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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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의 기록모퉁이다방 2016. 6. 21. 22:38
김중혁은 빨간책방 팟캐스트에서 만화책 이야기를 하면서, 이 만화책은 무조건 사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책을 소유하고 있는 건, 그 책이 담고 있는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걸으면서 방송을 듣고 있었는데, 이 말이 참 좋았다. 그 책을 소유하고 있는 건, 그 책의 세계를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언제든 내가 원할 때 펼쳐볼 수 있는 세계. 이 크지 않은 신국판 즈음의 책에 내가 좋아하는 세계가 잔뜩 담겨 있는 것. 오늘 나는 회사에서, 10년차 카피라이터 김민철이 쓴 세계를 줄곧 생각했다. 나는 이 책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집에 가면 바로 그녀의 세계로 정확하게 빠져들 수 있었다. 퇴근을 하고, 1층의 쌀국수 집에서 사온 스프링롤을 먹고, 어제 먹다 남겨둔 오잉도 먹고, 우유도 한 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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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불어넣기서재를쌓다 2016. 6. 16. 21:59
이 책의 본래 제목은 이었다. 나는 일 때 이 책을 샀다. 누군가 추천해 준 책, 이라고 기억한다. 아니면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해서 따라 읽은 책, 일 수 도 있다. 이 책을, 아니 정확히 말해서 단편 '혼 불어넣기'를 오키나와에서 다시 읽었다. 세상에, 오키나와에서 이 단편을 다시 읽다니. 나는 이 단편을 다시 읽기 전, 오키나와 북부 버스 투어를 했다. 우리는 뚜벅이었기 때문에 북부로 가려면 투어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투어에서 갔던 장소들은 나를 감동시키지 못했지만, 버스 안에서 가이드에게 들었던 오키나와와 오키나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가이드가 말한 오키나와 사람들의 성향은 분명 일반화의 오류일 거다. 모두가 똑같을리가 없지. 그렇지만 나는 상상해봤다. 좋은 게 좋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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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출국전여행을가다 2016. 6. 8. 11:28
예상보다 늦게 일어났지만, 늦지는 않았다. 막내는 내내 진짜 감정을 숨겨두고 이따금 날을 세웠는데, 지난 생일에 폭발을 했다. 나도 언니들에게 사랑받고 싶어. 막내의 말들을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그때부터 막내의 마음으로 여러 일들을 되돌아봤는데, 서운할 수 있겠다 싶었다. 특히 여행에 있어 서운해 해서, 동생과 나는 언제고 함께 가자고 하면 가야지 다짐했었다. 6월에 휴가를 길게 써야 한다고, 어디 가고 싶다고 해서 그럼 둘이 갔다 오자고 했다. 우리는 상해를 고심하다, 미세먼지 때문에 오키나와에 가보자고 결정했다. 한번의 커다란 다툼이 있어, 여행은 파토날 뻔 했지만 결국 기분좋게 다녀오기로 했다. 다투길 잘했다. 그뒤로 서로 조금씩 참고 배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출발! 비행기가 연착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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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6. 6. 5. 16:06
5월은 전주에서 시작했다. 4월의 마지막 날도 전주에서.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로또는 여전히 꽝. 마른 기침을 했더니, 차장님이 선물해주셨다. 아주아주 달다. 고마운 카드도 받았다. 이런 문장이 있었다. 금령씨 눈으로 본 서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아, 맥주를 앞에 두고 읽길 잘했다. 고마워요, 지현씨. 김종관에 빠져 있었던 날들. 열심히 읽었다. 5월 시옷의 모임 때 이 책 얘길 했는데, 봄이가 공감해줘서 좋았다. 어린이날은 충무로에서 을 봤다. 친구는 그리 보고 싶어 하지 않은 눈치였는데, 영화가 끝나고 고맙다고 했다. 좋은 영화였다고. 나는 사실 어떤 이유 때문에 영화 중반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었다. 영화가 해피엔딩이어서. 친구도 좋아질 거다. 우리는 각자 조금 울었다. 크게 웃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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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봄모퉁이다방 2016. 6. 1. 22:43
동생이 산낙지가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매일 결심한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으니 그러자고 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산낙지 한 접시랑 맥주 한 병을 시켰다. 동생의 유럽 얘기, 회사 얘기가 이어지다, 나의 생일날 이야기가 이어졌다. 동생은 그때 파리에 있었고, 그곳에서 미역국 이모티콘을 보내줬다. 내가 말했다. 역시 좋았어, 라고. 동생이 말했다. 지금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던데. "마흔 여덟살이 되었어요." 이소라가 말했다. 이천십육년 오월 이십칠일에. 나는 서른 일곱살이 되었다. 서른 일곱살의 생일날, 나는 꿈꿨던 대로, 별일없이, 이소라의 공연장에 혼자 앉아 있었다. 공연은 여덟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시작됐다. 무대에 긴 별빛을 닮은 장식물이 내려왔다. 그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