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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애란 작가 낭독의 밤에 다녀와서
    서재를쌓다 2007. 10. 6. 02:08

       어제 금요일(5일)에 와우북페스티벌 행사로 김애란 작가의 낭독의 밤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황병승 시인과 함께 새 작품을 낭독하고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는 자리였는데요. 제가 김애란 작가를 너무 좋아해서 이번 새 단편집도 잔뜩 기대하면서 기다렸구요. 나오자마자 주문하고서 이 행사를 신청했는데 다행스럽게 초대받았어요. 시간에 맞춰서 카페로 갔는데, 홍대근처에서 출판사측에서 보내준 너무나 엉성한 약도만 믿고 갔다가 결국 시작시간에 늦어서 굉장히 불편한 자리에서 낭독회를 들었어요. 자리가 멀고 작가님들의 목소리도 나즈막하게 굉장히 조곤조곤, 소곤소곤 말씀하셔서요 낭독하는 목소리들을 녹음을 하긴 했는데 올릴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작아요. 정말 좋았는데 아쉬워요.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나눈 대화들을 올릴려고 했는데 녹음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최대한, 최선으로 귀를 활짝 열고 반복반복해서 올려봅니다. 김애란 작가의 낭독 후 질문과 답변이예요. 실제로 김애란 작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여성적이여서 놀랬어요. 말씀하시는 것도 그렇고, 목소리도 낮고 조곤조곤하세요. 개인적으로 목소리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살짝 긴장하시는 듯 했지만 생각보다 달변가시더라구요. 좋은 말씀들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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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소설집을 보니까 책이 마음에 드세요?

    - 네. 마음에 들구요. 무엇보다도 사진이 마음에 듭니다.

    얘기를 하실거라 예상을 했었습니다. (웃음) 너무 저한테 그 얘기를 했기 때문에. 사진의 어떤점이 마음에 드세요?

    - 제가 첫번째 단편집을 내고 짓궃은 리플들을 많이 봤어요. 80년생같지 않다, 소설쓰기 생겼다. 그래서 영혼의 스크래치를 받고 신문같은 데에 많이 났는데도 어떤 첫사랑한테도 연락이 오지 않더군요. 두번째 소설집 사진작가들이 약간 너무 여성작가처럼 나올까봐 불만족스러워하셨는데요. 제가 제발 여류작가처럼 찍어달라고 그랬어요. 굉장히 만족스러운 단편집이라고 생각하구요. 문학과 지성사, 정말 사랑합니다. (웃음)

    문학과 지성사 좋겠습니다. 소설가처럼 생겼다는 말이 대개 뼈 아픈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소설가는 여성적이여서는 안되는 그런 통념이, 아픈 통념이. 김애란 작가께서 너무 이 사진에 대해 흡족한 나머지 책이 나오던 날, 이게 저예요라고 얘기했었습니다. 그래서 아까 제가 이 띠지에 '다시 김애란이다' 이렇게 되어있는데 이거보다는 '이게 저예요' (웃음) 자신이 이야기하는 톤이나 이야기거리가 변화했다고 생각하세요?

    - 예. (김애란 작가가 이 대답만 딸랑 하자)

    그렇게 말하시면 제 영혼에 스크래치가.. (웃음)

    - 목소리가 좀 낮아졌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가난이 더 문학적이지 않을까 해서, 가난을 애호하는 사람들을 더 좋아하지는 않아요. 다만 첫번째 단편집을 냈을 때 상상력이라는 게 저는 엉뚱한 건줄 알았거든요. 괴물이 나온다든가 우주로 나간다든가, 이런 게 상상력인줄 알았고 또 가끔 기분이 좋기도 했고 그게 사실이기도 한데 두번째 책 나올때면 생각이 바뀐 게 진짜 상상력이란 타인의 고통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그리고 타인의 삶, 타인의 아픔을 상상할 수 있는 게 상상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말 괜찮네요. (웃음)

    진짜 괜찮네요. 생각보다 말씀을 너무 잘하셔서. 준비한 말이예요 혹시? 지금 생각한 말이예요?

