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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버 필드 - 한 편의 괴수 영화
    극장에가다 2008. 1. 28. 17:24

       <클로버 필드>를 보고 난 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또 미국을 습격하는 '무언가'의 이야기구나. 역시 9.11.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인 사람들. 아, 그때 그 '잘못했어요'를 반복했던 그 대사는 뭘 의미하던 거 아니였을까. 누구에게 무엇을 잘못했다는 걸까. 넌 그 때 이미 일본으로 가야했다는 대사는? 왜 하필 일본인가. 큰 괴물에서 작은 새끼 괴물들이 쏟아나오는 건? 왜 85분일까. 왜 캠코더일까.
     
       그저 생각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을 뿐. 아무런 해답도 찾지 못했다. 이건 이걸 의미하는 거고, 이건 이걸 의미하는 걸 거라고 규정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머릿 속에 <클로버 필드>의 괴물이 정신없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뚜렷하지도 않은 괴물의 형태가 쿵쿵거리며 뛰어다니면서 뉴욕만큼 복잡한 내 머릿 속을 포악스럽게 파괴해 나가기 시작했다. 9.11. 가해자. 피해자. 잘못했어요. 일본. 새끼 괴물. 85분. 캠코더.
       
       팝콘도 먹지 말고, 앞자리는 절대 피하라는 경고성 글들을 많이 보고 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어지럽지도 않았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렇게 짧은 상영 시간동안 놀이 기구를 타는 것처럼 잔뜩 이입해서 볼 수 있다니 감탄스러웠다. 괴물이 코 앞에 다가왔을 때 나는 팔을 감싸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허드가 무자비하게 당하기 시작할 때 어깨를 잔뜩 움츠렸고, 놀이공원에서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지금까지의 순간들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강변의 어느 극장에서 앉아 어느 날 영화같이 끔찍한 테러를 경험한 뒤 쏟아놓는 헐리웃에서 날아온 한 편의 괴수 영화를 롤러 코스터 타듯 감상했다. 생각보다 재밌었고 짜릿했다. 그리고는 괴수영화일 뿐이야,라며 복잡한 머리를 정리했다.

       그런데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잊은 게 있는 것만 같다. 두고 온 게 있는 것 같다. 뒤가 찝찝하다. 꼭 제대로 닦지 않고 나온 것처럼. 나는 성인이 된 이후로 롤러 코스터는 절대 타지 않는다. 돈을 내고 그 간 떨리게 후덜거리는 경험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이후로. 사실 나는 그것이 무섭다. 단지 위 아래만 왔다갔다할 뿐인데 죽을 것 같은 최악의 기분은 선사해주는 그것이. 그리고 그것이 누구와 함께 가든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놀이동산에 잔뜩 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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