를 마셨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웃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에는 작년처럼 무작정 루시드폴 공연장에 찾아갔는데 현장 표가 딱 한 장 남았다고 했다. 올해는 혼자가 아니였으므로, 아쉬웠지만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사실 코엑스는 너무 붐벼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신 친구랑 둘이서 맛있는 거 먹었다. 세계맥주도 마셨다. 헤어지면서 친구가 집에 들어가서 보라며 냉정과 열정 사이 DVD를 선물해줬다. 친구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DVD를 사갔다. 

     
     

        11월에는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봤다. Y언니는 우리가 이 뮤지컬을 본 지가 5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그 때, 언니와 나는 엄기준 베르테르를 두 번 봤다. 그리고 김다현 팬카페 뒷풀이에도 따라갔었다. 돌뿌리 씬에서 눈물을 흘렸고, 매일매일 뮤지컬 CD를 되풀이해서 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생생한 넘버들. 송창의가 캐스팅되었단 소식에, 이 뮤지컬을 보지 않으면 겨울을 맞이할 수 없다 생각했었는데, 그 정도로 송창의가 베르테르의 모습에 어울린다 생각했는데. 이번 공연은 연출이 너무 과했다. 그래서 돌뿌리 씬에서도 감동할 수 없었고, 많은 장면들이 안타까웠다. 마지막의 송창의의 샤방샤방한 미소가 아니었다면 정말정말 후회했을 무대. 생각했다. 5년 전이라 가능했던 슬픔이었을까. 나는 베르테르에 이제 감흥할 수 없는 나이가 될 걸까.




        12월에는 바다에 다녀왔다. 아주 조용한 바다였다. 그 곳에서 아슬아슬하게 일몰을 봤다. 조용해서 조금은 슬픈 일몰이었다. 조용히 바닷가를 걸었다. 올해 내가 가졌던 마음들을 그 날 버렸다. 올해 나는 가끔씩 그렇지만 아닌 척 했다. 그 마음들을 버렸다. 나는 이제 아니니까 아닌 척 할 거다. 그러니까 척이 아니다. 아니니까 아니다. 그렇지만 아닌 척 하는 건 좀 슬펐다. 서해바다는 소리가 없더라. 파도도 없더라. 나도 그렇게 2010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셜 네트워크도 보았고, 째째한 로맨스도 보았다. 보통날의 파스타도 읽었고, 인생 이맛이다도 읽었다. 조금만 더 가까이에 나왔던 배우가 시크릿 가든에 나온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가까이도 보았고, 시크릿 가든도 보고 있다. 큐토를 보았고, 호타루의 빛을 보고 있다. 친구가 강추하는 친애하는 아버님을 다운받아 놓았다. 늘 갖고 싶었던 몰스킨 다이어리도 샀다. 12월에는 카드값이 너무 많이 나와 1월에는 근검절약해야한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만나야지, 생각한다. 그들과 맥주도 마셔야지 생각한다. 책도 읽어야지 생각한다. 영화도 보아야지 생각한다. 공연도 보아야지 생각한다. 2010년 서른 둘이 된다. 점점 믿겨지지 않는 나이들이 매년 내 나이가 되고 있다. 그만큼 성장하고 있는가. 매년 묻지만 내 대답은 노우. 언제쯤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지막 주다. 조용히, 너를 보내야지. 조용히.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