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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할게
    음악을듣다 2008. 2. 20. 10:12

    BGM
    노래할게 by 루시드 폴

       깊은 새벽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 다시 노트북을 켰다. 인터넷을 둥둥 떠다니다 아주 우연히 그 곳에 도착했다. 그 때는 깊은 겨울이었고, 나는 그 겨울을 맞이하면서부터 루시드 폴에 빠져있었다. 그의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음악을 이어폰으로 듣는 것이 좋았다. 그러니까 그 곳 이야기.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던 그 곳. 동남아시아 어딘가의 따뜻한 사진들이 많았던 그 곳. 깊은 겨울, 깊은 새벽에 만난 그 곳은 아주 깊은 곳이었다는 이야기.
      
       아무렇지도 않게 사진을 보고 방명록을 훑어나갔다. 보고싶다는 흔적에 나는 이 사람이 조금 먼 곳에 있나보다고 생각했다. 오늘 무슨 일을 하다 문득 생각이 났다는 흔적에 나는 이 사람이 친구가 많은 다정한 사람인가보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이라는 흔적에 나는 이 사람이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인가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이상한 기운이 몰려왔다. 보고싶다는 평범한 문장들은 점점 짧아졌다. 이러저러해서 생각이 났다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고싶다는 긴 글이 아니었다. 단지 보고싶다,는 문장. 얼마나 보고싶길래, 얼마나 생각나길래. 나는 이 짧은 네 글자로 이루어진 깊은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머무르게 됐다. 더이상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어느 순간에 대한 기록. 그러니까 조금 먼 곳에 있는, 친구가 많은, 선생님인 이 사람이 더 이상 이 땅 위에 없다는. 고향바다가 그를 삼켰다는. 사고였다는. 나는 아, 탄식을 뱉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리고 떠오른 이 노래. 나는 급하게 플레이어를 찾아 재생 버튼을 눌렀다. 

     노래할게.     

       깊은 겨울, 깊은 새벽,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엉엉 울었다. 내 친구도 아닌데, 내 친구의 친구도 아닌데,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도 아닌데. 한번도 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나는 마치 그가 내 친구인양 그렇게 목놓아 울었다. 오늘 루시드 폴 홈페이지에 올라온 그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그 날 새벽이 생각나 아침부터 '노래할게'를 찾아 들었다. 왠지 오늘은 쓸쓸한 하루가 될 것만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하나의 목소리로 쓸쓸하게 시작된 노래가 어제는 태양이 너무 싫었다며 두 목소리가 함께 노래하기 시작하는 부분. 마치 그가 함께 부르는 것처럼. 찾아보니 루시드 폴은 이번 겨울 공연에서 '노래할게'를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부르지 못했다고 한다,는 표현이 맞는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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