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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 작가님의 <혀> 낭독회를 다녀와서
    서재를쌓다 2007. 11. 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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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월요일에 홍대 이리카페에서 조경란 작가님의 신작 <혀>의 낭독회가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 이벤트에 초대해주셔서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조경란 작가님은 지난 백일장 강연회에 이어서 두번째 뵙는 거였는데요. 확실히 이번에 다시 한번 뵙고 더 좋아져버렸어요. 첫인상은 왠지 새초롬하고 무언가 한 겹 쌓여있을 것만 같았는데, 이번 낭독회에서 그런 편견이 완전히 사라져버렸어요. 그녀는 어떤 독자의 한 질문이 자꾸만 마음에 쓰여 결국 다른 질문들 뒤에 한 마디를 더 붙이는 자상하고 배려심 깊으며 굉장히 솔직하기까지한 사람이였어요. 그리고 낭독회를 마치고 이런저런 짧은 대화를 나누며 작가님의 한자한자 정성들여 쓴 사인을 받아들고 지하철을 타서 신작 <혀>를 펼쳐서 몇 장을 읽고는 그녀가 더 좋아져버렸습니다. 낭독회에서부터 침이 고였는데, 소설을 읽고 있으니 배가 고프고 침이 자꾸만 맛나게 고여서 혼났어요. 표지도 너무 마음에 들구요. 빨리 읽어버릴 것 같아 야금야금 아껴가며 읽고 있습니다. 이번 낭독회에는 또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 배해선씨가 함께 참여하셨어요. 낭독회를 편안하게 이끄시고 소설 속 한 꼭지를 낭독해주셨어요. 노래도 두 곡 불러주셨구요. 두 번 가본 주제에 완전히 빠져버린 이리카페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목소리와 좋은 이야기와 함께 한 정말 좋은 시간이였습니다. 감사했어요. 녹음을 해 왔어요. 다시 가만히 낭독이며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정말 좋으네요. 함께 하지 못한 분들과 저를 위해서 정리해 봤어요.  


    지금부터는 모두 조경란 작가님의 말씀들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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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라는 소설은 1월부터 7월까지의 이야기예요. 정지원이 하는 가장 마지막 요리가 육류요리인데, 육류요리를 하기 가장 어려운 달이 바로 여름의 절정인 7월이거든요. 그래서 7월의 정지원이 마지막 만찬을 준비하면서 소설이 끝납니다. 그리고 3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구요. 제가 여러분께 처음 두 파트를 읽어드릴께요.



    첫 번째, 조경란 작가님의 낭독
    첫번째는 7년동안 같이 동거를 하던 정지원과 한석주가 헤어지는 장면이예요. 한석주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서 같이 살던 집으로 짐을 찾으러 옵니다. 그때 정지원이 짐을 챙겨서 떠나는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그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순간을 회상하는 장면입니다. (p.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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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조경란 작가님의 낭독
    두번째 파트는 사랑이 떠나간 후에 슬픔과 동요와 그리고 모든 회한의 감정이 지나간 후에 맞게된 분노의 감정. 정지원이 분노를 느꼈을 때의 심리를 그린 장면을 읽어드리겠습니다. (p.24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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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뮤지컬 배우 배해선님의 낭독
       해선씨가 읽어주실 부분은요 챕터 14번입니다. 그 부분은 한석주와 정지원이 헤어지고 한석주가 이세연한테 갔는데요. 이세연은 정지원이 일하고 있는 레스토랑 노베에 오랜 단골손님이였어요. 어느 날 그들이 손님으로 와서 정지원에게 요리를 주문하는, 정지원으로서는 정말로 하기 싫은 불행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거죠. 바로 그 부분. 레스토랑의 오너이자 정지원에게 요리를 가르쳐줬던 총주방장이 정지원한테 요리를 하라고 설득하는 바로 그 장면입니다. (p.109-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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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조경란 작가님의 낭독
    제가 마지막으로 읽어드릴 부분은요. 정지원이 7월의 뜨거운 폭염 속에서 한때 모든 것이였던 한석주를 위해서 마지막 성찬을 준비해서 그와 함께 그에게 그 요리를 먹여주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읽어볼께요. (p.30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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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조경란 작가님과 나눈 카페의 독자들과 나눈 질문과 답변들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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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혀>에 대해서 작가님이 카페에 계셨던 독자분들에게 직접 물어보셨어요. 제목이 어떠냐고.

