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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라와 우리의 생존법칙
    티비를보다 2007. 10. 4. 02:30
       강원도 봉천군 시중호의 모습이 보이면서 <자라의 생존법칙>은 시작됩니다. 우선 이 곳이 남한이 아니라 북한의 땅이며, 촬영은 조선기록 과학영화촬영소팀 촬영하고 MBC가 구성, 편집을 담당한 '남북공동제작 자연다큐멘터리'라고 말해줍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땅을 디디고, 단군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던 홍익인간 정신으로 나라를 개국하던 날, 남한의 티비에서는 북한에서 생존하고 있는 자라의 모습이 방영됩니다. 이 다큐는 지난 2월에 방영되었던 거라고 해요. 여러 의미들을 기념하고 내포한 채 재방영되는 <자라의 생존법칙>을 봅니다.

       <동물의 왕국>을 즐겨보기보다는 <주주클럽>을 더 챙겨보는 저로써는 자연다큐는 실로 오랜만입니다. 북한 땅을 담은 자연다큐는 처음이구요. <자라의 생존법칙>은 자라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얼마나 오래 이 땅을 밟아왔는지, 그리고 그 세월을 견뎌오는 동안 살아남기 힘든 생태계에서 생존 노하우를 쌓아오며 얼마나 힘겹게 지내왔는지에 대해서요. 물론 자라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이 다큐에는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어요. 일단 북한의 시중호의 모습이 있습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의 풍경, 왠지 티비를 보고 있는 방 안에까지 풍겨져 나오는 것만 같았던 신선한 공기, 맑은 물. 시중호는 북한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해요. 그리고 자라 외에도 그 땅의 많은 생명체가 등장합니다. 자라와 한판 싸움을 벌였던 뱀이며 두꺼비며 참게, 자라를 무척이나 신기해하다 호되게 당했던 귀여운 소나 강아지까지요. 잠깐씩이지만 이 수중호에 사는 푸른바다거북같이 귀이한 생물체들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것이 이 다큐를 촬영했던 조선기록 과학영화촬영소의 모습이예요. 다큐를 보는 내내 이렇게 미세한 클로즈업을 어떻게 잡아내는지 궁금했었는데 때마침 그들이 등장하더라구요. 보기에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셨고, 촬영하는 모습이 잠깐 지나가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자라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잡혔는데, 이 다큐에서 가장 재밌는 장면이였습니다.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갔거든요. 조금만 더 힘내서 촬영하자. 오줌 마려운 것도 담배 피고 싶은 것도 조금씩 참자, 그러자 어떤 분이 그런데 식사시간 건너뛰자는 말은 제일 섭섭하다고 말합니다.

       두리뭉실하게 알고만 있었던 자라에 대해서 세세하게 학습할 수 있는 좋은 다큐였습니다. 자라코가 수중에서 숨 쉬기 좋게 길게 뻗은 돼지코라는 거, 순해보이는 자라지만 쇠젓가락도 부러뜨릴 이와 날카로운 발톱을 지녀 왠만한 싸움에서 지지 않는 다는 거 (다큐에서 뱀, 두꺼비, 참게와 생존을 위해 싸움을 하는데 자라가 다 이겼습니다.)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신체 구조를 지니고 있고 밤눈이 밝고 밤에 식욕이 왕성해 야간사냥을 자주 한다는 거 (왠지 스파이와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산란기에 알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컷끼리 피가 터지는 자리싸움을 벌인다는 거 (동물세계에서는 싸울 때는 죽을 힘을 다해 힘껏 싸우고, 패배했을 때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깨끗하게 떠난다고 하더군요.) 산란기에 수컷은 5마리 정도의 암컷과 짝짓기를 한다는 거, 자라는 자신의 알을 품거나 도와주지 않고 다만 멀리서 알자리를 지켜보기만 한다는 거, 그래서 새끼자라는 혼자서 알을 깨고 태어나 어미도 없이 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생대때부터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온 자라. 태초의 자라도 다큐 속의 부화를 막 시작한 새끼자라들처럼 혼자였겠지요. 그렇게 물을 향해 살기 위해 엉금엉금 기어갔고 처음으로 물갈퀴가 있는 발을 휘저으며 헤엄치기 시작했겠지요. 이따금씩 물밖의 공기를 돼지코를 내밀어 들이 마시면서요. 자라는 공격을 먼저 잘 하지 않는다고 해요.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공격을 한대요. 거의 대부분은 등껍질 안으로 목을 집어 넣고 죽은척하면서 귀찮은 상황이 끝나길 기다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땅 위에서는 1분에 4M를 갈 정도로 느리지만 물 속에 들어가면 누구보다도 빠르게 헤엄친다고 해요. 엉뚱할 수도 있겠지만 약하게만 알고 있었지만 실은 누구보다 강한 자라를 담은 이 다큐를 보면서 그 땅과 그 땅을 디디고 있는 우리들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삶이 자라를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악한 마음으로 먼저 공격하지는 않으되 누군가 부당한 공격을 해 오면 절대 지지 않는, 그것이 어떤 강한 상대일지라도요. 때로는 멀리서 소중한 것을 지켜주고 나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줄 알고 강하고 용맹하게 이 땅에 오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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