    - 지금 생각난 거 같애요. (웃음)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는 게 진짜 상상력이다. 집에서 질문 받을 거 준비해 오신 거 없죠? (웃음)

    - 예.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는 거라고 했는데 혹시 소설책을 읽으면서 뭐랄까 흔히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이거 자기 얘기 아니야, 그런 것이 가장 평범한 독자들이 상상하는 거거든요. 이 소설에서 타인의 고통과 자신이 경험한 부분이 물론 그걸 나누는 것도 사실 말이 안되는 거지만, 만약에 진짜 평범한 독자들이 물어본다면 어느 정도 타인의 고통을 상상했다고 말씀하시겠어요?

    - 어.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질문 중의 하난데요. (웃음) 왜냐면 아마 그런 생각들이 작가들이 어디까지가 내 얘긴지 이야기하는 것이 신비감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두번째 단편집에 분명 제 얘기가 많이 들어갔구요. 제가 멋있어 보이는 걸 포기하고 솔직하게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가장 이야기가 많이 들어간 단편은 '칼자국'인 거 같애요. 최근까지는 남의 얘기를 쓰는 게, 남이라 함은 일단 제 주위 가까운 사람들 친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미안함이나 죄책감이 있어서 두번째 단편집까지는 제 얘기가 많이 들어가긴 했는데요. 요새 또 생각이 바뀐게 미안함이나 죄책감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 얘기를 하는 거 안에도 또 다른 (이해)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장편을 쓰고 있습니다.

    아, 지금 장편을 쓰고 계세요?

    - 어.. 흠.. 2년전부터 쓴다고 해서 양치기 소년이 된 거 같은데 조금 시작한 상태예요.

    그러면 벌써 세번째 책 얘기하는 건 좀 이르지만 김애란 작가 첫 장편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는 독자들이 많으니까 조금만 힌트를 주면? 이런 이야기일 거다?

    - 처음 장편을 구상할 때는 모범되는 다른 책을 많이 읽고 감탄하고 그럴 때마다 전략이 바뀌었어요. 연애소설을 읽을 때는 그래 역시 모든 장편은 연애소설이야 그랬다가, 추리소설을 읽었을 때는 아무렴 추리소설이지 그랬다가, 아니야 성장소설이야 이랬다가, 맨 먼저 첫 장면에 누가 죽었다고 시작할까, 그런 고민들을 많이 했었는데요. 지금 뼈대는 잘 안 갖췄지만 택시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볼까 생각중이예요. 택시들 밤에 서울에 많잖아요. 돌아다니는 거 보면 반짝반짝 나비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런 할 수 있는 이야기꺼리들이 많지 않을까 해서.

    (낭독) 세 편을 선택했는데. '칼자국'이 더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했는데, '네모난 자리들'이 자전소설로 아예 타이틀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자국'에 더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다는 거죠?

    - '네모난 자리들'은 자전소설로 청탁을 받은 거여서 막상 쓸 때 제가 쭈빗거렸었구요. 자전소설이라서 좀더 용기를 내지 못했던 부분도 있고 그랬는데요. 타이틀이 없어지니까 좀 더 편안하게 쓸 수 있었던 거 같애요.

    이번 소설집은 더 가난한 청춘들이 많이 나오죠. 청춘은 사실 다 가난하죠. 가난하기도 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애요. 그래서 지금 가난한 청춘인 사람들은 어쩌면 위로를 받고 어쩌면 그 때를 추억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자기 젊은 날의 이야기를 작가가 소설화하는 것에 대한,  작가 자기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한 시대의 젊은이의 얘기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동시대적이라고 할까요 너무 거창할 지도 모르겠는데, 젊은이들이 소설을 어떻게 봤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해 보죠.

    - 아무래도 제 주변 이야기와 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쓰다보니까 또래 사람들의 눈이나 그런 것들을 많이 쓰게 되는 거 같애요. 지금 시대가 성인식이 유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안락하기도 하지만 고통스런  부분이 많지 않을까 생각을 했구요. 그런 상황에 있는 제 또래들한테, 흠.. 위로받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 따뜻하게 위로해주면 머쩍거나 난데없이 창피해지나 위로를 받았는데도 수치감을 느끼는 일이 있잖아요. 가끔 화도 나고. 그런 느낌이 들지 않으면서, 농담으로 그 사람이 창피해하지 않으면서 그러면서 위안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소설들을 쓰게 된 거 같애요.그렇게 위안받았으면 좋겠구요.

    소설가가 됐다는 거를 후회했거나, 왜 됐을까, 내가 소설가가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을 때는 어떤 때인지.

