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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l Live, 마이앤트메리
    음악을듣다 2007. 9. 7. 21:15
      
       어쩌다 당신들을 좋아하게 됐을까요. 어제 공연을 보면서 내내 생각했어요. 어쩌다 이렇게 당신들의 음악에, 당신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었을까, 하고.

       처음 당신들을 만났던 올해 봄, 그 장소 그대로 홍대 클럽 打에서 세번째로 당신들을 만났어요. 당신은 여전히 음악에 푹 빠져 있었고, 당신은 여전히 예민했고, 당신은 여전히 감미로왔어요.
     
       어제는 내내 음악을 들으면서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생각했죠. 어떤 음악이였을까. 왜 뭐든지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전체적으로 그것들이 좋은 것도 있지만 특히 내 마음에 와닿았던 특별한 순간, 특별한 말투, 특별한 표정. 누구에게나 특별한 건 아니지만 내게만 특별한 그런 순간들 말이예요. 어제는 솔직히 그게 뭐였나 꼬집어낼 수 없었어요. 처음 공연에 갔을 때는 그것이 '골든글러브'였다고, '4시20분'이였다고, '락앤롤스타'였다고 말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어제는... 흠, 딱 꼬집어서 말할 수가 없어요.

       처음에는 그냥 이벤트에 당첨되어 가서 가만히 당신들의 음악들을 듣고 있다가 종이 울리던 순간이 있었죠. 그게 공연이 끝나가던 중이여서 너무 안타깝고 해서 집에 와서 그 날 친구가 사줬던 사인씨디를 몇번을 반복해서 들었는지 몰라요. 아, 내가 이 노래를 진작에 알았다면 오늘 공연에서 따라부르면서 더 신나했을텐데, 하면서 몇번을 가사를 출력해놓고 따라불렀었죠.

       그러다 완벽히 가사를 외우고 두번째 공연에 가서는 신나게 당신들의 노래들을 따라 불렀죠. 두 시간 내내 서서 고래고래 따라 불렀지만 힘든줄 모르고 가슴이 벅차오르기만 했어요.

       그리고 어제 세번째 공연. 나는 가끔씩 당신들을 보고 미소짓고, 가끔씩 당신들을 보고 생각하고, 가끔씩 당신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어요. 그러면서 때때로 나를 생각하고, 오래 전에 헤어졌던 친구를 생각하고, 지금 내 앞에서 생생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당신들을 생각했어요.

       첫번째 당신들의 공연을 보고 와서 흠뻑 반해있었을 때,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자료들과 방송들을 찾아 보고, 게스트로 나오던 라디오를 시간 맞춰 듣던 그 때. 나는 생각했어요. 당신들이 좋은 이유는, 솔직한 가사, 마음에 꼭 와닿는 멜로디, 연상이 좋다는 연애에 관한 이야기, 동창들을 만나러 가면 주식 등등의 이야기에 거기서 동떨어진 사람이 된 것같은 기분이라며 음악 안에서 완전해진다는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이 나는 좋았어요. 그리고 당신들의 마음이, 당신들의 음악이 좋았어요. 그런 음악들 있잖아요. 깊은 새벽이나 밤이 어깨에 소복히 앉은 그런 시간에 길을 걷고 있으면 이어폰 너머의 음악이 살포시 내게 말을 거는 음악.

       어떤 때는 사랑을, 어떤 날은 추억을, 어떤 시간은 지금의 나를 이야기하는, 당신들의 음악이 좋아요. 단지 그것뿐이예요. 그래서 계속 당신들의 생생한 음악을 들으러 갈거예요. 그러니 당신들도 계속, 될 수 있는 한 오래 당신들만의 생생한 음악을 들려주길 바래요.

       TV에서 펜타포트 3일에 관한 다큐를 봤는데요. 60살이 넘은 할아버지께서 30살보다 정정한 모습으로 캡 모자를 쓰고 락음악을 즐기고 계시더라구요. 3일 내내 출석하시며 마지막날 카메라를 보면서 '내년에 만나요'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나도 당신들의 그런 팬이 되고 싶어요. 진심으로.

    당신들의 이런 가사처럼 살포시 고백해보아요.
    '난 첨은 아니지만, 우리의 첨을 기억해.'

    사진은 도시락 웹진에서 퍼왔어요.
    가장 최근의 마이앤트메리 사진인 것 같아서요. :)
    일요일까지 공연 힘내서 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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