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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의 왈츠
    무대를보다 2009. 3. 29. 22:36



        토요일엔 세계음악기행 공개방송에 다녀왔다. 내가 좋아하는 이바디와, H씨가 좋아하는 이승열이 함께 하는 무대. 더군다나 공연장은 스페이스 공감. '세계음악'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았던 1부가 끝나고, 드디어 2부, 라이브 무대. 이승열'님'이 나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줬다. '기다림'을 불러주었으면 하고 바랬지만, '가면'과 '드림머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레이첼 야마가타의 'Be be your love'를 불러주셨다. 내 주위에 이승열 노래를 울면서 듣는다는 사람들이 있는데(특히 H씨), 음. 그럴만 하다. 가사는 잘 들리지 않지만, 듣지 않아도 느껴지는 뭔가 깊은 울림이 있다.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울림. 그러니까 이승열 노래는 한 두 번만 들어서는 쉽게 좋아질 순 없다. 여러 번 들어야 그 진심이 묵직하게 느껴지는 듯. 어제의 공연은 배경도 그랬고, 악기 소리도 그랬고, 뭔가 우주 속을 둥둥 유영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둥둥. 

        그리고 이바디. H씨는 최근에 이바디 음악을 처음 듣기 시작했는데, 그게 나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오늘은 비가 오니깐 이바디를 들어요',라고 했던 말 '덕분'이라고. 응. 비가 오면 이바디를 들어야 한다. 또 봄에 듣기 좋은 음악이다. 그래서 요즘 다시 이바디 음악을 듣고 있다. 최근에 나온 1.5집은 많이는 못 들었지만 너무 슬픈 느낌이고, 1집은 들으면 편안해진다. 토닥토닥, 위로의 선율을 건네는 느낌. 어제의 무대에서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 '초코캣'(그 맑은 울림의 악기소리. 코코넛으로 만들어졌다는 전통악기라고 했다), 'Secret Waltz'(다시 승열님이 나와주셨다 ㅠ), '그리움'을 들려주었다. 아,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봄의 선곡. 정말 이상하게도, 그래, 난 이바디 무대를 '무척' 보고 싶었으니 이상할 것까진 없지만. 그리고 난 울보니까.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듣는데, 마지막 부분의 가사가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하는 거다. 이 가사다. '우릴 발견했을 땐 너무 낡았고, 제법 여러번 아픔을 견딘 우린 너무 아름다운 존재였단 걸 너무 모른 건 아닐까'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다.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응. 정말 눈물이 났다. 

        마지막에 PD님이 음반 20장을 가지고 나오셔서 추첨해서 선물로 주셨는데, 이바디 1.5집이 여러 장 있어서 우리는 '간절히' 당첨되기를 바랬건만. 역시 공짜를 너무 밝히면 안되는 법인가 보다. 그리고 이비에스 건물을 나와서 양재역쪽으로 걸어갔다. 오늘의 무대가 얼마나 좋았는지 H씨와 나는 이야기했고,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길가에 노오란 개나리꽃이 무성했다. 아, 봄이 왔고, 우린 이승열과 이바디를 만났고, 양재닭집에서 바삭바삭한 닭에다가 시원한 맥주를 벌컥대며 마셨다. 맛난 술과 좋은 음악, 좋은 사람과 함께 있으니 그 밤이 행복했다.

        그 날, 나는 H씨에게 호란에 대한 나의 무한한 애정을 고백했다. 그녀의 노래들이 그동안 내게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프로필의 몇 문장에 얼마나 동감했는지. 처음에는 왠지 도도해보이고 새초롬해 보이는(입술을 살짝 오므릴때) 표정이 조금 그랬지만, 나는 이제 그녀의 볼에 있는 보조개까지 사랑스럽다. 처음 그녀를 실제로 본 건 마이앤트메리 클럽 타 공연장에서였는데, 그녀는 그 날 인도풍의 아주 예쁜 의상을 입고 나와서 매력적인 노래를 토마스와 함께 불러줬다. 그리고 이건 화장실에서 들은 건데, 노래를 끝낸 후 공연장 뒤에서 신나게 춤추며 공연을 즐겼다고. 오늘은 도서관에 들러 <다카포>를 빌려왔다.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프로필. 프로필이라기 보다는 자기소개글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문장들이다.

    '휴일 최소 열두 시간 이상 수면'을 자존심처럼 생각하고 있고, 만화방에 던져두면 속세를 잊을 정도로 빠져들어 종종 현실 복귀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첫인상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인간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과는 좀처럼 친해지지 못하는 핸디캡도 있다.

       아. <햄릿>도 읽을 거다. 책장에서 찾아 꺼내뒀다. 이번 1.5집의 컨셉이 오필리어인데, 호란이 가사를 전부 썼단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시나리오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노래들이라고. 'Secret Waltz'를 부를 때, 이승열을 햄릿,이라고 소개했다. 헤헤- 1.5집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들어야지. 난 뭐든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것을 따라하기 좋아하는 따라쟁이라서, 그녀가 이번에 자신이 요즘 자주 하는 행동이라고 이야기해주었던, 뭔가 영감이 떠오르면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손등에 펜으로 그것들을 적어두곤 하는 그 멋진 행동도 꼭 해 봐야지. 그리고 그녀가 무대 위에서 두 번이나 썼던 '담뿍'이라는 부사도 애용해야지. 그녀가 그 말을 내뱉으니 뭔가 정말 풍성한 '담뿍'의 기분좋은 어감이 느껴졌다. 담뿍. 담뿍. 담뿍. 고마웠어요, '그 날의 노래들. 내겐 너무 큰 의미였어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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