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 해당되는 글 4건

  1. 속초홍게여행 8 2014.01.20
  2. 다시, 바다 4 2012.12.21
  3. 시월, 속초여행 21 2012.10.28
  4. 이천십이년의 휴가 4 2012.10.24

속초홍게여행

from 여행을가다 2014. 1. 20. 22:04

 

   이번 짧은 여행 후에 깨달은 것. 서울 경기를 벗어나는 여행은 적어도 하루 자고 올 것. 시간의 여유가 없으니 많이 돌아다닐 수 없었다. 해가 지니 집에 갈 시간이 걱정되고. 이 년 만에 함께 떠난 대게 여행. 대게 여행이라고 이름 붙이고 갔지만, 사실 대게는 너무 비싸 먹을 수가 없었다. 속초홍게여행, 이라고 하자. 포항을 가고 싶었는데, 이동시간이 너무 길어 속초로 갔다. 먹고, 걷고, 바다 보고, 먹고, 또 걷고. 그렇게 셋이서 일요일을 보냈다. 하루 자고 오는 거면 계획했던 휴휴암에 갔을 텐데. 하루 자고 오는 거면 낙산사에도 다녀왔을텐데. 하루 자고 오는 거면 멋이 없는 대포항에서도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네, 우리에겐 내일이 있잖아, 했을텐데. 하루 자고 오는 거면 택시 아저씨 말대로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장사항으로 가 회를 먹었을텐데. 아니면 동명항으로 다시 가 숯불을 피워 조개와 생선을 구워주던, 테이블은 하나 뿐인, 그 테이블을 아저씨들이 차지하고 소주를 마시고 있던 그 길가의 가게로 가서 조개구이를 먹었을 텐데. 하루 자고 오는 거면 대포항에서 바다를 마주하고 맥주를 마시다 모자라 편의점으로 갔을 때 팔던 홍등을 하나 사서 세 면에 각자의 소원을 적고 밤하늘로 띄워 봤을텐데. 아쉽지만, 그래도 또 오래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 어둠이 내린 대포항은 그럴 듯 했고,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취해 있었다.

 

 

 

새벽. 집을 나서면서. 저 불빛들 중에 달이 있다.

 

 

일찍 간 이유는 이것 때문. 커피를 마시며 책 읽는 여유를 부리고 싶어서.

 

 

속초 도착. 역시나 우리의 낮술. 낮술은 우리의 여행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대게는 비싸서 실한 홍게 세 마리로 주문.

 

 

맛있었다. :)

 

 

그녀의 자리.

 

 

말이 필요없는 비주얼.

 

 

싹싹 다 긁어 먹었다.

 

 

대게 먹고 나와 중앙시장 구경.

 

 

그리고 갯배.

 

 

그리고 바다.

 

 

그리고 모래.

 

 

동명항.

 

 

파도.

 

 

친구는 파도에서 암바사 맛이 날 거라고 했다.

얼마나 파도가 거센지 내려다보고 있으니 속이 시원해졌다.

 

 

대포항의 회. 중간에 횟집으로 단체손님이 들어왔는데, 한참을 먹다 갑자기 한계령 시를 쓴 시인이 동호회에 있다면서 시인의 시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 가게에 동호회 사람이 아닌 손님은 우리를 포함해 다섯 명 뿐. 시인은 시를 읊었고, 친구들은 차례로 화장실을 다녀왔고 나는 가만히 앉아 소주를 마셨다. 이거 뭔가 홍상수 영화스러워, 라고 화장실에 다녀온 친구에게 말했다.

