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단호박 스프를 끓여 먹었다. 얼마전 구내식당에 나온 메뉴인데 너무 맛있어서 직접 해보고 싶어졌다. 단호박을 찌고 양파를 잘게 채썰어 포도씨유와 마가린을 넣고 볶았다. 버터와 올리브유를 넣어야 한다는데, 집에 있는 게 포도씨유와 마가린 뿐이었다. 우유를 넣고 끓이다 조금 식히고 난 뒤 믹서기로 갈았다. 그리고 다시 몽글몽글 끓여 후추를 뿌리고 먹었다. 건강한 맛이 났다. 점심으로는 당근을 채썰어 계란말이를 만들고, 이번주에 주문한 노르웨이 고등어에 카레가루를 뿌려 구웠다. 어젯밤에 쪄 놓은 브로콜리와 버섯도 함께 먹었다. 밥은 검은 콩을 넣은 현미밥으로 지었다.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조그만 북페스티벌이 열리는 서울혁신파크에 가봤다. 처음 가보는 거였는데, 불광동인 줄 알았는데, 녹번동이었다. 불광동, 아니 녹번동까지 루시드폴의 새 앨범을 들으며 걸었다. 날씨가 추워졌다. 겨울 같네, 라는 생각을 이번주만 해도 세 번째 한 것 같다. 북페스티벌은 너무 작고, 아이들 위주라 그냥 구경만 하고, 혁신파크 구경을 했다. 행사 포스터들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단풍이 진 나무들과 멀리 북한산도 올려다 보았다. 세계요리 시연강좌들이 있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았는데, 모두 평일이었다. 베트남 분짜 요리 강좌도 있었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대조시장에 들러, 비지와 명란젓, 파와 사과, 들기름을 샀다. 대조시장은 역촌에서 불광역 가는 길에 있는 폭이 좁지만 길다란 시장인데, 불광쪽으로 갈 때면 항상 지나간다. 역촌역 방향으로 시장 끄트머리에 있는 군밤을 파는 아주머니는 항상 군밤 하나를 더 꺼내 손에 쥐어주신다. 오늘은 쥐포튀김도 하나 더 챙겨주셨다. 마트에 들러 반쯤 남은 단호박 스프에 넣을 치즈와 아침 주스로 만들어 먹을 바나나와 케일을 샀다. 아, 헌책 판 돈으로 올 겨울 첫 붕어빵을 사 먹었다.
서울혁신파크는 국립보건원, 식품의약안전청, 질병관리본부 등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혁신 실험을 창조하고 확산하는 공간으로 구체화한 곳이라는데, 둘러보니 재미있는 업체들과 공간들이 많았다. 평일에 놀러오면 좋을 것 같다. 이곳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소식지가 있어 가져왔는데, 한번 더 읽게 되는 문구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