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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이치 2008

from 모퉁이다방 2008. 8. 14. 22:37

 오늘 올해들어 처음으로 포도를 먹었다.
통통한 포도알을 입 안에 넣는 순간 퍼지는 달짝지근한 기운.
우울했는데 덕분에 살았다.
포도 한 알. 그 안에 쨍쨍한 햇살을 가득 머금은 밝은 기운.

그리고 유투브에서 찾아낸 나츠이치의 2008년 광고덕분에.
나츠이치 광고는 매년 어쩜 이렇게 달달할까.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며칠 전 동화책이 보고 싶어 도서관의 3층 어린이열람실에 처음으로 가 보려고 했는데
그 곳은 신발을 벗고, 그 신발을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고 들어가는 곳이었다.
쪼리 신은 맨발의 시꺼먼 발가락들을 내려다보고는 그냥 4층 종합자료실로 올라갔다.

나는 요즘 누군가의 포도 한 알이 되고 싶다. 올해 처음 먹는 첫 번째 포도알.
당신에게 아리가또, 라는 말도 듣고 싶다.  
그리고 이건 정말 진심인데, 세상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휠씬 더 다정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포도알이 되고 싶은 것과 아리가또라는 말을 듣고 싶은 소망이 진심이 아니라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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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블로그 메인 화면에서 한 장의 캡쳐 사진을 봤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마치 땀 흘리며 열심히 찾아내고는 나몰라라 쳐박아 두고 지냈던 보물을 찾은 것만 같았다. 어디서 봤더라. 분명히 어느 영화 끝에 나왔었는데. 끝난 줄 알고 끄려고 하다가 튀어나온 이 화면에 마음이 콩당거렸었는데. 야오이 유우가 나왔던 영화 중에 내가 본 게 어떤 거였더라. 기억에 기억을 더듬고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뒤 찾아냈다. 야호. 슈에이샤(집영사) 서점의 여름에 책 한 권 이상 읽자는 나츠(여름)이치(1) 광고. 
 
   반복해서 아주 찬찬히 어루만지듯 이 보물을 감상해주셨다.  그래, 유우가 무라카미 류의 <69>를 읽고 있었지. 그래, 하늘하늘한 원피스와  파아란 하늘. 그래, 다케모토. 맞아, <허니와 클로버> 뒤에 나오던 영상이였어. 그래, 촬영장의 유우가 책을 읽고 있는 유우를 바라보는 순간, 바람이 스르르 불고. 정말 좋았어. 그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의 유우와 다케모토의 표정. 한 권의 책이 마음 속에 새겨지는 순간의 표정. 그래, 작은 기적과 같은 잔잔한 여름 날의 풍경. 그래, 여름의 책 한 권.

    덕분에 이렇게 귀여운 나츠이치 다른 광고도 발견했다. 아, 사랑스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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