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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이 왔다
    모퉁이다방 2010. 2. 25. 00:22

        봄이 왔다. 오늘 계속 겨드랑이에 땀이 찼다. 겨울이 갔다. 이번 겨울은 정말 추웠지. 정말 추웠어. 봄이 오는 건 어색하고, 징글징글한 추위였지만 겨울이 가는 것도 아쉽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딱 고 사이에 서 있는 나. 오늘은 늦게 끝났고, 좀 걸었다. 합정에서 홍대까지 걸었다. 공기는 따듯하고, 바람이 불었다. 봄바람. 아니, 초봄바람. 아니, 초봄 밤바람. 정말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초봄 밤바람이었다. 홍대까지 걸어가 컵케잌을 4개 샀다. 하나는 해피버스데이. 하나는 내일 날짜를 초콜렛으로 새겼다. 내일은 지인의 생일. 그녀와 나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는 서로를 알지 못했는데, 같은 공간에 같은 노래를 듣고 있었다. 1월에 술을 마시고, 또 술을 마시러 가는 택시 안에서 우리가 그 날,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늘 나는 그녀에게 루시드 폴 인터뷰가 실린 무비위크를 건넸다. 이 인터뷰 사진이 진짜 마음에 든다니까. 그녀는 자주 내게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를 한다. 왜 이렇게 그 말이 어색하지. 그냥 고마워요, 라고 해 주면 좋겠는데. 내일 내가 이 컵케잌을 건네면, 그녀가 고마워요, 해 줬으면 좋겠다. 돌아오는 길에 카모메에 들러 구운명란 주먹밥 세 개를 샀다. 내일 우리집 아침밥. 영화를 못 보고 있다. 봄이 오면 날씨가 좋아서 더 못 볼텐데. 술을 일주일 넘게 안 마셨다. 봄이 오면 날씨가 좋아서 술도 자주 마시겠지. 아, 보고 싶은 영화들이 쌓였다. 편혜영의  장편이 나왔다. 주문하러 가야지. 

        아, 정말 봄이 왔다. 내일은 어떻게 입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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