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연휴동안
    티비를보다 2016. 10. 5. 23:57



    할머니의 먼 집

    립반윙클의 신부

    다가오는 것들

    바다의 뚜껑

    물숨


       연휴 동안의 나의 목표였다. 하지만 연휴 내내 씻기도 싫고, 나가기도 귀찮아서 이틀 내내 집에만 있었다. 집에서 보쌈도 시켜먹고, 통닭도 시켜먹었다. 아, 맥주 사러 마트에 한 번 나갔다. 그래서 살도 쪘다. 집에 있으면서, 책도 읽지 않고, 영화도 보지 않고, 내내 티비만 봤다. 아, 한심하다. 티비를 끄고 책을 읽자, 티비를 끄고 밖으로 나가자, 생각만 수십 번 하고. 마침 비가 내려주었던 순간도 있어서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마지막 날에는 너무 심한 것 같아, 상암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영화 한 편을 보고, 불광천을 걸어 집으로 왔다. 저 리스트 중 <다가오는 것들>만 성공했다!


      그래도 연휴 동안 건진 게 하나 있다. 드라마 <공항가는 길>. 이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됐다. 연휴 때까지 4회가 방영되었는데, 그 전에 잠깐씩 스쳐 지나가며 보긴 했었다. 그렇게 잠깐씩 보면서도 마음에 남는 대사들이 있어서, 이번에 3, 4회를 재방송해주길래 유심히 봤더니 꽤 괜찮은 거다. 불륜드라마이고, 상황들이 꽤 억지스럽고, 대사들이 문어체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음악이 좋고, 문어체스러운 대사도 꽤 근사하고, 김하늘과 이상윤도 좋은 것이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봄날은 간다>, <사랑해 말순씨> 작가의 드라마 입봉작이었다. 드라마를 완전히 신뢰하게 된 나는, 참지 못하고 1, 2회를 돈 주고 결제를 해서 찬찬히 보았다. 그리고 재방해주는 시간을 체크해두고 3, 4회도 다시 보았다. 그러니 그 전에 보이지 않던 이야기들이 보였다. 아, 좋으다 생각했다. 


       오늘은, 김하늘과 이상윤이 삼무사이가 되었다. 바라는 것, 만지는 것, 헤어지는 것이 없는 사이. 김하늘이 말했다. 우리 애매한 사이가 되요. 사랑한다, 좋아한다, 감정이 확실해져도 말하지 말아요. 그래야 오래갈 수 있어요. 이상윤이 말했다. 이상하게 설득이 되네요. 예고편을 보니 이 삼무는 바로 깨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래는 연휴 동안 내가 건진 대사들. 마음들이다. 잊지 않으려고 메모해뒀다.


    - 혹시 제가 보입니까?


    - 제가 보여요?

    지금 만날 수 있어요?

    만나고 싶어요.


    - 매뉴얼대로 움직이다 보면 매뉴얼대로 느끼게 돼.


    - 한번이라도 누굴갈 좋아해봤음 다행이죠.


    - 그러게. 힘들지가 않네요.


       그리고, '비 그친 뒤 파란 자동차 위의 빗물들'이라고도 메모해뒀다. 설마 출발이 무척 좋았던 <달콤한 인생>처럼 되는 건 아니겠지. 수목은 공항에 가는 걸로- 아, 연휴에 가을맥주도 마셨다. 말할 것도 없이 맛났다. :)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