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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조가 들려주는 사랑스런 추임새
    음악을듣다 2008. 3. 31. 11:18

       걷는 것만이 최고의 운동이라며 저녁 시간이 되면 중랑천으로 뛰쳐 나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걸어댔던 날들이 있었다. 무려 세 시간을 걸은 날도 있었다. (동생과 싸우고 뛰쳐나온 터라 체면상 빨리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나의 걷기 운동은 한 겨울에 무섭게 진행되었다. 한창 빠져있는 노래들을 엠피쓰리에 꽉 채워서 두 팔을 흔들며 걷다보면 코 끝이 빨개지고 겨드랑이에 땀이 차 오르면서 모든 게 잘 될 것 같은 무아지경에 빠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이 너무나 좋았다. 일석이조로 밤의 식욕도 사라졌다. 살도 빠졌다. 얼씨구나, 지화자 노래를 불렀었다. 그렇게 무아지경의 순간도, 체중이 줄어드는 것도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지.

       다이어트의 최대의 적. 밤 시간의 술. 마시면 되면 금방 밥 한 공기를 뚝딱 먹어치웠어도 금새 손이 가는 안주들. 비가 오는 날, 눈이 오는 날은 아무런 죄책감없이 쉬어주고. (한 번은 우산 쓰고 걸으러 나간 적도 있었다. 미친 게지. 그런데 중랑천에 나가보니 그런 미친 사람들이 꽤 있더라) 한 번 띄어 넘으니 두 번 띄어 넘게 되고 그러다보니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밤의 식욕은 '얼씨구나' 다시 찾아와 주셨고 살은 '지화자, 이 틈이다'며 포동포동 올라주셨다. 무아지경의 순간도 사라진지 오래. 귀찮아 진 게지. 정말 걷는 게 최고의 운동일까. 게을러진 거지. 쯧쯧. 이 몹쓸 놈의 작심삼일.

       무슨 서론이 이렇게 긴지. 오늘 다시 걷기 시작했다. 겨울에 너무 많이 걸어서 빨리 지친거라 결론을 내렸다. 봄에는 꾸준히 30분씩 가뿐히 걸어주실란다. 그동안 왜 이렇게 안 걸었을까 생각해봤더니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흠뻑 빠져있던 음악이 없어 더 그랬던 것 같다. 리듬과 가사가 제일 잘 들리는 때가 바로 걸으면서 이어폰으로 음악듣는 순간이거든. 온 신경을 음악에 집중할 수 있다. 좋은 음악만 발견하면 빨리 나가서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서 발을 움직이고 싶어진다. 오늘, 30분을 걸으면서 내내 요조의 음악을 들었다.

        네이버 이주의 라이브에서 요조를 마주하고, 그녀의 음악을 모조리 찾아들었다. 책을 좋아하단다. 더군다나 예쁘다. 목소리도 맑다. 인터뷰를 보니 요조가 <인간실격>의 요조란다. 맙소사. 그 요조로 이 요조를 만들다니. 아직도 <안간실격>의 마지막 장을 넘긴 후 스르르 느껴지던 무기력함과 묘한 허탈감을 잊지 못한다. 특이하다. 홈페이지를 찾았다. 주성치를 엄청 좋아하는 구나. 사진도 잘 찍는다. 글도 맛깔나게 잘 쓰잖아. 락커 자세로 깨를 볶는 어머니 사진과 그 밑 요조의 코멘트 글을 보고 요조에 흠뻑 빠져 들기로 결심했다.

       흠. 지금. 봄에 들으면 딱 좋은 음악들이다. 조금 나른하고 조금 흥분되는 그런 느낌과 잘 어울린다. 중랑천에서 무술 연습하는 주성치가 투덜댄다는 '슈팅스타'에 완전 반해버렸다. 명랑한 가사에 명랑한 추임새라니. 슈슈슈. .슈팅 스타! '바나나 우유'의 냠냠냠, 쩝쩝쩝으로 이어지는 사랑스런 추임새는 어떤가. '사랑의 롤러코스터'의 칙칙폭폭 칙칙폭폭은! '낮잠'의 드르렁 푸우거리는 애교스런 추임새까지. 사랑스런 의성어 추임새들을 듣고 있으니 곧 무진장 행복해질 것만 같은 무아지경의 순간이 찾아왔다. 사랑스런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요조.

       게으름 피우지 않고 한동안 30분씩 열심히 최고의 걷기 운동을 해 나간다면 그건 요조때문일 거다. 더군다나 '슈팅스타'의 그 중랑천에서 걷기 아닌가. 요조는 도봉구에 산다니깐 같은 중랑천이라도 조금 멀긴 하지만. 왠지 강물이 반짝거리고 따뜻한 낮에 중랑천에 나가면 노란색 트레이닝 복을 입고 미간을 바짝 찡그린 채 무술을 하고 있는 주성치과 그 옆에서 주성치 티를 입고 동그란 색색의 막대사탕을 마이크 삼아 열심히 노래 부르며 응원하고 있을 요조를 만날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무아지경의 순간에 했다. 나는 그 옆에서 뭘 해야 할까. 흠. 뭐 잘 하는 게 없구나. 쩝. 그냥 그 주위를 작은 동그라미를 만들면서 열심히 걸어야지. 걷기는 최고의 운동이니깐. 아비요.
     
       그녀의 귀엽고 깜찍한 홈페이지의 글들을 한꺼번에 읽어버리는 게 아쉬워서 무척 궁금하지만 하루에 최소량만 읽고 유유히 빠져나오고 있다. 그동안의 홈페이지 BGM 리스트를 뽑아 두고 하나씩 듣고 있으며, 현재 팔고 있는 주성치 티셔츠를 무척 탐내하고 있다. 조만간 주문할 지도 몰라. 그나저나 저 티셔츠를 여름에 간지나게 입으려면 일단 살을 많이 빼야겠다. 흑. 요조는 '침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 구절을 써 놓았다.

    나는 당신이 많이 보고싶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말하는 많이란 내가 떡볶이를 좋아하는 만큼인데
    그 떡볶이가 당신에게는 별로 흥미없는 음식일까봐 불안하다
    나는 당신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말하는 많이란 세렝게티 평원만큼인데
    당신이 생각하는 많이가 도봉구 공영주차장만큼일까봐 불안하다.
    나는 당신이 많이 고맙다.
    내가 말하는 많이란 찰싹 달라붙어서 하루종일 돌아다닐수있을만큼인데
    당신이 KFC에서 치킨몇조각 들고 나서는 뒷모습에 대고
    알바중 하나가 외치는 '감사합니다' 로 들릴까봐 불안하다

    이런 식이다. 정말 귀엽지 않은가. 자, 이 명랑한 봄에 우리 모두 요요요. .요조를 들어보자구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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