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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에게
    모퉁이다방 2008. 3. 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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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에게

       요즘 주말마다 비가 오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까 비가 주적주적 내리고 있는거야. 오늘 갑자기 든 생각인데, 나는 이런 식의 비를 좋아하는 것 같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잔뜩 흐린 날씨인 거야. 커튼을 걷어도 아침인지 저녁인지 모를 그런 날씨.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을 즈음에 한 두 방울씩 비가 오기 시작하는 거지. 저절로 커피 향이 생각이 나고. 한 번 헹군 커피 메이커에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면 꿈에 그리던 그런 향이 집 안 가득 퍼지는 거야. 한 모금 마셔들면 캬, 지금 내가 마신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난 커피가 되는 이런 식의 비 말이야. 이런 날에 지금 우리집처럼 다방 커피밖에 없다면 곤란해진단 말이지.

       오늘같이 내가 자고 있던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하는 그런 식의 비를 마주하면 좀 멍해져. <사랑니>를 보고 난 뒤로는 항상 그런 식으로 놓쳐버린 비의 시작이 안타까워. 그러면 오늘 하루는 뭘하며 보내야 할까, 비가 오니 영화 한 편을 땡겨야 하나, 하루종일 음악을 들어야 하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야 하나, 뭔가 꼭 기억에 남을 일 하나쯤 꼭 해야 될 것 같은 책임감 같은 게 막 생기는 거야.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비의 시작을 마주한 사람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이쯤이면 잠들기 시작했을까. 자려던 차에 비가 오기 시작해서 밤을 꼬박 새어버렸을까.

       오늘은 늦은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고 도서관에 들러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어. 요즘 미국에 사는 중국의 소설가가 쓴 <기다림>이라는 소설을 읽고 있어. 왠지 오늘 날씨와 잘 어울리는 제목이지? 볼륨 2로 해두고 어제 잔뜩 모아서 채워두었던 요조의 홈페이지 BGM 음악들을 들었어. 지금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 삽입곡 Natalie Cole의 This will be가 나와.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영화가 시작되잖아. 나는 이 음악만 들으면 막 행복해져. 언젠가 루시처럼 해피엔딩을 맞이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런가.

       집 앞에서 선거 유세가 한창이야. 어제는 횡단보도 앞에 신호를 기다리고 섰다가 건너 편에 있는 후보의 이야기를 듣는데, 내가 사는 동네가 그렇게 후진 동네인지 처음 알았잖아. 시장에서 막 사온 만두 봉지랑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이렇게 후진 동네를 자신만이 꼭 잘 살릴 수 있다고 잘 사는 동네에서 날라온 그 유명 인사 입에 시장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만두 더미를 꽂아주고 싶었다구. 다른 후보의 선거송의 시작은 정치는 아무나 하나,야. 이것 참. 아, 그러고보니 어제도 비가 왔었네. 맞아. 비가 오다가 밤에 그쳤었지.

        오늘같은 날은 부침개, 수제비는 필수야. 많이 먹고 살 찌지 말자. 주말 잘 보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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