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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
    여행을가다 2020. 8. 17. 14:00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집앞 마트갈 때 신는 다이소 쪼리로 갈아신었다. 비행시간이 얼마였더라. 벌써 일년 전의 일. 결혼식은 일요일이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친척, 가족과 인사를 하고 군포집으로 돌아왔다. 단둘이 군포집에 있는 건 두번째였을 거다. 들어오는 길에 얼음이 가득 든 아메리카노를 사서 마셨다. 집에 들어와서는 대절한 버스에 옮겨두고 남은 캔맥주를 두 개 꺼내 각자의 컵에 가득 따랐다. 그리고 건배했다. 아,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 아침일찍 화장과 머리를 하러 약속시간에 예식장에 갔다. 그 뒤 순식간에 예식이 시작되었고, 아빠는 행진하기 직전까지 주례사를 완성하지 못해 나를 멘붕에 빠뜨렸는데 좋은 하객들 덕분에 웃으며 주례사를 끝낼 수 있었다. 소윤이는 눈물의 축사로 우리를 감동시켰고, 남편은 임창정 노래를 축가로 불렀다. 많은 시간 지나 모두 변한대도 지금 이 설레임들을 아름답게 간직 하는 거야. 둘이 마주 앉아 맥주를 마시며 고마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푹 자고 다음날 짐을 싸 하와이로 출발했다. 저녁 비행기였다. 저녁 비행기는 처음이었다. 영종도에 사는 보경이가 튜브를 빌려준다며 공항까지 나와 배웅을 해주었는데, 늘 혼자 떠나는 언니를 배웅했는데 이번엔 둘이 있는 걸 보니 왠지 어색하기도 하고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나는 기내식이 맛나다. 사육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는데 나는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좋다. 영화를 보다 책을 보다 시간이 되면 밥을 주고 커피도 주고 맥주도 주고 또 잠을 자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내가 떠나온 곳과 전혀 다른 풍경의 장소에 내려지게 되고 그렇게 여행이 시작되는 것. 또 반대로 그렇게 돌아오는 것. 여행의 시작과 마지막을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장소 같다. 그 밀폐된 공간이. 우리들의 첫 해외여행이었고, 함께 먹는 첫 기내식이었고, 함께 마시는 첫 비행기 맥주였다. 원래는 태국 끄라비를 알아봤었다. 비행시간이 그리 길지 않고 잘 쉴 수 있는 곳. 그러다 한번 뿐인 신혼여행이니 좀더 멀리 가라는 주변사람들의 조언에 조금 더 돈을 쓰고 조금 더 멀리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한 하와이였다. 나는 자다가 책 읽다가 영화 보다가 했는데, 남편은 한숨도 자지 않고 내리 영화를 봤다. 일년쯤 함께 살아보니 영화 매니아, 드라마 매니아다. 하루종일 끊임없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하와이에 도착했다. 호놀룰루에서 마우이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해서 그곳의 뜨거운 태양을 느낄 새도 없이 주내선 갈아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블로그에서 보니 시간이 꽤 걸린다는 후기가 있어 긴장했었는데 다행히 금새 찾았고 금새 수속을 했다. 출발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 남편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셔보았고 나는 공항맥주를 마셔보았다. 맥주 한 모금 하는 순간 아, 잘 도착했구나. 하와이 로컬 생맥주였다. 마우이로 가는 비행기는 한산했다. 비행시간이 금방이라 주스가 나왔다. 창 아래로 하와이 바다가 구름이 바람이 펼쳐졌다. 아, 우리가 진짜 하와이에 왔구나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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