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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 메아리 칠 때
    모퉁이다방 2008. 9. 20. 15:00


    - 안다성 노래. 사랑이 메아리 칠 때


    비님이 오신다. 오늘은 늦잠을 자고, 자장면과 볶음밥을 시켜먹고, 최민호 선수가 나온 무릎팍 도사를 봤다. 작은 방 창문을 열어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비님 오시는 소리에 이 노래가 생각났다. 

    자연주의 살림법이란 제목의 TV 다큐 프로그램에서 한 한복 디자이너가 천장의 등에 한지를 찢어 붙이며 장식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고, 남편과 많은 시간 떨어져 지낸다. 이외수 선생을 찾아간 화천에서 그녀가 이 노래를 불렀다. 나는 자유주의 살림법이라고 하지만, 우리같은 사람들은 전혀 따라할 수 없는 화려한 살림법이라 생각하며 방 안의 먼지를 손바닥으로 훔치고 있는 중이었다.

    아 아 진정 이토록 못 잊을 줄은. 이 가사였던 것 같다. 이 가사가 좋아서 얼른 수첩을 펼쳐서 적어뒀다. 아 아 진정 이토록 못 잊을 줄은. 그리고 그 밤, 인터넷에서 이름이 오래된 산성(山城)과 닮은 옛 가수의  노래, '사랑이 메아리 칠 때'를 찾아내서 그 밤 내내 들었다. 40여 년 전에 보낸 사랑의 메아리가 이제야 내게 도착하는 듯, 마음이 시렸다.

    오늘도 비님이 내리는 오후 내내 이 노래를 듣고 있다. 비 내리는 날에도 이사를 한다. 작은방 창문 밖의 풍경이다. 새하얀 장농이며 서랍들이 사다리차를 타고 3층집으로 올라간다. 오늘은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리고, 술 마신다고 못 본 세계테마기행 몽골편 2부와 4부를 찾아 볼 거다. 아마도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겠지. 옛날 노래 가사들은 다 시 같다, 정말.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흥얼거리다 한 순간 가슴이 먹먹해져 버린다. 한 순간.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느꼈을 때 나는 알아버렸네
    이미 그대 떠난 후라는 걸 나는 혼자 걷고 있던거지 갑자기 바람이 차가와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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