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큐브2 아메리칸 셰프 정확한 나이가 기억나질 않는데, 20대 초반 정도였던 것 같다. 우리는 씨네큐브로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를 보고 스파게티를 먹었는지, 스파게티를 먹고 영화를 봤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아무튼 씨네큐브 윗층의 스파게띠아에서 스파게티를 먹었다. 손님이 별로 없었다. 우리를 포함해 한 세 테이블 정도였는데, 그 애가 혼자 스파게티를 먹고 있었다. 그애와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얼굴이 빨갛고 통통한 그애는 밝고 쾌활하고 웃음소리가 컸다. 외국에서 살다 왔다고 했나, 아빠가 영어 선생님이라고 했나. 영어 실력이 굉장했다. 발음도 네이티브 수준이었고. 성격도 호탕했다. 그 애와 난 그리 친하진 않았다. 1학년 때 이후로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이과를 갔던지, 반이 아주 멀었던 것 같다. 그 애.. 2015. 1. 22. 시작은 키스 일요일 오후, 내가 좋아하는 광화문의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 개봉했을 때 포스터만 보고 유치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평들이 좋았다. 친구에게서 토요일 밤에 연락이 왔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으면, 일요일 오후에 같이 보자고. 일요일은 무척 더웠다. 땀이 그냥 줄줄줄 흐르는 날씨였다. 친구와 만나 영화를 보고 종로까지 걷고,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와 카레를 먹고, 명동으로 걸어 가 버블티를 사 먹고, 다시 종로로 돌아와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이 영화가 다시 생각났다. 이 고마운 영화가, 무료한 6월의 일요일 오후에 우리에게 와 주었다. 기억에 남았던 장면들을 떠올리니 기분이 좋아졌다. 집에 와 2주 동안 고민했던 구두를 주문했다. 나도 사랑스런 오드리 토투처럼 구두를.. 2012. 6.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