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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한대를 본 남자
    극장에가다 2016. 11. 8. 23:43




       이틀 연속 칼퇴기념으로 극장엘 갔다. 사실 보고 싶은 것은 없었지만, 제레미 아이언스가 나오고, <이미테이션 게임> 제작진이 만든 영화라고 하길래 <무한대를 본 남자>를 보기로 했다. 좌 버터구이, 우 맥주를 두고 한산한 극장의 중앙자리에 앉았다. 흠. 영화가 지루해서 겨우 봤다. 인도의 천재 수학자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도 실망스럽고, 이야기도 지루했다. 제레미 아이언스 때문에 끝까지 볼 수 있었다. 평면적인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인물. 제레미 아이언스는 고독한 학자 역할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제일 강력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의 영화는 <다이하드 3>인데, (<다이하드> 시리즈의 열혈팬이었다! 4편 빼고-) 거기선 섹시한 악역으로 나왔더랬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적당히 낡은 양복을 입고, 두꺼운 뿔테 안경을 끼고,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외골수 역할을 연기하는 그를 보는 것이 좋다. 내게 있어 이번 영화 최고의 장면은 제레미 아이언스가 고향으로 떠나는 인도의 천재 수학자를 배웅하는 장면이었는데, 그때 제레미 아이언스는 수학자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는다. 아쉬워서, 그리울 거니까, 가지 않으면 좋겠는데, 고생만 시켰어, 좋은 친구가 되어주지도 못했고, 하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시선을 피하는 얼굴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순간, 저런 게 연기구나, 생각했다. 극장을 나와 빈 맥주캔과 빈 버터구이통을 버리고, 찬바람을 뚫고 불광천을 걸어 집으로 왔다. 나무에 단풍잎이 무성하게 남아 있는데, 제레미 아이언스 같았다. 토마스쿡의 새앨범 중에 (아직까지는) '졸업'이 제일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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