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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림 시인 북콘서트에 다녀와서
    무대를보다 2008. 5. 5. 13:56
       지난 수요일, 신경림 시인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신경림 시인도 시인이지만 노래 손님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신청하면서 꼭 당첨됐음 좋겠다 했는데 운 좋게도 초대받았다. 요조와 김광진. 신경림 시인은 이번에 <낙타>로 시집을 내셨고, 김광진씨는 '아는지'로 6년만에 컴백하셨고, 요조는 앨범 낸지는 좀 됐지만 요새 꽃미녀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더욱 유명해지고 있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홍대 상상마당으로 가서 요 세 분을 만났다. 생각만큼 좋았다. 뜻밖의 선물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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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조. 드디어 요조를 직접 만났다고요조. 왠지 무대 위에서 수줍음을 많이 탈 거라고 상상했었는데, 말도 잘 하고, 라이브도 잘 하고. 목소리가 어찌나 마음을 녹이던지. 슈슈..슈팅스타,로 시작하는 '슈팅스타'를 불렀다. 야호.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그리고 'LOVE'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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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교과서에 나오는 시는 진심으로 좋아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라고 요조가 말하자 신경림 시인께서 그래서 내 시가 교과서에 실린다 했더니 내 시인이 신경림이는 이제 망했다고 했어요, 라고 말씀하셔서 모두 웃어버렸다.




        요조가 낭송한 신경림 시인의 '즐거운 나의 집'. 시에 나오는 주소들은 시인께서 거주했던 진짜 주소들이란다. 사회자가 집에 관한 추억 하나만 말씀해주세요, 하니 술 마시고 집 목 찾아 들어간 적이 있어요. 이사한 새 집을 못 찾아가서 파출소로 가서 집 찾아달라 했죠, 하시는. 아, 이런 표현 좀 그렇지만 이 날 신경림 시인은 진정으로 귀여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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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진. '편지'를 직접 들었다. 이 노래만 들으면 마음이 이상해진다. 서늘해지기도 하고 따스해지기도 하고. 김광진씨를 직접 본 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덩치가 크셔서 놀랐다. 역시나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나와서 말씀하셨던 수익률 1위를 달성했던 더 클래식 펀드 이야기를 하시면서 여러분에게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동시에 주고 있는 유일한 가수입니다,라는 재치있는 멘트까지 날리셨다는.




       예전에 푸른밤 라디오를 듣다가 성시경씨가 김광진씨를 소개를 하는데, 그 전에 '마법의 성'을 들은 후였다. 저같으면 '마법의 성'같은 노래를 하나 만들면 평생 다른 거 안 하고 음악만 하고 살텐데 이 분은 펀드매니저에...로 시작하는 이야기였는데. 동감. 부럽습니다. 작곡에 수익률 1위 펀드 매니저에. 감성과 지성을 동시에 겸비한 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훗. 신곡 '아는지'까지 들었다. 이 노래 처음 들을 땐 왠지 밍숭맹숭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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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날 제가 흠뻑 반해버린 분이 있었는데, 신경림 시인의 후배 시인으로 나왔던 박성우 시인. 제가 생긴 건 측은지심이지만 무려 면장 딸이랑 연애를 해 봤습니다, 라는 식의 멘트로 객석을 유쾌하게 만들어주셨다. 문청때부터 동경해왔던 시인 옆에서 말을 하려니깐 제가 자꾸 헛소리를 하잖아요, 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이어가다 박성우 시인이 자신의 시를 하나 낭송했는데 어찌나 찌릿하던지 울어버렸다. 특히 이 부분 '잘 부탁합니다 허명순입니다'를 어찌나 맛깔나게 읊으시는지. 자신은 몸으로 먼저 시를 쓴다며. 시를 쓰려 했는데 괴로웠다는 관객의 질문에 자신은 그렇기도 하지만 시를 쓰는 순간이 너무나 즐겁다고. 이렇게 시를 써서 결혼도 하고, 딸도 생겼고, 하면서 허허허 농부같이 웃는다. 그런데 낭송할 때의 목소리는 천상 시인이다. 깊고 아득한.

       그만 울어버린 시는 바로 이 시다. 그 날 바쁘게 나와야해서 시집도 못 사고, 사인도 못 받았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주문했다. 박성우 시인의 시집 <가뜬한 잠>.
     

      봄날은 간다 
                              박성우

      깜장양말에 깜장구두다
      아코디언으로 주름잡는
      여섯 악사 모두
      깜장중절모에 깜장염색머리다

      느티나무 아래 평상은
      평상시 노는 할머니를 차지고
      행인들은 흘러간 옛노래를 따라
      느티나무 봄 그늘로 흘러들어온다

      손자에게 목욕가방을 맡긴
      할머니가 마이크 전해받는다
      잘 부탁합니다 허명순입니다
      여섯 악사들은 봄날은 간다고
      아코디언 주름을 접고 펴는데
      잘 부탁합니다 허명순입니다,
      에서 꿀을 먿은 할머니는
      연분홍 치마를 놓치고 놓쳐
      아코디언 반주만 봄날은 간다

      중절모 사회자의 시작 손짓에
      연분홍 치마 흩날리며 봄날은 가고
      허명순 할머니는 열아홉 허명순이로 간다

      열아홉 꽃망울은 복사꽃밭서 터지고
      복사가지 흔들흔들 꽃잎은 흩날린다
      어찌야 쓰까이 요로코롬 피어부러서,

      노래 마친 할머니도
      아코디언 연주하던 중절모들도
      할머니 봄날 앙큼하게 더듬어보던 나도
      느티나무 아래 평상도
      평상시 봄날로 간다


    그리고 이 시.


      삼학년
                   박성우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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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 시인은 시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시는 쓰는 사람은 고통스러울지라도 읽는 사람에게는 기쁨과 행복을 주어야 한다고.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라고. 나는 이 말을 메모하며 시가 있어 시인이 있어 다행이라고, 봄이 있고 가을이 있어 다행이라고, 음악이 있고 내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도 안되는 연산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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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 창비에서 <완득이> 10권을 나눠줬는데, 당첨! 그리고 알라딘 만우절 이벤트 1등에 당첨돼서 받은 아이리버 E100! 너무 좋아요! 완득이, 얼마나 사랑스런 녀석인지 몇 페이지만 읽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페이지도 술술 잘 넘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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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리고 홍대에서 맛집 발견. 튀김집인데 생맥을 판다. 맥주도 튀김도 아주 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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