    - 후회하기에는 아직 제가 출발한지 얼마 안 되서 많지는 않았구요. 그냥 사진보고 마음에 스크래치 났을 때 후회가 됐구요. (웃음) 길을 가면은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김애란씨 아니냐구. 속으로 이 놈의 인기 막. (웃음) 거만 개그구요. 너무 겸손하면 보기 싫어 보일까봐 준비한 농담이구요. (웃음) 이야기를 써서 그 이야기를 제가 쓰기도 하지만 내가 살면서 나랑 만나야 되는 이야기들, 소설을 쓰면서 만나게 되는구나 생각이 들구요. 물론 이게 상품으로 팔리는 거기도 하지만 제도 이 소설 쓰면서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 위로받는다는 느낌 받을 때 소설가가 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구요. 팔자에도 없이 소설가가 되서 여러분들과 얼굴 맞대고 이런 좋은 데가 만나게 된 것도 소설가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자기 자신이 인터넷에서 작가 자신의 검색을 언제 하는지?

    - 식후 30분마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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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황병승 시인과 김애란 작가 서로의 작품을 바꿔서 낭독하는 시간이 마련됐구요. 서로의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도 하셨구요. 황병승 시인은 긴장하셨는지 원래 말씀이 별로 없으신지 답변들이 굉장히 짧막했어요. 그리고 거기에 온 독자들의 질문들을 받았는데요. 그대로 받아 적고 싶었지만 이 부분의 녹음상태는 더 엉망이여서요. 김애란 작가의 이야기 중에 굉장히 좋았던 두가지 이야기만 옮겨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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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이 소통이 안 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요. 우리 이렇게 소통이 단절된 시대에 화해하며 살아가자, 이런 것보다는요 가끔 소통의 단절이 없는 세상을 사는 건 너무너무 끔찍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거든요. 오해도 없고 드라마도 없고 표정도 없고 여러가지 것들을 잃어버리게 될 거 같애요. 어쩌면 그런 소통이 안 되는 조건 하에서 소설을 쓸 수 있는 거 같구요. 어느 산문에선가 ' 언어가 순결하지 않아서 너무 좋고 인간끼리 소통이 안 되서 참 다행이다'라는 말을 썼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그런 태도가 좋은 점도 있구요. 그렇지만 무작정 우리는 인간이니까 서로 사랑해,라고 들어가는 것보다 한번 견뎌보자,가 진짜 사람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거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독서에 대해서 게을렀다가 최근에 단편집을 내고 여유가 생겨서 이런저런 책들을 보는데. 실제로 키득거리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하면서 요새는 되게 많은 것에서 자극을 받곤 하지만 책을 읽고 반할 때가 되게 많고, 그렇게 감탄할 때 짜릿한 게 중독되는 거 같구요. 책을 읽다가 멋진 문장들을 보면 적어놓고 그러는데요. 최근에는 커트 보네거트 산문집을 읽고서 되게 감동을 받았는데. 이야기 서사에 대해서 그래프가 나오는데 햄릿, 카프카...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그 선이 아름답게 느껴져서 오려서 작업실에 붙여놨어요. 그래프 곡선이 불행에서 행복으로 가는 거, 행복에서 불행으로 가는 거 그런 것이 있는데 햄릿이 일직선이거든요. 일직선은 이야기꾼으로써 형편없어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는 인생에서 칠판에 어떤 것이 좋은 소식이고 어떤 것이 나쁜 소식인지 그릴 수가 없다, 그런 걸 보고 감탄해서 그래프를 붙여놓았어요. 이미지지만요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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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리가 구석이라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낭독회 장소인 홍대 이리카페는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였던 거 같애요. 다음에 그냥 한번 가 보고 싶어졌어요. 마음에 드는 안락한 의자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다는. 김애란 작가의 사진도 함께 찍고 싶었지만 저의 너무나 번들거리는 얼굴과 땀들로 인해 찍지 못했어요. 싸인만 받았는데요. 공들여서 정성스럽게 한 분 한 분 싸인을 해 주시고 눈을 맞추며 웃어주셨어요. 귀엽게 웃는 표정과 함께 '한 손을 높이 들어 사랑의 인사를!'이라는 메시지를 적어주셨구요. 이번에 직접 김애란 작가를 보고 사랑스럽다는 표현이 떠올랐는데요. 계속 좋은 작품 써 주세요. 첫번째 장편 완전 기대하고 있을께요. 1980년생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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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소설집과 그 속의 작가사진이예요. 저도 이 사진들 마음에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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