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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
    여행을가다 2018. 11. 10.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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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싸움은 내 쪽에서 시작한다. 그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입장은 또 다를 것이다. 어쨌든 시작은 항상 나다. 우리는 강릉에 오후 느즈막히 도착했다. 강릉까지 가는 동안, 주문진으로 가는 길과 같아서 지난 겨울 추억에 빠졌더랬다. 고속도로 거의 마지막에 주문진으로 가는 길과 강릉으로 가는 길이 달라졌다. 숙소는 촌스러운 감이 있지만, 사람들의 평대로 가격대비 좋았다. 깔끔했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근사했다. 경포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였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어 뭘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숙소를 나갔는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던 차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말 마구마구 쏟아졌다. 장마비였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좋은 걸 먹자며 계속 걸어갔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돌아갈 길이 걱정되는 그애가 그만 가자고 했다. 나는 여행에서 고생을 하면 더 추억이 되더라며 좀더 가보자고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각자 우산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땅한 가게는 숙소에서 멀어질수록 없었고, 결국 숙소 근처로 다시 돌아와 커다란 티비로 월드컵을 보면서 따뜻한 조개찜을 먹을 수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는 약간 불친절했지만, 조개맛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내 말대로 30분 여의 빗속 걷기는 좋은 추억이 되었다.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안주를 샀다. 숙소에 들어와 창밖 풍경이 보이는 문쪽으로 테이블과 의자를 옮겨다 놓고 밤풍경을 보면서, 축구를 보면서 2차를 했다. 그러다 다툼이 시작되었다. 나쁜 일이라 구체적인 이유는 잊어 버렸는데, 아주 사소한 거였을 거다. 이번에도 내가 먼저 시작했다. 그러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 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옆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나 깼다. 그런 일이 없었는데, 속이 너무 아파서 잠이 오질 않는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라 소화가 안 되는 거야? 체한 거야? 하면서 진작 깨우지 나한테 소화제가 있어, 하고 가방을 뒤적거렸다. 매번 여러가지 챙겨가지만 한번도 쓸 일이 없었던 여행용 약꾸러미가 있었다. 소화제를 먹고 괜찮아지는 것 같다고 했지만 계속 뒤척거리길래 등을 쓸어내려주고, 손을 꾹꾹 만져줬다. 그애는 그만 하고 자라고 했지만, 계속 그래줬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의 일이었다. 다음 날도 그래서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서 먹었고, 최근에는 병원에도 다녀왔는데, 스트레스성 인 것 같다고 하더라. 미안했다. 그 밤에도, 그 후에도, 그 전에도. 요즘에는 내 쪽에서 시작하는 싸움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최대한이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그애의 태도가 문... (그만). 지난 여름 강릉을 생각하면 그 새벽이 떠오른다. 아픈 새벽 곁에 있어준 사람, 손을 만져준 사람. 느즈막히 만났는데, 싸우지 말고 더 아껴주자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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