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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는 밤
    티비를보다 2009. 4. 29. 00:21


        집에 들어와서 손이며 발이며 얼굴이며 깨끗이 씻고, 동생이 돈들여 사온 화장품들을 꼼꼼하게 바르고 (생색녀), 오늘 내가 산 아이크림도 아껴 바르고 (피부 나이는 일 년씩 나이드는 게 아니니까) 뽀송뽀송한 얼굴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지하철 안에서 엠피쓰리 플레이어로 옮겨 놓은 '유희열의 스케치북' 첫 방송을 보다 말았다. 이소라가 나왔는데, 첫 곡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였다. 이소라 옆에 기타가 한 대 세워져 있었다. 아무도 연주하지 않는데, 그 기타에서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소라의 노래가 시작됐다. '너에게 편지를 써 모든 걸 말하겠어.' 아침의 지하철에서 이 노래를 듣고 먹먹해졌던 때가 있었다. 나는 편지를 쓸 너도, 모든 걸 말할 무엇도 없는 사람인데도 그랬다. 그냥 갑자기 누군가 그리워졌다. 

        컴퓨터를 켜고 바탕화면에 저장해두었던 '스케치북' 파일을 열었다. 다시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기타에서 소리가 났다. 이소라가 노래했다. '너에게 편지를 써 모든 걸 말하겠어.' 냉장고에 아껴두었던 캔맥주를 따는 수밖에 없었다.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그 편지를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유희열과의 만담 끝에 이어진 노래. 3번 트랙. 아, 정말 우연찮게도 이 노래를 오늘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오면서 들었다. 8번 트랙도 아닌, 3번 트랙이라니. 이건 왠지 소소한 데자뷰 아닌가 혼자서 생각하고 좋아라 했다. 난 단순한 아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골목길을 걸어오면서 들은 노래는 이소라 혼자 노래하는 것 말고 이한철과 토마스 등이 함께 노래하는 버전이었지만. 두 버전 다 좋다.

       언니네 이발관도 나왔다. '아름다운 것'을 불러주었다. 이 노래를 부를 때 이석원의 표정은 왜 이렇게 슬픈지. 살이 더 빠져서 그런지 더 슬퍼보인다. 맥주 한 캔은 이미 비워졌고, 12시부터는 메리이모들의 공감 방송 봐야되는데. 그래서 슈퍼가서 한 캔 더 사왔다. 동생은 옆에서 또 내일 일어나면서 '왜 이렇게 일어나는 게 힘들까' 골골할 거면서 먹지 마, 했지만. 이번주는 빨리 끝나고, 메리 이모들 공연은 닥본사해줘야 하니까. 아아, 이제 시작한다. 엠피쓰리없이 오후를 보낼 수 없다는 친절한 J씨의 말처럼, 음악없이 단 하루도 보낼 수 없다. 12시가 넘었고, 공감 방송 시작했고, 메리 이모들 보이기 시작하고, 나 한 캔 더 딴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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