       제가 이 소설을 쓴 사람으로써는 막상 책을 내기 전까지는 제목때문에 정말 갈등을 많이 했어요. 혀가 가장 중심적인 이미지니까 제목에는 혀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앞에 형용사를 붙이자는 의견들이 있었어요. 이를테면 친밀한 혀, 뜨거운 혀, 차가운 혀, 뭐 이런 형용사를 붙일까 하다가 그냥 혀로 했거든요. 그런데 단행본으로 이렇게 나오고 보니까 그냥 '혀'로 밀고 가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저는 듭니다.


    - 음식에 관련된 내용이나 제목들의 소설들을 쓰시는 동기를 알고 싶어요.

       저의 첫번째 장편소설이 <식빵 굽는 시간>이잖아요. 그 소설을 12년 전에 썼죠. 그 소설을 쓰기 전에 사실은 요리 소설을 먼저 쓰려고 했습니다. 그때는 1996년도였는데요. 동아일본에 신춘문예 단편소설이 당선이 되고. 당선이 됐다고 해서 여기저기서 불러주거나 그러지 않거든요. 백수와 마찬가지예요. 백수로 지내고 있다가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고 있다가 뭘 좀 해보자, 몸을 움직이다 보면 소설이 쓰고 싶어지고 쓰고 싶은 것이 생길거야,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러다가 요리 학원을 다니려고 했어요. 요리보다 빵 먼저 배울까. 빵은 더 빨리 배울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제빵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해서 쓰게 됐던 소설이 <식빵 굽는 시간>이였죠. 그러니까 처음부터 빵에 대한 소설, 요리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작정을 한 것은 아니였어요. 언제나 저는 먹는 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마 태어난 순간부터 그랬을 거예요. 사실 작가라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제가 잘할 수 있고, 관심이 있고, 호기심을 느끼는 어떤 대상에 관해서만 목소리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12년 전에 쓰고 싶었던 음식에 대한 소설을 여태 가슴 속에 갖고 있었던 거죠. 그러다가 어느날 불쑥 많은 이야기들이 제 안에서 살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가장 간절한 것이 먼저 튀어나오거든요. 올해에는 12년전에 쓰고 싶었던 이 요리에 관한 소설, 그 소설을 써야겠다는 간절함이 다른 이야기들을 모두 눌러버린거죠. 처음부터 요리에 관한 소설을 쓰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제 무의식을 가만히 들어다보면 작가가 되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소설을 쓰게 된다면 첫번째 소설은 내가 가장 관심이 있는 먹는 것에 관한 소설이 될 것이다. 여러분들 먹는 게 관심 없으세요? 저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이 소설은 제가 12년전부터 꿈꿔오던 소설이였습니다.


    - 사람들은 소설을 왜 읽는 걸까요?

       저는 위로받고 싶어서 소설을 읽습니다. 여러분들 소설 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많이 읽으실 거예요. 저는 사실 소설 쓰는 일말고는 다른 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요 책을 좀 많이 읽는 사람에 속하는 편입니다. 작가가 되어서도, 아마 앞으로도 끊임없이 책을 읽을텐데요. 저는 그래요. 책이란 건 아무데서나 펼쳐도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 것은 유일하게 책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계속 책을 읽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제가 하고 많이 하는 소리라서 다 아실지도 모르겠는데 제가 왜 학번이 늦어졌냐면 스무 살에서 스물 다섯살까지 집에서 책만 읽었거든요. 그때는 한가지 믿음이 있었어요. 하고 싶은 일이 없었고,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랐고,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찾질 못해서요 그 길은 책 속에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5년동안 책을 읽었는데. 저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한 권의 좋은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시적인 문체는 어떤 작가에게 영향을 받으신건가요?

