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라우미수족관1 셋째날 오후, 츄라우미 수족관 가장 늦게 도쿄에 도착한 친구가 가장 먼저 알아챘다.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여행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것까지도 친구는 간파했다. 커다란 공원에 도착해서 친구는 "철아, 우리 신경 쓰지 말고, 너 혼자 여행해. 혼자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괜찮아지면 전화해"라고 등 떠밀었다. 나는 굳어진 얼굴로 나무 그늘 아래에 가서 mp3를 귀에 꽂고 수첩을 폈다. 밤나무 냄새가 너무 지독했는데 그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혼자 떨어져서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점점 화를 떠나 보냈다. 두 시간쯤이 지나서야 나는 간신히 회복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누군가와 같이 여행하기에 꽤나 부적합한 인간 부류라는 걸. 이제 진짜 여행은 혼자만 떠나야겠다고.- 174~175쪽, 김민철 중에서 츄라우미 수족관에.. 2016. 8.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