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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일전야
    모퉁이다방 2016. 5. 26. 23:51



       집에 돌아오면 혼자인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동생은 우여곡절 끝에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마지막까지 정말 스펙터클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못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이 일정을 줄여 떠날 수 있었다. 동네 문방구에서 '봉주흐'라고 쓰인 샛노란 수첩을 사서 첫 장에 이렇게 적어 선물했다. "여행지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 하루키의 새 여행책 보도자료에서 본 문장이다. 동생은 떠났고, 막내는 이번 주에는 집에 오질 못한다고 했다. 이번주 평일 내내 혼자다. 잠에서 깨어날 때도, 집에 돌아올 때도. 처음에는 외로움이 짙었는데, 점점 괜찮아진다. 내일은 막내가 올 테고, 온전히 혼자인 밤이 끝난다는 사실이 아쉽기까지. 동생들이 오면 집은 또다시 쑥대밭이 될 거다. 흑-


       동생은 지난주 금요일에 떠났다. 지난 주말은 막내와 함께 했고, 월요일 밤부터 온전히 혼자였다. 집을 치우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했다. '내'가 어지르지 않으면 집이 그대로인 이 상태를 얼마나 꿈꿨던가. 월요일은 야근을 하고 늦게 와서 혼자 요를 깔고 누웠다. 화요일은 Y씨랑 양고기와 맥주를 먹고 와서 혼자 요를 깔고 누웠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집에서 <또 오해영>을 봤다. 맥주를 두 잔, 하이볼을 한 잔 마시고 온 화요일에는 오해영을 보며 계속 울었다. 아, 오해영 엄마는 왜 저렇게 멋있는 거야.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힘내라, 오해영. 아, 월요일에 멸종위기동물 우표가 붙여져 있고, 시가 적혀 있는 엽서를 받았다. 이런 문장이 있었다.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수요일에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 상암에서 내려 혼자 영화를 봤다. 한달에 한번 영화값이 오천원하는 날이었다. 수요일 밤, 동네 사람 모두 대만의 아주아주 유치한 영화를 보러 왔더라. 작은 상영관이긴 했지만, 매진이었다. 영화는 아주아주 유치했는데, 나는 계속 미소짓고 있었다. 쉬-따이위-. 모두들 좋다고 추천한 소설은 나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는데, 이런 유치한 사랑놀음이 늦봄 출렁이는 나의 마음을 계속 간지럽힌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서 사십 분을 걸어 집까지 왔다. 그리고 혼자 요를 깔고 누웠다. 그리고 오늘, 목요일도 야근을 했다. 내일, 혼자인 생일을 보내기 위해서. 내일은 나의 서른 일곱번째 생일이고, 나는 혼자 이소라 공연을 보러 간다. 티켓은 오래 전에 배송되었고, 나는 내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올 거다. 좋은 생일이 될 거다. 그렇게 믿는 밤. 내일은 친구가 미리 선물해 준 새 셔츠를 입어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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