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책을 말하다'에 해당되는 글 2건

  1. 9월 둘째주 책을 말하다 추천책 4 2007.09.20
  2. 읽고 싶은 책 찜해두기 3 2007.09.05

9월 18일. 이번주에 추천된 두 권의 책.
'육체와 영혼의 병'이라는 주제로 소개된 <빌리 밀리건>과 <푸른 알약>.

다니엘 키스의 <빌리 밀리건>
 
이 책은 예전에 어디서 소개된 거 보고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도서신청까지 해 놓고
책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아직 대출을 못했다.
오늘가서 대출해야겠다.
얇은 책인줄 알았는데 600페이지 가량의 두꺼운 책이란다.

빌리 밀리건이라는 실제 인물을 소설화한 것인데
다중인격장애로 24개의 인격을 가진 사람이란다.
강간과 강도 사건으로 체포되었는데, 그 당시 자신이 정말 그런 끔찍한 일을 한 거냐며
전혀 모르는 일처럼 말했다고 한다.
자신의 내면에는 24명의 인격이 있는데, 모두들 이름도 있고 성격도 다르단다.
어린 시절에 충격적인 일을 겪게 되면 이런 다중인격장애가 발생하기 쉽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성폭행을 당하거나 폭행적인 죽음을 목격하거나 폭행을 당하거나 하는.
그때의 어린 자아는 끔찍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그것을 온전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또 다른 자아를 한 명 만들어서 그 일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인다는 거다.
'해리장애'라고 하는데 보통 4-6명의 자아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현재 연구된 바로는 26명의 자아를 가진 사람이 최대라고 한다.

이 책을 소개받고 패널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다중인격장애를 단지 정신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린시절의 충격으로 이것을 자신의 일로 믿지 않으려는,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마음이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평생을 치유받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게.

우리 모두도 늘 똑같은 모습으로 살지는 않는다.
A를 대할 때의 나와 B를 대할 때의 내가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도 있지 않나.
그런데 정상인과 해리장애를 겪는 사람의 차이는 기억을 못한다는 것이란다.
A를 대할 때 했던 내 행동을 B를 대할 때 기억을 아예 못한단다.

꼭 읽어봐야지.

패널 중 이 말이 정말 마음이 아팠다.
다중인격에 대해 좀더 깊이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프레데릭 페테르스의 <푸른 알약>

두번째 추천책은 만화책.
작가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엮어진 이야기란다.
실제 만화가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아니 HIV 바이러스 보균자인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
고맙습니다나 너는 내 운명처럼 눈물을 쏙 빼놓는 감동스토리라기 보다는
HIV 바이러스 보균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의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고.

실제로 에이즈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들이 많지 않나.
그래서 에이즈라는 말만 들어도 손가락 하나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데
실제로 에이즈가 전염될 확률은
이 방을 나가 길 거리에서 하얀 코뿔소를 만날 확률이라는 표현이나
조심해서 섹스를 했는데 갑자기 콘돔이 터져버려 남자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 밤,
이런 현실적인 고민들이 이 만화의 장점인 듯 하다.

한 패널이 금방 읽어서 두 번이나 봤다고 심드렁하게 이야기했는데
다른 패널들이 이 만화책은 빨리 읽기보다 대사 하나, 장면 하나 음미해가면서 읽어야 그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왠지 <헤이, 웨잇>이랑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그리고 한 패널이 이야기하면서 언급된
수잔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무튼 점점 푹 빠져들게 만드는 TV, 책을 말하다.
매주 닥본사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구나. :)

,


존 그리샴의 <사라진 배심원>

존 그리샴 소설을 한번도 못 읽어봤는데.
케이블에서 더스틴 호프, 존 쿠샥, 레이첼 웨이즈의 <런 어웨이> 영화를 봤다.
<사라진 배심원>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는데,
<사라진 배심원>에서는 담배회사와 대항하는 내용이라는데
<런 어웨이>에서는 총기회사와 대항하는 내용이었다.
간만에 재밌게 본 법정영화였다.
배우들도 빵빵하고 반전이라고 있기는 하지만
요즘 반전에 하도 길들여져서 보다보면 딱 알 수 있다.
반전이 중요하다기보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세지가 중요했다.
미국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는 총기난사 사고에 대해서
총기를 난사한 가해자가 아닌, 그 매개체가 되는 총기를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무분별하게 팔고 있는 총기회사에 대한 고발과 함께 미국의 배심원 제도에 대해서 자세히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원작이 궁금해서 찜해둠.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어제 TV, 책을 말하다에 소개된 소설책이다.
팩션소설인데, 김홍도와 신윤복과 정조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엮었다고 한다.
추리 스릴러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하는데
두권짜린데 패널들 얘기에 따르면 한번 손에 쥐면 멈출 수 없을정도로 재밌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의 인물들을 역사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의 틀에 집어넣은 것인데, 역사적인 자료는 없지만 작가는 이 소설에서 김홍도와 신윤복을 사제시간으로 설정을 하고 써 내려갔다고 한다.
김홍도에 비해 신윤복은 역사적인 기록이 단 두 줄뿐이라고 한다.
단 두 줄이기 때문에 역사적 상상의 나래를 활짝 필 수 있는 것 같다.
패널로 나온 큐레이터 분은 이 소설로 인해 우리가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미술 작품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의 미덕인 것 같다고 한다.
정조가 실제로 화가들에게 궁 밖의 서민들의 생활을 그려오라면서 같은 풍경을 보고 각자의 그림을 그려오는 과제를 내렸다고 한다. (김홍도와 신윤복에게 그 과제가 떨어졌는지는 역사적으로 볼 때 확실하지는 않다고 한다. 사제지간인 것도 확신할 수 없듯이) 이 때 두 사람이 그린 화풍이 굉장히 대조적이었다고 하는데, 이 부분들이 소설 속에 굉장히 긴박감이 넘치게 묘사가 되었다고.
재밌을 거 같다. 빨리 읽어봐야지.





손승현의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

역시 TV, 책을 말하다에 소개된 책.
손승현이라는 사진작가가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집.
서부극을 떠올릴 때, 백인이 황량한 들판을 말과 함께 가로지르며 쌍권총을 휘두르는 멋진 모습을 상상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승리한 역사의 각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집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 멋져보이는 서부극의 이면에는 미국사회의 소외된 이면, 아메리카 원주민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현실이 지금 얼마나 열악한지, 서부개척당시 얼마나 많은 원주민들이 죽어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의미있는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쓰는 '인디언'이라는 용어는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이 용어 역시 승리한 백인들에 의한 것이고, 실제로 '원주민'이라고 써야 한다고.
학살당한 조상들을 기리면서 미래를 향해 원주민 말타기 행사에 참여하면서 작가가 찍은 사진들과 글들이라고 한다.
책 소개 부분에 나왔던 책 속 한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원주민 사회에서 말(言)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원주민들은 말을 통한 약속은 무조건 지키고 믿는다고 한다. 그런데 백인들은 개척 당시 원주민들에게 백여개의 약속을 했지만 단 하나의 말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작가가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서 이야기를 했는데, 원주민이 작가에게 원주민 이름이 지어줬다고 한다.
'차가운 물 속을 걷다' 라고.
작가가 사진을 찍기 위해 살얼음이 있는 차가운 물 속에 뛰어들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행사의 마지막 날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들의 진심이, 작가의 진심이 느껴졌다.
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