 

 

그럴 듯해진 대포항. 밤바다. 그리고 일요일의 마지막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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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다

from 여행을가다 2012. 12. 21. 09:36

 

    그렇게 많이 마실 생각은 아니였는데. 낙산사가 너무 아름다워서, 거기서 산 염주 팔찌가 마음에 쏙 들어서, 친구에게 이사선물로 줄 풍경소리가 너무 좋아서, 낙산사 아래 해수욕장에서 마신 캔맥주가 너무 시원하고 달아서, 파도소리가 너무 고와서, 시내로 돌아와 어렵게 찾아간 맛집의 물회랑 멍게비빔밥이 너무 맛있어서, 두 달만에 다시 맛 본 옥수수 동동주가 맛나서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그래서 거기서 나와 숙소 체크인을 하고, 걷다가 바닷가에서 도로묵과 양미리를 먹고, 맥주를 조금 더 마셔주고, 숙소로 돌아와 깨끗하게 씻고 일기를 쓰고 룰루랄라 좋은 꿈을 꾸며 잠이 들 생각이었는데. 개표 방송 때문에 모든 게 다 어긋났다. 우리는 어렵게 찾아간 맛집에서 오징어 순대를 하나 더 시키고, 옥수수 동동주를 세 병 더 마셨다. 체크인을 하고 다시 나가 두 달 전에 먹었던 도로묵 양미리 집을 찾았는데, 겨울이라 추워서 밤에는 문을 닫는단다. 맞은 편 가게에 들어가서 맥주를 시키고 도로묵을 먹는데 티비가 켜져 있어서 또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여행을 가는 좋은 이유가, 떠난 사람과 막차 걱정 없이 택시비 걱정 없이 헤어지는 아쉬움 없이 그대로 함께 같은 길을 걸어 같은 집, 같은 방에 들어가 함께 잠이 들 수 있다는 건데. 그럴 기분 느낄 틈도 없이 취해버렸다. 맥주를 더 사왔는데, 많이 취해서 바로 잠들어 버렸다. 낭만적인 일기 따위는 없었다.

 

    낙산사가 정말 좋았는데. 낙산사 홍련암에 가면 바닥에 작은 구멍이 있다. 그 구멍 아래를 들여다 보면 커다란 파도를 볼 수 있다. 바닷물이 이리 들어왔다 저리 나갔다 커다랗게 일렁인다. 그 모습을 최대한 몸을 낮춰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모양만큼 커다란 파도소리가 들리고 뭔가 모르게 마음이 경건해진다. 그 구멍 아래를 생각하기로 했다. 바닷물이 절벽에 부딪치며 커다랗게 들어왔다 나갔다 일렁이는 모습. 그 새하얀 소리. 의상대사가 만났다던 푸른 빛의 새. 해수관음상의 얼굴을 유리 너머 올려다 볼 수 있었던 법당. 그 미소. 그 날의 합장. 그 날의 소원. 그 날의 두꺼비 다리. 그 곳에 해가 지면 펼쳐질 풍경들. 다음에는 해가 질 때까지 좀더 오래 머물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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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속초여행

from 여행을가다 2012. 10. 28. 20:47

 

 

  <댄 인 러브>를 다시 봤다. 마지막에 댄이 부르는 노래 가사가 좋아서 따로 적어뒀다. "모든게 끝나버린 뒤 모두 그대에게 등을 돌릴 때, 그댈 위해 네잎 클로버를 건네요. 모든 근심걱정 떨쳐버려요." 모든 근심걱정을 떨쳐버리고, 시월에 조금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가고 싶은 곳은 많았으나, 이번에는 조용하게 쉬고 싶었다. 올해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해보고 싶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 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 아흑). 그래서 지리산 근처에 숙소를 잡고 빈둥거리며 먹고, 걷고, 책 읽고, 마시고, 늦잠과 낮잠을 자면서 지내보기로 결정. 금요일 근무를 끝내고 토요일부터 가 있기로 결심했는데, 예약문의를 너무 늦게 하는 바람에 방이 월요일부터밖에 없었다. 주말도 그냥 서울에서 보내기는 아쉬워 일요일에 친구와 속초로 떠나기로 했다. 친구는 월요일 휴가를 냈고, 우리는 일요일을 함께 보내고 월요일에 속초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속초로 가는 직행버스가 있는데, 소요시간이 놀랍게도 2시간 10분이다. 그리고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버스터미널에서 10분 거리라 가뿐하게 걸어서 갈 수 있다. 금요일 퇴근을 하고도 충분히 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친구와 일요일 한적한 속초 바닷길을 걸으면서 다음에 또 오자고 미리부터 얘기했다.

