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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숙한 새벽 세시
    서재를쌓다 2016. 4. 1. 00:15

     

     

     

     

     

     

     

       겨울 경주여행을 함께 한 책. 오지은의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공연을 보고, 사인도 받고, 팟캐스트도 들으면서 (내 식대로 이해한) 그녀의 바램대로 나는 그녀를 인간적으로 알아가는 것 같다. 어떤어떤 척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오지은. 언젠가 공연에서인가 라디오에서인가 (아니면 책에서인가) 오지은은 무대 위에서도 다름아닌 오지은이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어릴 때 동경했던 노래하는 센 언니들은 무대 위와 무대 뒤에서의 모습이 너무나 달랐다고, 자신은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부러 멋있는 척 하고 싶지 않다는 말 같았다. 부러 있는 척 하고 싶지 않다는 말 같았다. 사실 이번 책은 처음 읽기 시작할 때 두근거렸다. 이런 문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짐을 싸서 늦겨울의 교토로 떠났다. 조용하고 쓸쓸한 곳에 가고 싶었다. 옛것이 보고 싶었다. 싸락눈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한 달이 지난 때였다."

     

       교토에서의 일상이 지나고, 서울에서의 오지은의 모습과 생각이 이어지고. 읽다보니, 조금 지루해졌다. 그녀의 홈페이지 일기장에서 보면 좋을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썼을텐데 미안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의 팬이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조금 미안했다. 그러다 어느 페이지에서 그녀가 고백했다. 사실, 자신은 아프다고.

     

       "선생님은 검사를 하나 더 해보자고 했다. 나는 진료실 옆 작은 방에 갔다. 알 수 없는 기계가 있었고 간호사는 내 팔목과 발목에 그 기계를 연결했다. 그리고 오 분간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기계는 계속 무언가를 기록했다. 바로 앞엔 큰 창이 나 있었는데 완연한 봄이었다. 나뭇잎을 보면 좀 평화롭게 기록되지 않을까 해서 계속 바라보았다. 긴장이 됐는지 발이 미끄러졌다. 아, 이 때문에 결과가 스펙터클하게 나오면 어쩌나."

     

       그 뒤부터 나는 인간 오지은을 마주했다.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하면서.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도 (책에 대해)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긴 했지만. 흠. 그녀가 만들어내는 창작물들이 마음에 들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 안에 진심이 가득 담겨 있다는 건 알겠다. 그건 정말 확실히 알겠다. 그래서 그런지 사인을 받을 때 한 두 마디 한 게 전부인데, 그녀와 오랫동안 꽤 긴 이야기를 나눠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있는 척하지 않고, 꾸미지 않고, 마음 그대로를 꺼내 보이는, 솔직한 그런 사이. 강아솔이 노래한 가사처럼.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 그 어느 때보다 그대 / 정직한 사람이길 / 그대여 난 온전한 그댈 원해요."

     

       템플 스테이 에피소드가 재미났다. 올해는 꼭 템플 스테이를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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