       제가 지금 여기서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아마 한시간동안 이야기를 할 거 같구요. 제가 소설이 안 써지면 하는 특별한 두가지 것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시집을 50-60권쯤 쌓아놓고 한꺼번에 읽는 것이구요. 두번째는.. 음.. 두번째는 잊어버렸네. (웃음) 시집에 관한 이야기를 할께요. 저는 시 쓰는 분들이 소설을 많이 봐야하고 소설 쓰는 분들이 시를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시는 저는 아직도 저의 정수라고 믿는 사람이예요. 문장이 잘 안 되거나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할 때 시집을 읽는 다는 것은 저에게 소설쓰기를 가르치는 가장 빠른 교과서를 읽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소설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사실 좋은 단편 소설을 습작하곤 했었는데요. 지금은 습작은 하지 않고 좋은 시집을 며칠내도록 읽는 것. 그래서 시에 온 몸을 담그는 것. 저는 그 상태에서 소설을 시작하면 시적인 감수성과 소설의 서사, 이 두가지를 동시에 안고 소설을 시작할 수 있어요. 그게 저의 비결이기도 합니다. 시를 많이 읽으세요.


    - 소설을 읽으면 사랑이 끝났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지금 끝나신건지?

       지금 시작을 할까말까 갈등하고 있는 순간입니다. 저 너무 솔직하죠? (웃음) 솔직하게 안 생겼잖아요. 솔직하거든요. 농담이구요. 사실은 돌아보니까 소설을 가장 열심히 쓸 때가 가장 열심히 사랑하고 있었을 때였던 거 같아요. 머리속이 텅 빈채 사랑하고 사랑할 때 막 뜨거워지잖아요. 뜨거운 상태에서 소설 쓰고, 그러다가 사랑이 끝나면 한 2-3년동안 물 속에 가라앉는 것처럼 그런 상태가 계속 되고. 사실 이 <혀>라는 소설을 처음 생각하게 된 건 12년전이지만 써야겠다라고 생각한건 그 후 4년 후예요. 4년 후에 인생의 첫번째 사랑이 끝났거든요. 이 소설 속의 정원이라는 인물은 여러분들 그렇지 않나요? 끝까지 가보지 못한 사랑은 시간이 많이 지나도 아프죠. 사랑을 벼랑끝까지 밀어붙였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랑을 벼랑 끝까지 몰아친 여자는 어떤 심리 상태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실 주인공 정원이를 넣게 된 것입니다. 사랑을 하지 않으려고 하나 뜻대로 되지 않고 영원히 사랑하려고 하지만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는 것과 같죠. 사랑이라는 게. 그래서 그런 사랑을 벼랑 끝까지 한번 몰아부쳤습니다. 예전의 저로 돌아가서요. 그래서 제가 작가의 말에도 썼지만 저의 한 청춘시절을 정리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여러분들 그러면 혹시 사랑 이야기가 저의 자전이예요, 궁금해하실 분들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것에 대한 대답은 이렇게 드리면 될 것 같아요. 여러분들 좋아하시는 화가 르느와르 있죠? 르느와르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자연에 흰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흰 눈이 떨어지더라도 그것은 파란 하늘에 붙어있던 것이기 때문에 떨어지는 흰 눈을 그릴 때에도 요만큼의 파란색이 끝에는 묻어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저의 모든 소설 속에는 제가 이만큼씩은 매달려 있습니다.


