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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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톤먼트 - 속죄하기 위한 허구극장에가다 2008. 2. 26. 22:30
이야기는 다시 시작될 수 있어. 서재에서 순수한 열정으로 사랑을 나눴던 그 남자로 돌아가서, 너를 찾고, 너를 사랑하고, 너와 결혼하고, 치욕없이 살거야. 극장 안에서 유일하게 위로받았던 때도 있었는데,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극장을 안 가도 너무 안 갔다. 그 곳까지 가는 걸음이 천근같이 느껴졌다. 그래도 가서 보면 더할나위없이 좋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어제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 , 는 꼭 극장에서 보리라, 결심했다. 오늘 를 봤다. 나는 너무 좋아서 엉덩이를 들썩거렸고, 너무 좋아서 여러번 울었다. 아, 영화란 이런 존재였지. 좋은 영화를 보는 것이 이렇게 가슴 설레는 일이였지. 나는 이제 극장까지 날아서도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사실 를 보면서 내내 원작, 이언 맥큐언의 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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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회 아카데미 시상식 - 이제 극장으로 달려가자티비를보다 2008. 2. 25. 19:15
아카데미 시상식이 80회를 맞이했다. OCN의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를 보면서 든 이런 저런 생각들. 레드 카펫의 눈부신 드레스 향연 역시 시상식하면 여배우들의 아름다운 드레스다. 실제 여배우들도 예쁘고 아찔하기도 한 드레스로 맵시를 뽐내며 배우라는 직업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누구보다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싶은 레드 카펫 위 어여쁜 여배우들 중에 올해 아카데미에서 유독 눈에 띄이는 드레스들이 있었다. 바로 임신한 통통한 배를 한껏 드러낸 아름다운 만삭의 여배우들. 쌍둥이를 임심한 제시카 알바, 임신해도 여전히 우아한 케이트 블란쳇, 임신한지도 모를 정도였던 니콜 키드먼. 만삭의 몸에도 아름다운 D라인의 드레스로 여성미를 한껏 뽐낸 여배우들, 진정 멋있었다. 80년을 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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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 3억엔보다 행복한 우리들티비를보다 2008. 2. 18. 17:57
을 보게 된 건 순전히 마이앤트메리의 메리진 때문이다. 그가 홈페이지에 'すいか'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지 않았다면 나는 이런 드라마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 분명했다. 메리진은 의 주인공들이 식탁에 둘러 앉아 오니기리를 맛나게 먹는 장면을 캡쳐해놓고선 '이런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어. 또 다른 바램이라면 봄,여름,가을,여름으로 계절이 돌아갔음 좋겠어.'라고 말했다. 그리고 찾아본 2003년 일본에서 온 이 드라마. 초여름의 산들바람처럼 고요하고 시원한 느낌을 가져다주었던 여름 드라마를 나는 겨울에 보았다. 그리고 첫 장면에서부터 이 투박한 제목의 드라마가 너무너무 좋아져버렸다. 1983년 여름. 2000년이 도래하면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한번씩들 꿈꾸었던 세기말. 시험에서 28점을 맞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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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맘보 - 2011년으로부터 온 편지극장에가다 2008. 2. 17. 20:48
그녀의 이름은 비키. 그녀에겐 하오라는 연인이 있다. 그녀는 하오와 헤어지고 싶지만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주술이나 최면에 걸린 것처럼 그녀는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다짐했다. 예금해둔 돈을 다 써버리는 날, 그를 떠나리라고. 이것은 세계가 축제로 들떠있던 10년 전, 2001년에 일어난 일이다. 2011년의 비키는 그녀의 10년 전 이야기라며 말문을 연다. 비키는 10년 전 자신을 '그녀'라고 말한다. 마치 10년 전 자신은 자신이 아닌 것처럼. 자신은 그냥 10년 전 비키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제3자처럼. 그러니까 10년 전, 그녀는 열아홉살이였고,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으나 그들은 너무나 어렸고, 그를 버리지도, 떠나버리지도 못한 채 방황하고 있었다. 시간과 시간은 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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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연애중 - 밥먹고 연애하고 밥먹고 싸우고극장에가다 2008. 2. 12. 11:05
얼마 전 읽었던 전경린의 에서 왜 자신을 낳았냐는 아이의 질문에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을 보고 여자와 남자가 6년의 긴 연애 중에 결혼을 했더라면 사랑하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아이를 낳았을까. 그러면 그들의 결말은 달라졌을까? 그러면 뻔했겠지. 뭐. 을 보고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결말이 해피엔딩이였나. 극장에서 나와 매서운 바람을 코 끝으로 받아치며 걸으면서 나는 그것이라말로 해피엔딩,이였다고 생각했다. 어찌되었든 남자와 여자는 열심히 사랑했던 시절에서 시작해서, 열심히 싸우는 시절을 거쳤다가, 열심히 살아가는 순간에 당도했다. 실제로 6년쯤 연애하다가 결혼한 친구와 함께 봤는데, 친구는 6년쯤 연애를 끝내고 결혼을 했다. 여전히 연애할 때랑 비슷하다고,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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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타임즈 - 첫 장면과 사랑에 빠지다극장에가다 2008. 2. 11. 18:23
