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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요 - 마스다 미리
    서재를쌓다 2013. 9. 15. 22:41

     

     

        결국 맥주를 사러 나갔다. Y씨에게 이 책들을 빌렸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처음 세 권의 책을 빌려 읽어서 그런지 마스다 미리 책은 계속 빌려 읽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지 않고 기다렸다. 이번에 책을 대거 구입한 Y씨가 비닐도 뜯지 않은 이 책들을 빌려줬다. 오후 내내 잠에 취해 있었다. 영화가 보고 싶어서 무료영화를 찾아보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를 틀어놓고 잠이 들었다. 그 전에는 Y언니가 추천한 <마호로역전번외지> 2회를 보다 중간중간 잠이 들었다. <아빠 어디가> 할 때쯤 잠에서 깨 추석을 앞둔 주말에 이게 뭔가,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들었다. <아빠 어디가>를 보고 마스다 미리 만화를 읽기 시작했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를 읽은 후에 맥주가 땡겼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편의점에 다녀왔다. 요즘 나의 홈메이드 안주는 번데기. 통조림 국물을 다 따라내고 물을 약간 넣어 끓인다. 마늘 다진 것과 청량고추를 넣고.

     

       신기했다. 세 권의 책을 두고 뭐부터 읽을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제일 괜찮고 격하게 공감이 된다는 얘기를 들어서 일단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를 읽었다. 그 다음으로 <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읽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기대한 <수짱의 연애>를 읽었다. 나중에 보니 신기하게도 이게 맞는 순서였다. 수짱의 나이순서대로였다. 오, 나 제법이다, 감탄했다. 읽으면서 맥주가 땡겼던 이유는 만화에서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와서가 아니었다. 수짱은 맥주를 마시기 보다, 장을 보고, 목욕을 하고, 혼자 먹어도 어색하지 않은 체인점에서 끼니를 때우고, 차를 마신다. 그런데 맥주가 땡겼던 건 수짱이랑 나랑 너무 비슷해서. 일본의 한 만화가가 너무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서. 내가 이렇게 나이 들어가고 있어서. 이렇게 나이 들어가고 있는 사람이 나 혼자 만이 아니여서. 고맙고도 외로워서, 맥주가 필요했다.

     

        아, 수짱의 연애는 어떻게 되었을까. 너무 설레이게 끝내버렸어. 어떻게 된 건가. 여자친구가 있는 그 남자는 수짱을 계속 만났을까.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서른 일곱의 수짱은? 늘 고향 가고시마의 특산물을 택배로 보내고 전화통화로 결혼은 언제 할거야? 남자친구는 있니? 라고 스트레스를 주던 수짱의 엄마는 어느 날, 조카의 결혼식 때문에 수짱의 집에서 하룻밤 머문다. 수짱의 엄마는 수짱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면 어쩔 수 없지. 그걸로 된 거야. 너도 이제 서른여섯이니까. 슬슬 자신의 감을 믿을 나이가 됐지." 수짱! 응원합니다. 아, 맥주 다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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