    -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여러분들 <혀> 이전에 나온 책이 사실은 2004년 12월에 나왔던 <국자이야기>입니다. 아까 해선씨가 제 약력을 읽어주실 때 저도 아니 내가 언제 저 많은 책을 썼지, 했는데. 사실은 1996년 등단한 이후 해마다 책을 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2004년 12월 이후에 책을 3년동안 내지 못했어요. <혀>는 6년만에 나오는 저의 장편소설이지만 단행본으로도 3년만에 나온 책입니다. 3년동안 정말 깊은 슬럼프였어요. 그래서 사실 트렁크를 끌고 여기저기 이국의 도시를 떠돌기도 했구요. 술도 많이 마셨고 울기도 많이 했고 멀쩡한 척 보이려고 멀쩡하지 않은 짓도 가끔 하기도 했고 그랬습니다. 슬럼프였다는 걸 알았어요. 내가 지금 슬럼프구나,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아마 견디기 힘든 상태였을 거예요. 왜 흔히 하는 말로 슬럼프는 바닥까지 내려가면 차고 올라올 수 있다고 하죠. 차고 올라오는 데까지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사실은 차고 올라가야 한다는 노력이 없으면 그건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소설 속에도 나오지만 우리한테 이 팔이 있다는 건 넘어졌을 때 짚고 일어나라는 뜻이기도 한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래, 카프카가 말한 것처럼 책상을 떠난 작가는 작가가 아니지.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은 책상이야. 그래서 돌아가서 지난 5월, 6월, 7월, 8월 중순까지 쓴 책이 바로 이 <혀>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저 지금 굉장히 이 시간이 뜻깊고 소중합니다.


    - 소설 속 레스토랑 '노베'의 모델이 된 곳이 있는지. 그리고 취재하는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네. 노베의 모델이 되었던 음식점 두 군데 있구요. 사실 저에게 큰 도움을 주셨던 쉐프들은 세 분이 있습니다. 정원이가 마지막에 준비하는 요리가 육류요리죠. 그 중에서도 우설, 소의 혓바닥이라고 말하는 게 좋겠죠? 스포일러는 되고 싶지 않거든요. 이 소설 쓰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주셨던 요리사분께서 제가 먹을 수 있는 4가지 종류의 소 혓바닥을 이용한 요리들을 해 주셨어요. 요리의 과정도 보았고 처음 소의 혓바닥을 가져온 순간부터 그것을 만지고 삶고 하는 과정을 주방에서 그 주방장들과 저와 함께 했어요. 제가 사실 먹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못 먹는 음식들이 더러 있거든요. 소 혓바닥 요리 4가지를 다 먹어봤어요. 스테이크, 삶은 거, 향신료를 이용해서 소스를 이용한 두 가지 음식. 다 먹어봤는데 토하려고 했어요. 너무 동물적인 냄새, 정말로 입 안을 후려치는 듯한 육감적인 냄새를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맛을 느끼지 못하면 도무지 묘사를 할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막 토할 것 같구 꾹 참으니까 눈에서 눈은 시뻘개지고 눈물은 쏟아질 것 같고. 그런데 레스토랑에서 다른 테이블들은 우아하게 커플들이 밥 먹고 있는데 저 혼자 소 혓바닥 요리를 앞에 놓고 눈물을 참아가면서 먹어봤던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적이였어요. 그 소 혓바닥 요리를 먹느라고 혼자서 와인 한 병을 다 마셔버렸어요.


    -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음식 소개해주세요.

       너무나 많지만. 여러분 저는 하루에 두끼 먹어요. 여러분 하루에 세끼 드세요? 저는 두끼 먹는데 여러분들 세끼 먹는 양만큼 두끼를 먹어요. 최근에 인터뷰가 끝나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그 식당 사장님이 저를 처음 보는 분이셨어요. 그러다 저를 보시더니 와, 정말 보기보다 많이 드시는군요, 하고 놀라시는 거예요. 왜 두끼를 먹냐면 늦게 일어나니까 아침 겸 점심으로 한번 먹고 저녁으로 한번 먹는데 두번밖에 못 먹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 두 번 먹을 걸 남들 세 번 먹을만큼 먹죠. 양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된장찌개와 가지나물과 참기름과 마늘 깨소금만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서 무치는 시금치와 가지나물, 그리고 두부 이런건데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밥상이요. 그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밥상입니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그것을 못 먹는 상황이 올 때가 있어요. 외국에 나가 있을 때나 아니면 다른 곳에 있을 때. 그 때 제가 날마다 먹는 음식 두 가지가 있죠. 빵과 맥주. 저는 맥주를 날마다 마셔요. 맥주만큼 맛있는 물이 없어요.