1966년 대만의 어느 작은 당구장. 나무향과 담배냄새로 가득한 'Smoke Gets In Your Eyes'가 울려 퍼진다. 남자는 공을 치고 여자는 손을 허리에 댄 채 당구대 끝에 사각사각 초크가루를 바른다. 공들이 톡톡 부딪치고, 마음들이 퉁퉁 부딪히고. 이렇게 시작하는 영화. 이 첫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지기에 충분했다. 오랜만에 하루종일 극장 구석에 앉아 쉬지않고 연속으로 영화를 봤다. 허우 샤오시엔 특별전이었다. 에서 시작해서 , 까지. 까지 보고싶었는데 서기가 연속으로 출연하는 바람에 머릿 속에서 영화들이 뒤엉켜버려 포기했다. 일요일이였고, 봄처럼 따뜻했고, 오랜만의 광화문은 한산했다. 극장으로 가는 길에 커피도 한 잔 마셨다. 햇살도 정말이지 따스했다. 모든 게 영화보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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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필드 - 한 편의 괴수 영화극장에가다 2008. 1. 28. 17:24
를 보고 난 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또 미국을 습격하는 '무언가'의 이야기구나. 역시 9.11.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인 사람들. 아, 그때 그 '잘못했어요'를 반복했던 그 대사는 뭘 의미하던 거 아니였을까. 누구에게 무엇을 잘못했다는 걸까. 넌 그 때 이미 일본으로 가야했다는 대사는? 왜 하필 일본인가. 큰 괴물에서 작은 새끼 괴물들이 쏟아나오는 건? 왜 85분일까. 왜 캠코더일까. 그저 생각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을 뿐. 아무런 해답도 찾지 못했다. 이건 이걸 의미하는 거고, 이건 이걸 의미하는 걸 거라고 규정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머릿 속에 의 괴물이 정신없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뚜렷하지도 않은 괴물의 형태가 쿵쿵거리며 뛰어다니면서 뉴욕만큼 복잡한 내 머릿 속을 포악스럽게 파괴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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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것이 좋아 - 그녀들이 좋은 이유극장에가다 2008. 1. 28. 13:45
나난이 돌아왔다. 뜨거운 것이 좋다면서. 29살, 더이상 서른이 되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화이팅을 외치며 상콤한 발걸음을 내딛었던 의 나난. 이번에는 아미라는 이름으로. 27살의 나이로. 일년내내 똑같은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정몽주의 일백번 고쳐 쓰는 정신을 본받아보라는 PD에 귀싸대기를 올리고 싶은 아직 입봉하지 못한 시나리오 작가, 아미는 말한다. 여자에겐 절대 들켜선 안될 세 가지가 있어. 바람, 주름살, 그리고 속마음. 나난과 아미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 그녀의 곁을 맴도는 사람들도. 서른이 가까워지는 위태위태하고 불안한 나이의 삶은 다들 비슷비슷한 걸까. 나난의 불알친구 동미는 아미의 언니, 영미를 닮았다. 세상에서 가장 쿨한 척, 나이에 맞게 질퍽거리지 않게 보이려고 애쓰지만 실제로는 누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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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나잇 -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다면극장에가다 2008. 1. 23. 02:49
안녕. 당신. 을 보고나서 당신 생각이 났어요. 돌아오는 버스에 앉아선 우리가 처음 만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을 더듬어봤어요. 여름이였나, 봄이였나, 가을이였나. 꽤 오래되었죠? 그 때 처음 만났지만 당신은 우리가 여러 번 만나온 것처럼 내게 다정하게 대해줬어요. 꼭 여러 해 알고 지내온 것처럼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내가 아는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이 나를 꼭 안아줬을 때 그 품이 낯설지 않았거든요. 당신이 나를 토닥거려주었을 때 그 손짓이 왠지 익숙했거든요. 그 사람인가라고도 잠깐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아니였어요. 그건 확실해요. 그 사람은 쨍하고 눈부시게 스윙을 날린 뒤로 더 이상 나를 안아주지 않거든요. 누굴까. 당신이 누굴까. 왜 얼굴이 이리 보이지 않는걸까, 얼굴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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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영화와 책 사이극장에가다 2008. 1. 19. 04:36
아침에 신문을 뒤적거리다 이 금요일 MBC 주말의 영화인 걸 봤어요. 의 성공적인 종영과 의 개봉에 힘 입어 편성된 거 아닌가 혼자 생각하면서요. 2년 전 영화네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날의 기억이 생생해요. 친구와 지금은 친구의 시누이가 되어버린 이와 함께였고, 영화를 보기 전에 명동에서 감자탕을 먹었고, 커피를 들고 컵홀더가 없던 2관에서 보았어요. 오랫동안 기다려온 허진호 감독의 영화라 보기 전부터 설레였고, 약간의 실망을 했지만 사람들 반응만큼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면서 극장을 나섰지요.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게 되면 처음에 보이지 않던 세세한 것들이 보여요. 일상적인 소품이나 사소한 배우의 표정, 스쳐 지나갔던 대사 하나. 오늘도 을 보면서 2년 전 극장에서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