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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고향 고성
    모퉁이다방 2017. 10. 11. 22:06


       이번 연휴는 무척 길어서 집에 오래 머무를 수 있었다. 집에 있는 동안 버스를 타고 진주 유등축제에도 가고, 우리 가족 모두가 인정한 통영 돼지갈비 맛집에도 가고, 삼천포에 생겼다는 바다가 보이는 극장에도 가는 등 꿈은 원대했지만, 추석날을 제외하곤 고성 밖으로 움직이질 못했다. 그렇지만 좋았다. 익숙했던 곳에도 가고, 새로 생긴 곳에도 가보고. 외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스러웠던 것만 빼면, 편안하고 좋은 날들이었다. 아, 한번 엉엉 울어버리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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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내 고향 고성은,

    강원도 고성이 아니라 경상남도 고성이다.




    아침산책을 나서는 내게 이런 구름들을 보여주고,




    이런 고운 빛깔도 보여주었다.




    잘 익은 벼 곁에는 허수아비 축제가 펼쳐지고 있었다.




    고성은 옛날 옛적 소가야의 중심지여서




    이런 능들이 있다.




    아침에 이 길을 산책하면 기분이 최고다.




    자판기 커피 마시면서 책을 읽고자 한 계획은 자판기를 찾지 못해 처참히 깨어지고,




    조용하고, 저렴하고, 맛있는 빵집도 발견했다.




    또 다른 아침에는 누군가 두고간 마음을 들여다 보았고,




    엄마 치마를 입고 남산 벤치에 앉아 나란히 책을 읽었다.




    이 날은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아와서 다방커피를 만들어 먹었다.




    고성에서도 어김없이 맥주를 마셨다.




    뭐니뭐니해도 낮술, 뭐니뭐니해도 생맥.




    고성 스타일.




    소윤이가 이 글씨체는 좋아할까, 생각도 했더랬다.

    소윤이는 가게 간판들을 보며 늘 내가 좋아하는 글씨체가 있어, 이건 아니야, 라고 말하고 한다.




    다섯 시간 가까이 그릇장의 그릇을 모두 꺼내 씻고 닦고 정리한 날도 있었고,




       택시를 타고 바닷가 식당에 가서 펄떡펄떡 뛰는 새우가 가늘고 짧은 다리를 파닥거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애처롭게 보고, 새우를 먹은 날도 있었다. 아, 어차피 구울건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해질 무렵에 맞춰 가니,




    이런 기막힌 풍경도 볼 수 있었다.




    새우가 딸랑 두 개 들어가고, 물이 엄청나게 많았던 새우라면을 먹고,

    바닷가 나무테크 길을 걸었다.




    아부지는 말씀하셨지.

    사람들이 고성 군수가 잘한 일은 남산 하나 밖에 없다고 한다.

    정말 남산은 잘해놓았더라.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남산.




    그리고 전날 지나가면서 보았던 테라스 카페에 가서 동그란 달을 보며 맥주를 마셨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무더웠고,




    책을 많이 읽겠다고 네 권이나 가져 갔는데, 두 권만 읽었다.

    엽서는 한 장만 썼다.




    언젠가부터 명절 뒤풀이는 피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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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긴 추석 연휴가 2025년과 2028년에 있다는데, 그때까지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을까. 사무직 일을 하고 있을까. 아무튼 이번엔 잘 쉬었다. 내내 일찍 일어났고, 대부분 아침산책을 했다. 엄마는 계속 일을 해서 내가 매일 아침밥을 했다. 아빠는 어떤 날은 맛있다고 했고, 어떤 날은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목표로 했던 아부지가 드시고 싶어한 음식은 다 해 드렸다. 칼국수가 있었고, 해물 찌짐이 있었다. 저녁은 주로 나가서 사 먹었다. 아부지가 좋아하는 곱창 전골과 돼지 갈비도 먹고, 막내가 좋아하는 새우도 먹었다. 외할머니의 일은 계속 마음에 남아 있다. 서울에 올라온 다음날 전화를 드렸다. 외할머니는 귀가 좋지 않으셔서 아주아주 크게 이야기해야 한다. 어제 도착했는데, 전화를 못 드려서 지금 드려요. 누고? 금려이가? 서울 안 갔나? 이번 연휴의 일은 꼭 정리해두고 싶었는데, 성공했다. 하하- 내 고향 고성은 (막내의 말에 따르면) 언젠가 뜬다! 여러분, 통영만 놀러 가지 마시고 공룡 발자국이 있는 고성에도 놀러 가세요. (흑흑- 그렇지만 옆동네 통영이 훨씬 볼 것이 많습니다요!) 고성 홍보대사로 끝난, 연휴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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