    - 무슨 질문인지 너무 멀고 내용도 길어서 알아듣지를 못했어요.

       질문을 일단 다 이해하질 못하겠구요. 극복을 한다는 건 스스로에게 달린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글쎄 여기 많은 분들이 모인 자리니까 제가 한 말씀만 드리면 소설을 한번 집요하게 써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본인이 가진 문제를 조금은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혀>를 읽을 독자에게 어떻게 느끼면서 읽어주실 바라는지.

       <혀>는 제가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청춘 소설이예요. 그리고 청춘이라고 하면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저는 여러분들께서 이 책을 사가지고 돌아가시면서 정지원이라는 한 여자, 청춘을 막 통과한 한 여자가, 사랑이 있다는 걸 믿었던 한 여자가 사랑과 청춘을 통과하는 한 시절의 이야기를 여러분들께서 정지원이 되어서 읽어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이 소설을 읽는 분들은 그래도 이 세상 어딘가에는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라고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작가로써 제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은 사실 소박해요. 제가 소설을 위로받고 싶어서 읽는다는 건, 위로를 받는다는 건 우리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거고 여기에 있던 마음이 이만큼 움직인다는 뜻이거든요. 여러분들께서도 이 소설을 읽으시면서 그래 이 세상 어딘가에는 아직 사랑이 있지. 아, 이 소설 정말 여러가지 음식이 나오는데 입에 군침이 막 돌고 어떤 음식을 먹을까, 이 음식을 누구와 같이 먹을까, 하는 생각을 소설 맨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그런 생각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이 여기에서 요만큼만 움직여줘도 저는 행복할 것 같아요.


    - 전업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해오셨는데 장단점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사실 한국에서 전업작가로 살아가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제가 좀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렇게 많이 있지는 않아요. (웃음) 어려운 일도 있고 타협해야 되는 일도 있지만 내가 정말 어떤 소설을 원하는가,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가, 하는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한 권 써서 횡재를 하거나 여러분들이 짐작할 수 없는 많은 돈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장단점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거, 그리고 단점이 있다면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다는 거죠. 사실은 학생을 가르칠 기회도 있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만 제가 이 세상에서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은 바로 소설가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백수 소설가로 살아갈 생각입니다.


    -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을 해야만 했다면?

       그 질문을 약간 바꿔볼께요. 만약에 다음 생에 태어나면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될지. 작가 안 될거예요. 이렇게 골치아픈 일을 어떻게 또 하고 싶겠어요. 전 정말 부러운 직업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예요. 다음 생에 태어나면요. 그런데 저는 솔로가수는 싫구요. 소설, 사실 혼자 쓰는 일이거든요. 너무 고독하고 외로울 때도 많고 믿고 의지하고 언제나 기댈 수 있고 배신하지 않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다음 생에 태어나면 저는 밴드를 조직할 거예요. 그래서 밴드 구성원은 남성, 여성 비율이 일정했으면 좋겠고 그리고 물론 리더는 제가 하죠. 노래는 제가 부를 겁니다. 그것이 다음 생에 태어나면 하고 싶은 일이예요. 여러분들 그때 또 만나요.


       아까 질문하셨을 때 아오리 이야기 하셨는데요. 마지막 인사 드릴께요. 저를 임신하고 계셨을 때 어머니께서 가장 많이 드셨던 게 시퍼런 아오리였어요. 제가 사과를 좀 닮았나요? 농담이예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저는 사과하면 이상하게 행복한 느낌이 듭니다. 어머니가 드셨던 건 파란색, 이런 연두빛 나는 아오리였는데요. 여러분들 이 책 들고 돌아 가셔서 그거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사과를 가로로 한번 잘라보세요. 그 안에요 별모양의 씨앗이 들어있답니다. 확인해보세요. 정말 잊지 못할 시간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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