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
몇시였더나? 우리집은 요즘 독서열풍에 빠졌다. 늘 켜져 있던 티비를 끄고 라디오나 음악을 잔잔하게 켜놓고 세 자매가 나란히 누워 독서를 즐기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한 9시쯤이였나? 한참 그렇게 각자의 책을 읽고 있었는데, 조용한 가운데 막내동생이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해서 영문도 모르고 있다가 두루마리 휴지를 가져다줬다. 휴지로 코를 팽 풀고 눈가를 몇 번 훔치더니 쥐고있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드문 일이였다. 막내동생이 책을 읽고 엉엉 울다니. 언젠가 읽어둬야지 다이어리에 써 넣고 깜빡했었는데. 그렇게 읽게 되었다.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무딘줄 알았던 내 동생을 엉엉 울게 만든 이야기. 에쿠니 가오니의 연상연하커플의 애정이야기가 아니다. 릴리 프랭키의 이 소설은 확실히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과 같이 꽤 오랜시간의 엄마와 나의 이야기, 그리고 때때로 등장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전철 안에서 읽는 건 위험하다'라는 광고문구를 보고 비웃었다. 그리고 몇 장이나 읽었나, 눈에 눈물이 고여 글자가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한꺼번에 밥을 많이 해 보온으로 해 놓고 누런밥을 혼자 먹는 외할머니가 등장한다. 항상 나를 위해 희생하는, 고맙다, 고마워라는 말을 달고 사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언젠가 배의 한 면만 그려대는 나를 위해 나무를 깎아 모형 배를 만들어준, 그것이 단 한번 아버지다운 일이였던 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절대 닮지 않으니라 생각했던 아버지를 어느새 닮아가는 내가 등장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렇게 눈물을 빼낼 수 있었던 건 바로 우리들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철이 없는 내 자신, 희생하고 자식을 챙겨주는 사이 어느새 늙어 너무나 작아져버린 우리의 부모님. 책 속 어느 구절처럼 효도를 아무리 많이 해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이것도 해 드릴걸, 저것도 해 드릴걸 후회되는 것이 자식의 마음이라는 우리들의 이야기.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를 읽으면서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와 닮은 구석이 많다고 생각했다. 한 평생 자식을 위해 피를 팔아온 위화의 아버지 허삼관의 이야기와 철이 들기까지 자식위해서 자신은 잊고 살았던 릴리 프랭키의 어머니. 두 소설 모두 웃고 있는 중 눈물이 흐른다. 그래서 더욱더 슬프다는 것. 한참을 울다 책을 끝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럴 것 같이 집에 전화를 걸었다. 부모님 앞에서 무뚝뚝하고 말도 없지만, 그날만은 있는 힘을 다해 수다를 떨었다. 이런 저런 생각나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얼마전에 사 먹었던 한 상자에 천원하는 감자 두 상자를 인터넷에 주문했다. 외할머니랑 같이 드세요. 불효녀인 나를 잠시동안이지만 효녀로 만들어 주었던 책. 눈물이 쉴 새없이 주룩주룩 흘러 주체할 수 없었던 책. 주위 사람들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 읽게 되어서 고마웠다고 릴리 프랭키에게 메세지 전하고 싶은 책. 9월에 스폰지하우스에서 오다기리 죠가 주연한 영화로 국내개봉된다고 하니 꼭 봐야지. 스틸 사진 보고 있으니 벌써 눈물 나려고 한다. 다행이다. 내가 좋아하는 오다기리 죠라서. :-) 소설 속에서 보았던 아버지가 만들어 준 미완성의 배 모형, 대를 이어온 어머니의 장아찌 항아리를 영화 속에서도 볼 수 있겠지? |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에 해당되는 글 2건
-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 눈물이 주룩주룩 2007.07.14
- 오늘 07.07.11 2007.07.12
00. BGM 김동률_취중진담
이승환_다만
01. 헤헤. 알라딘 TTB 리뷰에 뽑혔다. 적립금 5만원 받았는데, 우리 가족이 모두 5명. 읽고 싶었던 책을 골라서 주문하기로 했다. 이거 기분 좋구만. :)
02. 요즘 동생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읽고 있다. 이 책 장난이 아니다. 얼마나 눈물을 빼놓는지 모른다. 기억에 남아 메모해 놓지 않고는 못 배길 구절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런 책이 내게 온 것에 감사, 또 감사.
03. 오늘 오래간만에 비가 듬뿍 왔다. 뭐 하루종일 온 거 아니지만. 이제 개는거야? 하면 쏴아 오고, 이제 그만 오는거야? 하면 또 쏴와아 오고. 요즘 너무 더우니깐 비 오는 날이 좋아.
04. 동생이랑 저녁에 집에서 삼겹살이랑 돼지갈비를 구워먹으면서 매화수 일잔했다. 그러면서 동생이 얼마 전에 라디오를 들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노트북을 가져다가 다시듣기를 해줬다. 조정린 강인의 친친이였는데, 이소은과 일락이 게스트였다. 이런 저런 사연들을 읽다가, 일락이 이런 사연을 읽었다. 김동률에게 직접 보내는 편지라면서, 어쩌자고 이런 노래를 만들었냐고. 강인과 일락은 이 노래가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했다. 김동률의 '취중진담'. 다시 들어도 여전히 명곡이다. 나는 매화수를 일잔하며 이건 남자의 로망만이 아니야, 라고 외쳤다. 내게도 술에 취해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안 되는 목소리를 꽥꽥 올려가며, 지 흥에 취해서 이렇게 저렇게 노래를 부르던 남정네가 있었단 말이지. 이제는 그런 남정네따위 '취중진담'을 들으면서 기억조차 희미해졌지만. 연애세포를 살려야 해. 이 생각뿐이다.
덧, '다만'이 김동률이 작사, 작곡한 노래구나.
아, 좋구나. 아득한 시간.