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 홀딩, 턴 책을 먼저 건넨 뒤, 친구는 내 얘길 가만히 듣더니 말했다. 그 책이 지금 너한테 좋을 것 같아. 잘 읽어 봐. 친구는 두 권을 사서 한 권에는 내 이름을, 다른 한 권에는 자기 이름을 적어달라고 했단다. 어떤 부분은 정말 설레였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친구가 한 말이 맞았다. 후반부는 좀 아쉬웠다. 후반부에 내가 한 생각은, 아, 소설이구나. 소설을 읽어도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는 소설이 좋다. 지어낸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소설. 요즘 내가 계속 찾고 있는 소설. 마음에 툭툭 걸리는 문장들이 많았다. 우리가 함께 춤추는 순간들은 정말이지 행복했는데,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그렇지만 춤추는 순간들이 있었기에, 함께 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 고 생각해 본다. 남자는 여자에게 처음 .. 2018. 2. 15. 쇼코의 미소 마음이 가을 같다. 갑자기 스산해졌다. 계속 헤매고 있는데, 출구가 어딘지 모르겠다. 무리 속에 끼여서 왁자지껄하게 떠들다가 헤어지면 마음이 더 가을 같아진다. 사실 무리 속에 있을 때도 온통 가을 일 때도 있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나, 어떻게 출구를 찾아야 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시월. 목요일에는 회사 모임이 있었다. 모임이 끝나고 Y씨랑 백석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 아저씨가 창을 내려줬는데 밤바람이 시원했다. 내가 먼저 내렸다. Y씨는 택시를 계속 타고 갔다. 역 앞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데, 내 앞으로 양복을 입은 외국인이 걷고 있었다. 뽀글뽀글한 컬에 까만 피부를 가진 외국인이었다. 백팩을 메고 있었고, 한 손에 하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야식이거나 다음날 아침일 것이다. 구두.. 2016. 10. 30.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에드가 말했다. "고대의 그리스인들은 죽으면 우리의 영혼이 여행을 떠난다고 믿었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려면 삼천년이 걸리는데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몸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남아 있어야 영혼이 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래서 보존이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그 정도로 보존에 신경을 쓰진 않아요." 염색체도, 미토콘드리아도 없는. "삼천년이라, 그리고 돌아온다고요." 그녀가 말했다. "그들에 따르자면 그렇죠." 그가 빈잔을 내려놓고 이제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고마워요." 니나가 말했다. 그리고 서둘러서 물어보았다. "영혼같은 걸 믿나요?" 그는 손으로 식탁을 누르며 잠시 서 있었다. 작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젓더니 그는 "그래요." 라고 대답했다. - p.210 '위안' 中 .. 2015. 3. 29. 반딧불 언덕 지난 도쿄 여행 때 산겐자야에 다녀오질 못했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산겐자야가 을 촬영한 지역이라는 걸 알았다. 가고 싶었지만, 여러 계획들이 있어 가질 못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나왔을 때, 앗! 산겐자야다! 했다. 이 전에 시리즈가 두 권이나 출간되어 있었는데, 산겐자야가 배경인 줄 몰랐다. 하긴 그때는 의 배경이 산겐자야인 지도 몰랐으니까. 그래서 바로 구입해서 읽었는데, 마음에 들었다. 미스터리물인데 세지 않다. 잔잔한 미스터리물이다. 그리고 매 단편마다 맛있는 요리가 나온다. 맥주도 나온다. 이야기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갖춘 셈. 이야기들은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소소하고 따뜻해서 정이 갔다. 그러니까, 도쿄 산겐자야 한적한 곳에 맥주바가 있다. 조용한 바다. .. 2015. 2. 25. 스토너 사실 나는 이 책의 보도자료에 반했다. 책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읽고 나는 내가 아는 한 남자를 생각했다. 그리고 이미 이 책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첫 문장을 읽기도 전에. 친구에게 함께 읽자고 책을 보내면서 이 책이 우리의 2015년 최고의 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책을 다 읽은 친구와 맥주를 마시는 저녁에, 내가 물었다. 어땠어? 친구가 말했다. 진짜 있는 사람 같앴어. 스토너. 그리고 생각했어. 이 사람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은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로 끝난다. 이 책은 윌리.. 2015. 2. 3. 계속해보겠습니다 요즘 월요일마다 치과에 다닌다. 치과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칼퇴를 해야 하므로 안 그래도 일이 많은 월요일을 정신없이 보내고, 치과에 도착해서 대기실이며 진료실에 앉아 있으면 기분이 가라앉는다. 친절한 치과지만 어디가 안 좋고, 또 어디가 안 좋고, 그러므로 많은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반복해서 알려주면 기분이 처진다. 그렇게 짧은 진료를 마시고 치과를 나오면 숙제를 끝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겨울바람이 상쾌해진다. 비록 한 주 뒤에 이 과정이 다시 반복되지만. 이번주 월요일, 마취가 풀리지 않은 채 집에 도착해 씻고 소파에 앉아 책을 끝까지 읽었다. 그래, . 마취가 풀리고 왼쪽 이가 아프면 신경치료를 해야한다. 아프지 않으면 신경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마취가 풀리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면 조금.. 2014. 12. 1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