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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운 것이 좋아 - 그녀들이 좋은 이유
    극장에가다 2008. 1. 28. 13:45


       나난이 돌아왔다. 뜨거운 것이 좋다면서. 29살, 더이상 서른이 되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화이팅을 외치며 상콤한 발걸음을 내딛었던 <싱글즈>의 나난. 이번에는 아미라는 이름으로. 27살의 나이로. 일년내내 똑같은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정몽주의 일백번 고쳐 쓰는 정신을 본받아보라는 PD에 귀싸대기를 올리고 싶은 아직 입봉하지 못한 시나리오 작가, 아미는 말한다. 여자에겐 절대 들켜선 안될 세 가지가 있어. 바람, 주름살, 그리고 속마음.

       나난과 아미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 그녀의 곁을 맴도는 사람들도. 서른이 가까워지는 위태위태하고 불안한 나이의 삶은 다들 비슷비슷한 걸까.

       나난의 불알친구 동미는 아미의 언니, 영미를 닮았다. 세상에서 가장 쿨한 척, 나이에 맞게 질퍽거리지 않게 보이려고 애쓰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사람. 내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고, 사랑할 수 있다는 느낌, 놀이동산의 바이킹같은 떨림이 필요한 사람. 어느 드라마에서 그런 것처럼 쿨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쿨해지는 거라고. 아메리카노만 마시고 늦은 밤 쇄골뼈에 땀이 가득 차도록 러닝머신을 돌리면서 어느 순간 외로워지는 사무치는 감정이 오는 것이 당연한 걸 인정하는 순간, 영미는 '진짜' 연애를 시작한다.

       수헌을 꼭 빼닮은 승원. 데리고 다니기엔 손색없이 훌륭한 외모를 지녔지만 눈치없는 것하며, 재미없는 유머는 빼다 박았다. 그 나이대의 남자들은 다들 해외로 발령이 떨어지는 걸까, 라고 생각될 정도로 같은 코스를 걷고 있는 두 남자. 돈 없고 위태위태한 여자들의 이야기에서 돈 많고 안정적인 직업으로 나오는 이 남자들은 들러리들이다.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해 내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꿈이 있는, 이루고 말 장래희망이 스물아홉과 스물일곱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여자들에게 그 꿈을 상기시켜줄 매개체에 불과한 그들. 그래서 여전히 그가 좋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꿈을 위해, 앞으로의 나의 창창한 미래를 위해 엎어질리 없는 그를 포기한다. 스무살처럼 질질 짜지 않고, 1년이 지나도 5년이 지나도 남자가 여자를 생각할 때 다시 만나 사랑하게 싶을 정도로 멋진 미소를 선사하면서 힘차게 빠이빠이,라며 손을 흔든다.

       이게 내가 그녀들을 좋아하는 이유다. <싱글즈>를 여러번 보고 <뜨거운 것이 좋아>를 보러 간 이유. 스물 아홉, 나난이 말했다. 서른이 되기 전에 인생의 숙제 둘은 해결될 줄 알았다고. 일에 성공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하지만 자신은 일에 성공하지 못한 싱글이라고. 그럼 어떠냐고. 마흔 살엔 뭔가 이루어지지 않겠냐고. 아님 마는 거라고. 스물 일곱, 아미가 말했다.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후회하는 순간 과거가 되어버릴 거라고. 현재를 여전히 실수투성이로 살아가는 그녀들, 그래 우리 열살쯤 후엔 뭔가 되지 않겠어? 아님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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