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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테마기행
    티비를보다 2019. 2. 19. 21:09



       절반의 성공이다. 목표했던 바에 크게 못미치지만, 그래도 지난 번보다는 나아졌다. 1월의 헬스 이야기. 한달치만 끊어서 다시 끊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는데(탈의실 누수로 일주일이 연장되었다), 고민이다. 요가같은 GX가 있는 헬스장으로 끊고 싶은데, 집앞이 아니면 잘 가지 않을 것 같아서. 헬스를 끊고 처음 첫주를 부지런히 잘 다닌 것은 오지은 덕분이다. 오지은이 출연한 세계테마기행 때문. '기차를 타고 구석구석, 우리가 몰랐던 일본'이 이번 여행의 테마였다. 오지은이 안내하는 일본 구석구석을 함께 걸으면서 보려고 시간에 맞춰 길 건너 헬스장에 갔다. 헬스장에 입장해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운동복을 받아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나와, 물 두 컵을 재빠르게 마시고, 러닝머신 위에 서서 티비를 켜고 EBS를 틀고, 이어폰 연결, 러닝머신의 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목표했던 40분이 지나도 프로그램은 끝나지 않아서 더 걷는다. 50분이 지나고 프로그램이 끝나면 1분 정도 더 걷다가 내려온다. 다리가 살짝 후들거리고, 걷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뿌듯한 시간. (아, 젠장. 이 뿌듯함을 약 2주 전에 마지막으로 느껴보았구나.)


       오지은은 튼튼한 등산화를 신고, 단단한 잠바를 입고, 때때로 따뜻한 모자를 쓰고서 일본 이곳저곳을 걸었다. 인상적인 장면들을 집에 오면 다이어리 한 귀퉁이에 적어뒀다. 첫 날 방송의 이런 장면. 시골민박집을 나오는 오지은의 손을 잡은 주인 아주머니. "아이고 손이 작네요." 오지은의 말, "일을 많이 안 한 손이라 죄송합니다." 둘째 날 메모. "오지은은 온천에 몸을 담근 뒤 말했다. 온천은 힘든 일을 하고 난 뒤에 받는 상 같다고. 힘든 일이 많았던 날 더 좋다고. 눈이 폴폴 날리기 시작했다." 둘째 날 방송에 아침시장에서 해산물과 회를 사서 뜨거운 밥에 얹어 먹는데, 회를 와사비 푼 간장에 미리 이리저리 적시고 얹이더라. 맛나보였다. 셋째 날에는 이런 메모를 했다. "아직 꽤 많이 남은 은행나무의 노오란 잎과 펄펄 날리던 눈, 신비로웠던 분위기. 쥬니코 호수, 9미터인데도 안이 내려다보이는 호수, 다른 색은 다 흡수하는데, 파란색은 흡수하지 못해 샛파랗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가이드 할아버지의 설명. 360도 바다. 현지인만 아는 명소. 왼쪽도 오른쪽도 바다. 민박집의 푸짐한 식사. 구마모토는 지지 않아! 인기 없는 가수 힘내세요! 인기 있을 때까지 힘내세요!" 그리고 딱 50분 러닝머신 위에서 걷고 나왔는데 거짓말처럼 눈이 날리고 있었다. 마지막 날, 오지은은 "코모레비"를 말했다. 아름다운 단어 중 하나라는 코모레비. 코모레비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뜻하는 말. 스고이 보다 더 대단한 것을 뜻하는 일본말도 했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나네. 그리고 이 모든 여행의 마지막에 오지은의 노래 '작은 자유'가 흘러나왔다. 


       "너와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쓸데없는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네. 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아름다운 것들을 같이 볼 수 있다면 좋겠네. 작은 자유가 너의 손안에 있기를, 작은 자유가 너와 나의 손안에 있기를, 너의 미소를 오늘도 볼 수가 있다면, 내일도 모레도 계속 볼 수 있다면 좋겠네. 니가 꿈을 계속 꾼다면 좋겠네. 황당한 꿈이라도 해도 꿀 수 있다면 좋겠네. 너와 나는 얼굴은 모른다 하여도 그래도 같이 달콤한 꿈을 꾼다면 좋겠네." 


       그나저나 헬스 빨리 등록하여야겠다. 날씬해지면 좋겠네- 



    * 코모레비(こもれび) :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네이버 일본어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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