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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퉁이다방 2017. 10. 2. 23:55













        기사 아저씨는 출발 전에 복도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은 좋겠습니다. 연휴 때 쉴 수 있어서요. 저는 쉴 수가 없어요. 여러분들을 잘 모실테니 이것만 주의해주십시오. 첫째, 바닥에 뭘 흘리지 말아주세요. 둘째, 휴게소에서 시간을 많이 드릴테니 음식은 무조건 밖에서 먹고 타세요. 창문이 없으니 냄새가 진동합니다. 오늘 잘 데려다 드릴테니 이것만 꼭 지켜주세요. 그리고 다음에 또 만납시다. 대전 부근이었는데, 터널 입구에서 접촉 사고가 났다. 내가 탄 버스가 뒤에서 앞차를 박았다. 아저씨는 운전석 옆에 앉은 여자분이 목격자라며 앞차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끼어들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운전석 바로 옆에 좌석도 아닌 자리에 한 여자분이 앉아 있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아저씨는 넓은 공간으로 이동해 사건을 해결하자고 이동하는 중간에도 큰 소리로 보험사인 것 같은 상대방과 전화통화를 했다. 결국 30분 지체가 되었다. 다행이 경미한 접촉이라 버스에서는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것 같았다. 아저씨는 휴게소에서 시간이 부족하다며 15분만 쉬라고 했고, 그 뒤로 엄청나게 달렸다. 느낌에 버스가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기우뚱했다. 누군가 에어컨을 꺼달라고 하자, 저는 좋죠, 라고 냉큼 껐고, 제일 뒷자리에서 누군가 더워서 죽을 것 같아요! 라고 외쳤을 때 바로 켜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고향집에 왔다. 동생의 급작스런 술병으로 인해 우리는 어제부터 무려 두 번의 버스 취소를 했고, 수수료를 물었다. 오늘 오전에 나는 남부터미널 근처의 커피집 테라스에 앉아 읽던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는데, 내가 어떤 에세이를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뒤이어 펼친 새로운 책은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가 담긴 에세이였다. 아버지를 만나 현지인(아버지와 네이버가 인정한!) 추천맛집에서 곱창전골을 먹고, 오늘은 음식이 짰다고 품평하며 함께 길을 걸었다. 고향 읍내는 무척 작아서 조금만 걸으면 금새 집에 도착한다. 밥을 먹을 때 아버지의 이야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잘 들어주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곱창 냄새가 가득 밴 옷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창문가에 걸어두었다. 집에서 엄마를 만났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했다. 서울에서 시작한 하루가 고성에서 끝났다. 고향을 떠나고서야 느낀 거지만, 경상도 음식은 정말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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