 

 

 

 

 

   속초에서 이층침대가 두 개 있는 방에서 잤다. 이층침대에서 자는 건 나의 로망이었는데, 사실 그 로망을 실현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2인실 방이 꽉 찼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4인실 방을 예약했다. 그런데 나의 로망을 실현해보니, 자면서 몸부림을 심하게 치는데 그때마다 침대가 삐그덕거렸다. 침대가 부실한 건 아니었는데 소리가 계속 나다보니, 나는 괜찮은데 혹시 친구 잠에 방해될까봐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왠지 좋았다. 여행에 이층침대. 휴가가 일주일이나 남았으니, 좋지 않은 게 없었다. 모든 게 천국이었다.

 

 

 

 

 

 

 

   그리고 나의 대부분의 여행이 그렇듯이 엄청나게 많이 먹어댔다. 체크인이 3시라 숙소에 가방만 맡겨놓고 아바이 마을로 가서 순대를 먹겠다고 나섰는데, 방향이 헷갈려서 중앙시장 쪽으로 가게 됐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상자를 들고 다니길래 뭔가 봤더니, 닭강정 포장박스였다. 아무래도 속초에서는 저걸 먹어야 되나 보다 하고 한 상자 사들고, 아바이 마을로 가서 오징어 순대와 순대국, 옥수수 동동주를 먹어주었다. 그리고 언제 잡힐 지 모를 할아버지들의 고요한 바다낚시 구경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등대까지 달렸다. 양쪽에서 방파제에 바닷물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나는 친구에게 좋다, 좋다, 너무 좋다, 라고 연발했다. 자전거 타면서 많이 웃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도로묵과 양미리 구이 파는 곳이 있어 자리 잡고 앉아 도로묵 양미리 만원 치와 병맥주 세 병을 마셔주고, 절대 술 먹고 자전거 타지 말라는 주인 아줌마의 충고를 듣고 자전거를 끌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는 테라스에 앉아 누군가 나오길 기다리며 닭강정에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으나, 추운 날씨에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적당히 먹고 치우고 방으로 들어와 가져온 <애니홀> DVD를 보다 잠들었다. 나는 바로 잠들고, 친구는 졸다가 깨서는 앞으로 돌리고, 다시 졸다가 깨서는 앞으로 돌리고 그랬단다. 결국 다음날 아침에 둘이서 다시 봤다.

 

 

 

 

 

 

   나는 전라도 남원까지 가야 했고, 강원도에서 전라도 가는 차편이 이렇게 없을지 예상도 못한 터라 아침만 챙겨먹고 전주가는 버스를 탔다. 아, 조식. 게스트하우스에 토스트랑 커피 등의 조식을 무한 제공했는데, 아기자기하게 잘 꾸민 공간에 앉아 월요일인데도 출근 걱정 없이, 회사 스트레스 없이,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아, 행복하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 오자, 라고 다짐하며 친구와는 헤어졌다. 나는 친구와 헤어지고 전라도 산내까지 장장 9시간을 버스만 탔다. 책을 읽어도, 애니팡을 해도, 음악을 들어도, 멍하게 창밖만 보고 있어도, 자다 깨도, 도착할려면 아직 멀었다. 전주까지 가는 데도 얼마나 많이 세우던지. 다시 서울갔다 산내 가는 게 더 빠를 뻔 했다. 친구는 버스를 바로 타지 않고 (서울까지는 겨우 2시간 10분이니까! 흑) 낙산사에도 가고, 해수욕장을 옆에 끼고 자전거도 타고, 바닷가에서 맥주도 한 캔 마시고 그랬단다. 속초 여행 이야기는 여기서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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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십이년의 휴가

from 여행을가다 2012. 10. 24. 22:39

 

2012.10.13~10.21

늦은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아홉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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