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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우이
    여행을가다 2020. 8. 23. 17:47

     

     

     

        마우이는 선명했다. 공항에서 내려 렌트카를 찾으러 가는 길에 전차 같은 이동수단을 이용했는데 그걸 기다리고 서 있는데 드는 느낌이 와, 선명하다였다.  초록이 선명했고 야자수들 키가 컸다. 하늘이 맑았다. 구름이 많았고 바람이 불었다. 햇볕이 강해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 그리 덥지 않았다. 하와이에 가면 섬 하나는 가보는 것이 좋다고 해서 자연경관이 좋다는 마우이를 택했다. 숙소는 너무 비싸지 않고 조리를 직접 할 수 있는 곳으로 택했다. 그리고 테라스가 있는 곳. 나의 숙소 선택 필수조건. 이 숙소는 어떤 블로거의 후기를 보고 선택했는데 머무는 동안 한국인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내가 이리저리 여행을 다녀보았다고 하니 영어를 꽤 하는 줄 알았던 남편이 내게 이런저런 것들을 시켰는데 그동안 그나마 있던 영어실력까지 퇴보해 아주 쉬운 것도 들리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나는 있는대로 자존심이 상했고 결국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말을 못하고 마우이에서 남편과 대판 싸웠더랬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아무튼 그 발단은 이 숙소 체크인부터 시작되었다는 이야기. 내가 예약을 한 터라 남편은 내가 대답을 하리라 생각하고 가만 있었는데 직원이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질문을 했고 내가 대답을 못하고 있자 남편이 응?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남편이 이것저것 대답을 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이때 영어울렁증에 대해 좀더 얘기하고 풀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덕분에 나중에 굉장한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이때도 영어 공부할 것을 깊이깊이 다짐하고 돌아왔는데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러고 있네.

     

       방은 근사했다. 침대가 있었고 소파가 있었고 부엌이 있었다. 테라스도 있었다. 테라스로 가면 선명선명한 마우이가 보였다. 저 멀리 바다와 산도 조그맣게 보였다. 역시 숙소 고르는 능력이 있다고 남편이 칭찬을 해줬다. 체크인 할 때 물어 본 제일 가까운 마트로 바로 나갔다. 냉장고를 하와이 맥주로 가득 채워야지. 마트는 생각보다 컸고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에 해지는 줄도 몰랐다. 남편이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해준다고 고기를 샀다. 나는 한국에서는 비싼, 혹은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는 하와이 맥주를 가득 샀다. 머무는 동안 다 마실 수 있겠냐고 했는데 나중에 맥주가 떨어져 마트를 한 번 더 왔더랬다. 마트를 나오고 나서야 해가 늬엿늬엿 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지금 제일 가까운 해변에 가도 해가 떨어진 뒤일 것 같아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석양을 보는 것도 근사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아직 해가 걸려 있어 야외 벤치에서 맥주캔을 뜯었다. 바베큐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 좋다, 정말 좋다, 라는 말을 둘이 번갈아 계속 했다. 근사한 풍경에 시원한 현지 맥주가 우리의 시작을 축복해주는 것 같은 느낌 같은 것은 들지 않았고(하하) 그냥 좋았다. 이제 겨우 여행 첫 날이었으니까. 회사도 안 가도 되고 이렇게 둘이 쉬엄쉬엄 다니며 맥주와 맛난 음식들을 마시고 먹으며 보낼 날들이 많이 남아있으니까.

     

        남편이 만들어준 스테이크는 맛있었다. 사실 하와이에서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었다. 심플한 숙소 접시였는데 플레이팅도 근사하게 해줬다. 저녁을 먹고 테라스로 장소를 옮겨 맥주를 좀더 마셨는데 남편이 마시는 도중에 졸아 먼저 자러 들어갔다. 나는 좀더 첫날밤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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