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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클립스 - 원더풀 투나잇
    극장에가다 2010. 7. 12. 01:36


       친구 A랑 <이클립스>를 봤다. 난 친구가 나한테 오랫동안 연락 안 한다고 속상해 했었는데, A는 내가 연락 안 한다고 속상했다고 한다. 우리는 영화를 보기 전에 햄버거랑 아이스 커피를 해치우고, 보고 나와선 통닭에 맥주를 마셨다. 그러고도 취하지 않아 영풍문고에 들러 여행 책을 두 권씩 사고, 캔맥주를 더 마셨다. 여름 바람이 불었고, 간만에 만난 우리는 신났다. 친구는 캄보디아에 다녀왔고, 난 그동안 새로운 사람들과 즐거운 밤들을 보냈다. 할 얘기들이 많았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왔는데, 야경이 아주 좋았다. 택시 안에서 원더풀 투나잇, 같은 로맨틱한 노래가 흐르지 않았는데도 내 마음은 원더풀 투나잇이었다.

       친구는 내게 괜찮다고 했다. 니가 그런 마음을 가져도 괜찮다고, 그걸 즐기라고. 너는 그런 자격이 있다고. 나는 고마웠다. 내게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게. 이런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게. 내게 그런 자격이 있다는 게. 동생이 몸이 부실해졌다며 사골을 사왔다. 집에 없는 사이 한시가 급하다며 어설프게 우려냈는데, 국물이 아주 맑다. 요거 다시 제대로 우려내고 자야 하는데. 내일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까.

       <이클립스>에서는 모든 게 벨라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훈남들은 벨라를 사랑하고, 많은 사람들이 벨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 그들은 싸운다. 벨라는 제이콥을 사랑하고, 에드워드를 더 사랑한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서른 한 살의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녀들은 이런 감성을 좋아한다는 거지. 갑자기 생각난 문장.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보았던 문장. 소녀로 사는 것은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일요일, 원더풀 투나잇 택시로 한강을 건너오면 내가 한 생각. 아름다운 밤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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