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6년째 연애중 - 밥먹고 연애하고 밥먹고 싸우고
    극장에가다 2008. 2. 12. 11:05

       얼마 전 읽었던 전경린의 <엄마의 집>에서 왜 자신을 낳았냐는 아이의 질문에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6년째 연애중>을 보고 여자와 남자가 6년의 긴 연애 중에 결혼을 했더라면 사랑하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아이를 낳았을까. 그러면 그들의 결말은 달라졌을까? 그러면 뻔했겠지. 뭐.

       <6번째 연애중>을 보고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결말이 해피엔딩이였나. 극장에서 나와 매서운 바람을 코 끝으로 받아치며 걸으면서 나는 그것이라말로 해피엔딩,이였다고 생각했다. 어찌되었든 남자와 여자는 열심히 사랑했던 시절에서 시작해서, 열심히 싸우는 시절을 거쳤다가, 열심히 살아가는 순간에 당도했다.

       실제로 6년쯤 연애하다가 결혼한 친구와 함께 봤는데, 친구는 6년쯤 연애를 끝내고 결혼을 했다. 여전히 연애할 때랑 비슷하다고, 아이가 생기면 달라질 것 같다는 친구는 아직 <엄마의 집>보다는 <6년째 연애중>이다. 영화는 보는 중간에 시어머니에게 전화가 왔고, 영화가 끝나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는 그냥 기분이 좋았다.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 친구도, 전화할 시어머니가 없는 나도. 적당히 맥주를 마셨고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옛날에, 옛날에. 옛날이라고 해봤자 십 년도 안 되는데 우리는 그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자꾸 옛날에,라고 추억했다. 적당히 마시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은 따스했다.


        남자는 비겁했다. 자신이 한 것만 생각했다. 자신이 그랬듯이 여자도 자신을 배신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렸다. 참지를 못했다. 여자는 현명했다. 한 발자국 물러났다. 남자를 믿었다. 자신이 그렇듯이 남자도 잠시 흔들렸을 뿐일 거라고 되뇌었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연애를 하면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 더 많이 초조해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예전에는 그런 사람의 사랑이 더 깊은 거라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더라. 비겁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현명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비겁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가끔 후회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서 여자가 부러웠다.

       나이가 서른 가까이 되다 보니 주위에 그런 사람 있다. 6년쯤 연애한 사람. 혹은 내가 6년째 연애 중일 수도 있고. 그런 사람들이 보면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들이 숨겨져 있는 영화더라. 생각보다 괜찮았다. 여자와 남자는 죽을듯이 연애하고 싸우지만, 영화는 적당히 달고 적당히 쓰더라.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