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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동안 본 영화들
    극장에가다 2009. 7. 19. 20:59

        왜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게 되면 책을 적게 읽게 되고, 책을 많이 읽게 되면 극장에서 멀어지는 걸까.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7월에 영화를 전보다 많이 보고 있지만, 책 읽는 시간이 줄었다. 집중 잘 되는 지하철에서조차 일드에 빠져있으니. 그러고보니 7월에는 거의 제대로 책 한 권도 읽지 못했구나. 그래도 영화는 많이 봤다. 좋은 영화들도 있었다.




    <요시노 이발관>은 6월말에 모모에서 본 영화. <안경> <카모메 식당> 감독의 초기 작품이니 챙겨봐야지. 귀여운 아이들이 대거 바가지 머리를 하고 나온다. 전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깨어 부수고 나아 갈 것인가,에 관한 영화랄까. <안경>에서 사색빙수를 만들고, <카모메 식당>을 찾아 버섯을 함께 따주었던 아줌마가 <요시노 이발관>의 전통파로 등장, 아이들의 바가지머리 컷트를 담당한다. 영화 속 아이들이 참 귀엽다. 꽤 오래 전 영화인 것 같으니깐, 이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했을 것인가, 여전히 귀여울 것인가, 지금도 연기를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던 영화. 나한테 검은색 바가지머리 뺏지가 있지롱. :D




    <세비지 그레이스>는 7월에 중앙시네마에서 시사회로 보았다. 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란다. 그 실화라는 게, 아들이 어머니를 칼로 찔러 죽이고 앰블란스를 불렀는데, 경찰이 도착했을 때, 아들이 태연하게 부엌 바닥에 앉아 죽은 어머니를 옆에 두고 중국 요리를 맛있고 먹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소문에 의하면, 이 아들과 어머니가 근친상간을 했다는 이야기. 감독은 왜 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졌을까. 의문스러워졌던 영화다.

    영화는 이야기 자체가 너무, 너무 뭐랄까 비현실적이여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화라니까) 도무지 공감이 안 된다.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영화보는 내내 머릿속을 둥둥 떠도는데, 결국 근친상간의 이유라는 것도 영화잡지를 보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사실. 이야기 자체는 이해 불가인데(시사회 도중 자리를 뜨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영화가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건 순전히 배우들 때문. 줄리안 무어의 신경질적인 연기와 외모가 훌륭하다. 그리고 아들 역의 (버버리였나 무슨 유명 메이커 모델이었다는) 확실히 깡마른 모델 포스의 배우. 새하얀 건물과 햇살 속에 앞머리는 우아하게 한쪽으로 늘어진 채, 쇠약한 몰골과 병악한 표정의 그 장면. 캬. 그 장면에서 그가 무척 빛났다고 내가 몇 번을 얘기했지만, 뒤이어 본 J양은 '어디서?' 라며 동의할 수 없다 했다. 정말 빛났는데.  




    <애니 레보비츠 :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도 7월에 중앙에서 본 영화. 사진 작가 애니 레보비츠의 다큐멘터리다. 영화를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헐리웃 사진들을 많이 찍으신 분이더라. 데미 무어의 만삭 사진이라든지,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사진이라든지. 존 레논이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오노 요코 곁에 둥글게 몸을 말고 볼에 키스하는 사진. 영화를 보면 대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열정이 충만한 사람이다. 아, 그리고 수잔 손택과 무척이나 가까웠던, 친구를 넘어 연인사이였던 사실을 영화를 보면서 알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받았던 느낌은 이런 것. 사진에 대해 애니 레보비츠는 이런 말을 했었다. 찍고 있던 카메라를 바닥에 놓고는, '진짜는 지금 이 순간이죠.' (정확히 옮겨 적은 말은 아니지만, 나는 이렇게 받아적었다) 사진은 정지한 순간을 잡으니까, 당연히 현상한 사진 속의 순간은 정지되어 있다. 춤은 추고 있고, 키스를 하고 있고, 걸어가고 있고. 그 프레임 속 정지한 사진의 순간이 지나고, 그 속에 있던 인물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1분 후. 다시 춤을 추면서, 키스를 끝내고, 계속 걸어가며. 인물들이 모두 프레임 밖으로 사라지고, 그 속에 있던 가구나, 건물이나, 물체들만 남은 풍경. 그런 조금은 쓸쓸한 느낌. 내게 이 영화는 그런 느낌이었다. 곧 그 프레임 안에는 또 다른 인물들이 들어와 네모난 공간을 풍성하게 채우겠지만 말이다.

      


    <언노운 우먼>은 7월에 모모에 봤다. 전개가 처음부터 무척 빨라서 영화는 지루하지가 않다. 뭐랄까. 아침 드라마용 소재인데, (후반부에 내용들이 특히 그랬다. 갑작스런 죽음으로 극의 장애요소를 한 큐에 사뿐히 해결하시고) 뭐.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탈리아 영화라는데, 주인공의 연기가 무척 좋다. 진짜 연기 잘 하는구나, 하는 느낌. 금발으로 나오는 과거 장면이랑, 현재의 장면이 있는데, 전혀 딴 사람같다. 음악도 좋고. 엔리오 모리꼬네 음악이다. 볼 만했다.

     


    <드래그 미 투 헬>은 7월에 시너스 단성사에서. Y언니가 아니었으면 놓칠 뻔 했는데, 역시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 초반 10분을 어이없는 매표 직원 때문에 놓쳤지만, 단숨에 영화 속에 빠져들었다지. 웃기면서 무서운 영화. 100분동안 진짜 재밌었다. 롤러코스터 타는 느낌이랄까. 잘 만든 공포영화를 중간중간 귀 틀어막고 본 후에 극장을 나서는 기분이란, 긋. 2편이 나올까. 주인공이 커스틴을 아주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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