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일기3 구닥, 네번째 롤 오늘은 일을 하다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는 집을 설계하는 일을 하시는데, 예전에는 모두들 손으로 설계도를 그렸다. 사무실에 가면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커다란 책상들이 있었고, 커다란 종이들에 건물 도면들이 곧게 그려져 있었다. 시대가 변했고, 아빠는 그 속도를 쫓아가지 못했다. 캐드며, 그 딴 것들을 배워뒀어야 했는데. 이제는 누구도 손으로 설계도를 그리지 않는 것 같다. 내 일이 그러하듯 메일로 중요한 자료들을 주고 받고. 아빠는 그것들에 익숙하지 못하고. 오늘 전화로 자료를 요청하는데, 잘 모르고 보낸 것이 다라고 계속 이야기하셔서 짜증이 났다. 그런데 가만 듣고 보니 우리 아빠 같은 거다. 제가 잘 몰라서 그래요, 하시길래 그럼 필요한 부분들을 다 적어 보낼테니 다시 보내달라고 했다. 차장님은 인터.. 2017. 11. 15. 투다리 오후에 졸리기도 해 이동진 라디오를 팟캐스트로 들었다. 김소영 아나운서가 나오는 코너였는데, 3부를 시작하면서 김소영 아나운서가 어떤 글을 읽기 시작했다. 더이상 만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말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 사람은 그 말들을 그 사람의 유언이라고 표현했다. 특별하지 않고 일상적인 말들이었다. 그렇지만 '유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나니, 그 평범했던 말들이 특별해졌다. 이제는 더이상 만나지 않는 사람들의 마지막 말을 나도 떠올려봤지만, 쉽게 떠올려지지 않았다. 아마 더 오래 골몰해도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작가가 이렇게 글을 잘 쓰나 하고 끝까지 귀를 기울였는데, 박준 시인 산문집 속 글이었다. 얼마 전 고민하다 장바구니에 넣어뒀는데, 곧 바구니를 비워야 .. 2017. 7. 26. 오늘의 일기 7분 뒤에 오는 버스를 타려고 일어섰는데, 동료가 말을 걸었다. 동료가 자신의 슬럼프를 고백했다. 나는 그이의 슬럼프를 듣고, 나의 지난 슬럼프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지금도 슬럼프가 아닌 건 아니다. 어쨌든 우리는 내일을 살아내야 하므로, 힘을 내자고 했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1분 뒤에 온다는 버스를 탔다. 합정의 안경점에서 한번 사용해보고 싶었던 렌즈 이름을 말했는데, 취급하지 않는 제품이라고 했다. 대신 새 제품을 추천받아 샀다. 렌즈 네 개를 덤으로 줬다. 마트에 들러 제일 길다란 알뜰 소시지를 샀다. 금요일에 계란물을 묻혀 소시지 반찬을 해야지.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고, 답을 보내니 내가 제일 늦게 답을 했다고 했다. 메시지에서 내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S는 오늘도 열심히 어.. 2016. 9.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